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신호등] 자율주행차, 어디까지 왔나
이보영
미주조선일보 독자부 위원
[게임 체인저]
군사용어 중에는 ‘게임 체인저(Game Changer)’ 라는 말이 있다. 전쟁의 판도를 단숨에 바꿀 수 있는 특수한 무기, 이를테면 핵무기, 초음속 미사일, 스텔스 전폭기 같은 것들이다. 압도적인 힘으로 적(敵)을 확실하게 제압하여 게임을 바꿀 수 있는 무기를 뜻한다.
‘게임 체인저’ 는 산업 사회에서도 자주 쓰인다. 금속활자로 인쇄 기술을 발명한 ‘구텐베르크’ 나, 전기를 발명한 ‘에디슨’ 같이 인류문명에 획기적인 발전을 도약시킨 인물들이 과거의 ‘게임 체인저’였다면, 현대에 와서는 ‘스티브 잡스’가 스마트폰으로, ‘마크 저커버그’가 소셜네트워크로, ‘래리 페이지’가 검색엔진으로 기존시장에 엄청난 변화를 야기시켜 판도를 바꾸어 놓았다. 이들이야말로 ‘게임 체인저’들이다. 스포츠에서도 경기 결과를 뒤집을 만한 능력을 가진 선수를 게임 체인저라 부른다. 축구의 ‘손흥민’ 선수라든지, 야구에서 ‘오타니 쇼헤이’ 선수가 대표적이다.
그런데 자동차 산업에도 게임 체인저가 있다. ‘내연기관차’를 ‘전기차’로 변환, 발전시켜 공해와 소음 문제를 해결하여 친환경적이며, 수많은 부품들을 간소하게 혁신한 ‘일론 머스크’의 경우이다. 지금 세계는 또 한 번의 자동차 혁신의 순간을 목격하고 있다. 바로 ‘운전자가 필요 없는’ 자율주행차량을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기술의 원리와 기대 효과]
‘자율주행차량(Autonomous Vehicle)’의 특징은 운전자 없이 센서(Sensor), 인공지능(AI), 지도 및 도로 상황, 통신 술, 제어 시스템 등을 통해 스스로 주변을 인식, 판단해 목적지까지 달린다. 단순히 운전자를 대신하는 것을 넘어 교통사고의 감소, 교통체증 완화, 이동의 편리성을 크게 높일 잠재력을 큰 장점으로 꼽는다. 미래의 물류 혁신과 고령화 사회의 교통 문제 해결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시행착오에서 얻은 교훈과 에피소드]
언제나 기술 발전의 길은 순탄치 않았다. 시험운행 중 사고도 발생했고, 전혀 예상치 못했던 해프닝도 있었다. 2016년 풀로리다주에서 테슬라 오토파일럿 차량은 시험운행 중, 흰색의 트레일러를 하늘과 혼동해 충돌했고, 운전자가 사망하는 사고가 있었다.,
2021년에는 택사스에서 뒷좌석에 탑승한 운전자가 졸다가 큰 나무와 충돌해 화재가 발생, 전소되기도 했다. (‘기술을 믿는 것’과 ‘아예 맡기는 것’은 전혀 다른 얘기라는 교훈을 얻었다)
2018년 아리조나주에서 우버의 자율주행 시험차가 한 보행자를 치어 사망케 했다. 탑승해 있던 안전요원이 자율주행 기능을 과신해 주의를 게을리한 결과였다. (인간도 완벽하지 않지만, 인공지능 역시 완벽하지 않다는 교훈을 남겼다).
구글의 웨이모(Waymo) 차량도 시행착오를 겪었다. 캘리포니아에서 버스와 충돌사고를 냈는데, 차선을 바꾸려다 버스의 접근 속도를 미처 계산치 못한 것이 원인이었다. 또, 웨이모 차량이 애리조나주에서 교통요원의 수신호를 해석하지 못해 도로 중간에 정지하고 말았다. 결국 웨이모 본사의 원격지원팀이 개입해 문제를 해결했다. (사람의 손짓은 기계에게는 ‘암호’ 같은 것으로 인식된다는 교훈을 얻었다)
예상치 못한 에피소드도 있었다. 도로에 버려진 비닐봉지나 그림자를 장애물로 인식해 급정거하는 일도 종종 있었고, 또 도로에 나타난 오리떼를 인식하고 급정거는 했지만, 오리떼가 지나간 다음에도 계속 운행이 정지되기도 했다.(자율주행차는 사람보다 동물 보호에 더 민감한 듯 하다)
한 가족이 자율주행 택시를 타고 가는데, 아들이 신기해 하며 말했다. “아빠, 운전자가 없는데도 차가 잘 가네요.” 아버지는 웃으면서 “앞으로 네가 커도 운전면허증이 필요 없게 될꺼다” 라고 말했다. 그러자 아들의 눈빛에는 걱정스런 표정이 보였다. 아버지는 무슨 걱정이 있느냐? 고 물으니 아들은 “맥주를 살 때 운전면허증이 있어야 될텐데요!”
[자율주행 발전의 단계와 역사]
자율주행차의 개념은 의외로 오래 되었다. 1939년 뉴욕 세계박람회에서 GM이 ‘자동차의 미래 컨셉트’를 소개하면서 ‘운전자 없는 차’를 처음 소개했다.
1980~1990년대는 유럽의 PROMETHEUS Project(자동차 연구 프로잭트)가 카메라와 센서를 활용해 고속도로 주행 시연에 성공했다. 같은 시기에 미국과 일본에서도 비슷한 실험으로 자율주행 가능성을 보였다.
2010년대부터 구글(웨이모), 테슬라, 우버, 애풀, 바이두, GM 등의 글로벌 빅테크 기업이 경쟁적으로 뛰어 들었고 로보택시 시범운영이 본격화 되었다.
2020년대 현재는 미국(라스베가스, 샌프란시스코), 중국(베이징, 선전 ) 일부 도시에서 상용 로보택시가 운행 중이다. 자율주행 트럭과 물류로봇 시범운행도 초기 단계에 있다. 2030년대에는 본격적인 상용화가 시작될 것으로 전망된다.
[미래에 예상되는 변화]
자율주행차가 본격적으로 도로를 달리게 되면 도로환경과 교통제도는 근본적으로 변경되어야 한다. * 차선과 신호 체계의 디지탈화 * 정밀지도의 실시간 업데이트 * 전용차선 도입 * 운전면허 제도의 재정립, 이는 단순한 교통기술의 변화가 아니라 도시 구조, 법규 체계, 일상 생활 전반을 바꾸는 도전이 될 것이다.
[맺음 말]
자율주행차는 여전히 완벽하지 않다. 그러나 그 가능성은 분명하다. 교통안전, 환경문제, 이동의 편리성, 나아가 사회의 구조를 발전시킬 수 있는 잠재력 때문이다. 역사 속에서 게임 체인저는 언제나 기존 질서를 흔들고 새로운시대를 열었다. 활자, 전기, 인터넷,스마트폰이 그러했 듯이, 자율주행차 역시 우리의 삶을 바꿀 미래의 게임 체인저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