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 보러가자…LA에 한국 관광객 북적"
제리 신(오른쪽)씨와 지인들이 지난 5일 손흥민 경기가 열린 BMO 스타디움에서 '해피추석'을 알리고 있다.(위) BMO 스타디움 앞에서 인증샷을 찍는 것은 이제 LA한인은 물론 관광객들에게는 '통과의례'가 됐다. 신 씨가 지인들과 포즈를 취했다. /제리 신씨 제공
추석 연휴 단체 및 개별 응원 방문
LA연고 프로팀들도 '손흥민' 활용
여행사들 BMO 방문 관광코스 개발
#. 사우전옥스에 사는 제리 신 씨는 지난 5일 지인들과 BMO스타디움을 찾았다. 손흥민 입단 후 벼르고 벼르던 홈경기 직관을 하는 날이었다. 마침 다음날(6일)이 추석이라 ‘해피추석’을 알리는 4장의 대형 플래카드도 만들었다. “손흥민 경기도 보고, 민속명절도 알리고, 너무 행복합니다.”
#. 일찌감치 경기장에 도착한 신 씨는 깜짝 놀랐다. 지난 8월 6일 LAFC 입단 후 매 경기 좋은 활약을 펼치고 있어 관중이 늘었다는 것은 알았지만, 2만2000석 구장이 꽉 찰 정도인지는 몰랐다. “프로야구와 농구, 미식축구, 아이스하키 등은 인기가 대단하지만 미국에서 비인기 종목인 MLS 인기를 이렇게까지 끌어 올릴 줄이야….”
#. 더 대단한 것은 손흥민 경기를 보러 멀리(?) 한국에서 온 관광객들이 엄청났다는 것. “주변에 보니, 한국 관광객들이 많았습니다. 얘기를 들어보니 단체 및 개별로 온 사람들이 300~400명 쯤은 되는 것 같았어요. 마침 추석연휴라 제 친구도 4인 가족이 함께 순전히 손흥민을 보러 왔을 정도였어요.”
LAFC 손흥민 효과가 엄청나다. 트럼프 정부의 깐깐한 비자정책과 강력한 이민단속, 관세정책 등으로 물가가 오르고 관광산업도 침체하고 있다는데, 손흥민은 거꾸로 LA로 관광객들을 끌어들이고 있으니, 대단하다.
LA타임스가 ‘Visit California’ 통계를 인용해 지난 9월 말 전한 바에 따르면, 트럼프 이민단속이 시작된 6월 이후 3개월 동안 해외관광객은 전년 대비 8%, 약 17만 명이 줄었다. 8월 한 달 만도 2024년 동월 대비 7.5%가 감소했다. 그만한 것도 다 손흥민이 도와준 효과가 아닐런지.
한인여행사들도 손흥민이 반갑다. 삼호관광 신영임 부사장은 “손흥민 경기를 보러 한국에서 온 단체 관광객들을 위해 티켓 구매, 호텔 예약, 차량 지원 등을 하고 있다. 종전에 없던 수요들이라 여행사 운영에는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아주관광의 스티브 조 전무는 “사실 조금은 갑작스런 입단이라 ‘손흥민 상품’을 별도로 개발하지는 못했다. 그것은 LA 여행사들이 모두 비슷하다. 다만, 한국에서 온 관광객들이 축구는 안 봐도 손흥민이 있는 BMO 스타디움을 방문해 대형 브로마이드 앞에서 인증샷을 찍고, 유니폼도 사기를 원하는 경우가 많아, BMO 구장 방문을 LA관광코스로 넣고 있다”고 전했다.
프로구단들도 손흥민을 활용한다. 손흥민이 입단 후 줄곧 맹활약을 펼치며 관중을 몰고 다니자, 메이저리그 야구(MLB), 농구(NBA), 미식축구(NFL) 지역 연고팀들도 은근히 손흥민을 활용하고 있다. 손흥민은 지난 8월 28일 LA다저스 초청으로 다저스타디움에서 시구를 했고, 9월 2일엔 NFL LA램스 경기를 관람했다. 또, 최근엔 LA레이커스와 클리퍼스까지 유니폼을 선물하고 인사를 전함으로써 간접광고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1997년 외환위기 때 한국민들은 야구 박찬호, 골프 박세리 활약에 열광했어요. 특히, 박찬호는 LA에서 활약하면서 어려운 경제환경 속에서 한인들에게 정말 큰 힘이 돼 줬지요. 이번에도 불경기로 한인사회가 힘든데, 손흥민이 혜성처럼 나타나 커뮤니티에 큰 활력을 주고 있어요. 손흥민 파이팅 입니다."
신 씨와 친구들은 애틀랜타와의 홈경기(1-0 승리)에서 손흥민이 골을 넣지 못한 것이 내내 아쉽다면서도 "목청껏 그 이름을 연호하고, 응원할 수 있어서 너무 행복했다"는 소감을 밝혔다.
김문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