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칼럼] 당뇨인, 허기 잘 느끼는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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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칼럼] 당뇨인, 허기 잘 느끼는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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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영빈

임영빈 내과 원장


당뇨병은 더 이상 혈당 수치만 관리하는 질환이 아니다. 최근 인도 국제보건경영연구소가 25년간 전 세계 연구 논문 132편을 종합 분석한 결과는 이를 분명히 보여준다. 무려 5만 명이 넘는 당뇨환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절반 가까이가 비타민과 미네랄 같은 미량 영양소가 부족하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특히, 여성환자에서 결핍률이 더 높았고, 비타민 D 부족이 60%를 넘는다는 충격적인 수치가 나왔다. 그 뒤를 마그네슘, 철분, 비타민 B12 부족이었다. 이는 단순한 통계가 아니라, 우리가 당뇨병 관리의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는 경고다.


문제의 뿌리는 현대인의 식습관에 있다. ‘칼로리’ 중심의 식사에 매달리다 보니 정작 세포대사에 꼭 필요한 영양소는 빠져 있다. 간편식과 배달음식은 편리하지만 대체로 비타민과 미네랄 함량이 낮다. 당뇨환자의 경우 대사 효율이 떨어지고, 혈당이 잘 조절되지 않을수록 대사 소모가 늘어나 영양소 결핍에 더 취약해진다. 여기에 약물 부작용까지 더해진다. 대표적인 당뇨 치료제인 메트포르민은 위장에서 비타민 B12 흡수를 방해해 손발 저림과 감각 이상 같은 증상을 유발할 수 있다. 또한 고혈당 상태에서 소변량이 증가하면 마그네슘과 아연 같은 필수 미네랄이 빠져나가 버린다. 결국 당뇨환자는 식습관, 대사저하, 약물 부작용이라는 삼중고 속에서 영양 불균형을 겪게 된다.


미량 영양소 결핍의 파장은 단순한 피로감이나 체력저하에 그치지 않는다. 혈당 조절은 더 어려워지고, 합병증 위험은 크게 증가한다. 항산화 영양소가 부족해지면 산화 스트레스가 심화돼 혈관손상, 신경병증, 망막병증 등으로 이어진다. 또한 비타민 D와 아연 결핍은 면역기능을 약화시켜 감염에 취약하게 만든다. 이미 당뇨환자는 면역력 저하라는 위험을 안고 있는데, 여기에 영양 결핍까지 겹치면 위험은 배가 된다.


더욱이 ‘가짜 배고픔’이라는 악순환도 문제다. 신진대사에 필요한 미량 영양소가 부족하면, 우리 몸은 에너지 생산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계속 허기짐을 느낀다. 당장은 배를 채우기 위해 음식을 더 먹지만, 이는 체중 증가와 비만으로 이어지고, 결국 혈당 조절은 더욱 나빠진다. 당뇨환자가 식욕 조절에 어려움을 겪는 데에는 이런 생리적 요인도 크게 작용한다는 점을 우리는 주목해야 한다.


그렇다면 해법은 무엇인가. 답은 의외로 단순하다. 기본으로 돌아가 ‘다양하고 균형 잡힌 식단’을 실천하는 것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하루 400g 이상의 채소와 과일 섭취를 권장하지만, 한국인 대부분은 여기에 미치지 못한다. 신선한 채소와 과일을 끼니마다 챙기는 작은 습관이 곧 미량 영양소 결핍을 예방하는 길이다. 곡류와 단백질 식품도 중요하지만, 색깔이 다른 채소와 과일을 골고루 섭취해야 한다. 각기 다른 색깔 속에는 서로 다른 비타민과 미네랄이 숨어 있기 때문이다.


물론 식사만으로 영양소를 충분히 보충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다. 이럴 때는 영양제를 활용할 수 있다. 다만 한 가지 성분만 따로 보충하기보다는 여러 비타민과 미네랄이 함께 들어 있는 종합영양제를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러나 주사보다는 영양제, 영양제보다는 음식에서 얻는 것이 원칙이어야 한다. 또 지나친 보충은 오히려 독성을 유발할 수 있기에, 반드시 전문가와 상의 후 적절한 수준을 유지해야 한다.


당뇨 관리의 본질은 단순히 혈당을 낮추는 데 있지 않다. 우리 몸을 이루는 세포 하나하나가 제 기능을 할 수 있도록 영양을 공급하는 데 있다. 당뇨환자의 미량 영양소 결핍은 ‘숨어 있는 적’이며, 이는 혈당 수치만 들여다봐서는 발견되지 않는다. 연구 결과는 당뇨환자뿐 아니라 현대인을 향한 경고이기도 하다. 풍요의 시대라 하지만, 편의와 속도에 치우친 식생활은 우리를 ‘숨은 영양 결핍’의 덫에 빠뜨리고 있다.


이제 우리는 질문을 던져야 한다. ‘나는 오늘 제대로 먹었는가.’ 당뇨병 예방과 관리의 첫걸음은 바로 여기에서 시작된다. 의학이 아무리 발전해도 잘못된 생활습관을 대신해 줄 수는 없다. 환자 본인뿐 아니라 사회 전체가 올바른 식습관을 되새겨야 할 때다.  문의 (213) 909-98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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