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타운에서 우체통이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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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타운에서 우체통이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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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한인타운에서 우체통이 갈수록 자취를 감추고 있다. 3가와 라파예트파크 인근에 있는 한 우체통./이해광 기자  



윌셔·6가 등 주요도로 ‘전무’ 

예산부족· 이용률 저조 등 이유 

20년 사이 3분의 2 이상 철거  

주민들 “몇 개만이라도 복원을”


 

LA 한인타운에 거주하는 김모씨는 얼마 전 편지를 부치기 위해 집 근처  윌셔길의 버질길 교차로를 찾았다. 하지만 웬걸. 1~2년 전만 해도 분명히 있었던 우체통이 어느 새 철거되고 흔적만 남아 있는 게 아닌가.  

김씨는 하는 수 없이 “한인타운의 윌셔길이라면 우체통이 한 둘은 있겠지”라고 생각하고 서쪽으로 발길을 옮겼다. 하지만 웨스턴 교차로에 다다를 때까지 단 한 개의 우체통도 발견하지 못한 채 허탕을 처야 했다. 

다음날 출근해 회사 메일박스를 이용했다는 김씨는  “아무리 디지털 시대라고 한인타운 중심도로에는 최소한의 우체통은 있어야 하는 게 아니냐”며 답답해 했다. 

 

LA 한인타운에서 우체통이 사라지고 있다. 몇 년 전 만해도 몇 블록에 하나 정도 씩 설치되어 있던 우체통이 어느 새 자취를 감추면서 한인 등 주민들은 우체국까지 이동하거나, 편지 부치기를 미루는 불편을 감수하고 있다. 


한인타운 6가 인근에 거주하는 60대 이모씨는 “거의 매 블록마다 있던 우체통들이 매년 하나 둘 씩 없어지더라”며 “이제는 편지 하나 부치기 위해 차를 타고 몇 블럭을 가야 한다”고 전했다. 한인 뿐 아니다. ‘레딧’ 같은 소셜 미디어에는 “요즘 LA에서 편지 부치기가 터무니없이 어렵다. 우체통 찾기도 힘들고, 주변 우체통은 잠겨 있다”는 불만의 글이 이어지고 있다. 


기자가 직접 돌아본 결과 한인타운 주요 도로는 사실상 우체통 불모지였다. 윌셔길과 6가 선상에는 우체통이 전무했으며 3가도 한인타운을 살짝 벗어난 라파옛트파크플레이스 인근에서야 겨우 한 개를 발견했다. 

 

우체통 감소 현상은 LA 한인타운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연방우정국(USPS)에 따르면 지난 2000년 약 40만개에 달했던 전국의 우체통은 2022년 13만여개로 쪼그라들었다. 20년 사이 65%가 사라진 셈이다. LA지역의통계는 나와 있지 않지만 이와 비슷한 수준일 것으로 추산된다. 


우체통이 사라지는 이유는 다양하다. ▲이메일, 온라인 뱅킹, 전자 청구서 도입 등으로 일반 우편 수요가 급감한 데다 ▲우편물 절도, 사기, 신분 도용 등 범죄 증가로 인해 우체통이 범죄 표적이 되고 있으며 ▲ 연방우정국의 예산 및 인력 부족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해 한인 시니어 단체 관계자들은 “온라인으로 공과금을 내거나 서류를 제출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시니어들이 적지 않다”며 “이런 점에서 우체통 철거는 디지털 격차를 더 벌리는 결과를 낳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  한인은 “한인타운 중심지 몇 곳만이라도 우체통을 복원해 줬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

이해광 기자 la@chosun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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