[교육이야기] 목회자 사례에 대한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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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이야기] 목회자 사례에 대한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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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슨 송

뉴커버넌트 아카데미 교장  


약 20년 전 담당 전도사가 없던 교회 중고등부에서 나와 동갑내기 여교사가 학생들을 가르쳤다. 우리는 평신도였고 직장인이었기에 학생들에게 더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투자할 담당 전도사를 신속히 찾아 달라고 부탁했다. 그런데, 교회 장로들과 교육부 부장이었던 안수집사는 적극적이지 않았다. 


특히, 부장집사는 자기는 소아과 의사로서 주중에 환자를 치료하고, 교인 중 아픈 사람이 있으면 주일에 진단도 하고 처방도 해 주는데, 왜 학교 선생인 내가 교회 교육부에서 봉사하는 걸 힘들어 하냐고 나무라 듯이 물어왔다. 나는 그저 “체력이 따라주지 않는다”라고 답했다. 학교를 설립한 지 10년도 채 안 되어 하루에 10~12시간씩 가르치며 행정을 담당했었고, 두 아이도 어렸기에 의사인 그 안수집사와 상황이 달랐다. 그런데, 그 안수집사의 아내, 교회의 재정을 담당했던 권사가 그의 진심을 알려왔다. 즉, 교회의 재정상황이 어려우니 사례비 없이 전도사 대신 중고등부를 맡아 달라고. 


처음엔 그 말이 옳게 들렸다. 교회의 재정이 부족하니 20여 명의 중고등학생을 맡아 금요일 밤 예배, 그리고 주일 예배와 성경공부를 책임지는 게 옳다고 느꼈다. 그런데, 그렇게 하다 보니 몸이 너무 피곤해 학교사역에 피해가 갔다. 주말봉사로 인해 피곤이 가시지 않은 채, 월요일 새벽에 출근하는 게 무척 힘들었다. 그래서 담당 전도사를 속히 구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몇 달 동안 진전이 없었고 교회 분들은 오히려 나에게 전도사를 찾으라고 했다. 참 답답했다. 왜 그 일을 내가 직접 해야하냐고 반문했더니 뭐가 그리 바쁘냐, 전도사들 많이 알고 있지 않냐, 교회 일인데 당연하지 않냐고 했다. 그제야 상황을 파악한 나는 전도사를 소개해 주었다가 욕만 들을 것 같아 거부했다. 


그러다 전도사 한 분을 모시게 되었는데 사례비에 대한 이슈가 발생했다. 간단히 말해 교회 분들은 최하의 임금을 지급하고 싶어 했다. 그리고, 전도사가 아예 금, 토, 일 교회에서 살길 바랬다. 예산 모임을 할 때 한 장로가 담임목사를 비롯해 교육 전도사들의 월급을 동결하자고 제안했고, 다들 그렇게 하자고 입을 모았다. 하지만, 나는 목회자도 먹고 살아야 하고, 사실 쥐꼬리만 한 월급을 받는 교역자들에게 물가상승은 비교적 큰 부담이 되기에 적어도 매년 CPI(consumer price index, 3~4%)에 맞게 월급을 올려줘야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그랬더니 그분들은 “하나님의 일꾼은 돈을 따져선 안 된다” “선배 목사들은 다 고생하며 공부했고, 굶으면서도 사역했다” “그런 헌신도 없이 목사라 할 수 있냐” “당신 형님들이 목사라 그런 소리를 한다”며 사례비를 올릴 필요가 없다고 했다. 어이가 없었지만, 다른 교회 목사나 교육 전도사의 사례비와 비교해 보는 것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그리고, 그렇게 해 보니 우리 교회 사역자들의 월급이 타 교회 사역자 월급의 60~70% 정도였다. 


나는 이 자료를 통해 교회 분들께 다음과 같이 전했다. 첫째, 적절한 사례를 하지 않으면 좋은 교역자를 모실 수 없고, 둘째, 자칫 잘못하면 지금 있는 교역자도 교회를 떠날 수 있다. 셋째, 교역자에게 최저임금 수준의 월급을 지급하고 부흥과 성장을 요구하는 것은 욕심이자 불의다. 당신들이라면 그 사례비를 받고 이 교회를 섬기겠느냐? 상황을 바꿔놓고 생각해 보자. 넷째, 재정이 부족하다, 돈이 없다란 구질구질한 핑계를 대지말고 과감히 교역자에게 투자해 보자. 사실 그 교회는 교회에 부채도 없었고, 중산층 이상의 분들로 형성되어 있었다. 아무튼 이런 우여곡절 끝에 전도사 월급을 몇 프로 올리기로 했다. 


왜 장로나 안수집사가 목사나 사역자를 고용인으로 취급하는지 모르겠다. 아니, 고용주-고용인의 관계라면 정당한 사례를 지급해야 하는 것이 맞지 않나? 그렇게 하지도 않고 성과와 성장을 요구하는 것은 도둑의 심보요 착취다. 당신네 비즈니스도 그렇게 운영할까? 그렇다면 아예 그릇된 재정관을 갖고 있는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이중잣대를 적용하는 것이다. 


교회는 교역자가 돈 걱정하지 않게 사례를 해야 한다. 교역자가 기쁨으로 교회와 성도를 섬길 수 있도록 환경과 여건을 제공해야 한다. 물론, 교회 돈을 남용하는 목사도 있고, 게으른 목사도 있음을 인정한다. 하지만, 그런 경우가 아니라면, 최선을 다해 맡은 일을 감당하는 목회자라면, 먹고 살 수 있게, 자녀교육도 제대로 할 수 있게, 하나님이 주신 목회 비전을 잘 이루도록 재정을 지원해야 한다. 그래야 열정을 갖고 목회를 할 것이다. 그래야 교회가 부흥하고, 그래야 교회가 세상에서 빛과 소금의 역할을 제대로 할 것이고, 그래야 “세상 사람들”의 손가락질 받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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