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주 세입자 27%, 소득 50% 이상 임대료로 지출
160만 가구, 재정압박 고통
팬데믹 이후 임대료 30% ↑
LA동부 포모나에 거주하며 두 자녀를 키우는 배주희(44)씨는 올해 초부터 마켓 캐시어로 일하고 있다. 남편 혼자 벌어서는 감당하기 어려운 아파트 렌트비 부담을 덜기 위해 맞벌이에 나섰지만 “일해도 가난한 건 똑같다”는 현실에 직면했다. 월급 대부분이 렌트비와 공과금으로 빠져나가 아이들의 학용품조차 쉽게 사지 못하는 상황이다.
가주 세입자 4명 중 1명이 가구 소득의 절반 이상을 임대료와 공공요금 등 주거비로 지출하는 심각한 ‘주거비 과부담’ 상태에 놓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연방센서스국 주택 통계에 따르면 가주 세입자의 약 27%가 소득 대비 임대료 부담률이 50%를 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국 평균 24%를 웃도는 수치로 플로리다(29%)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가주는 약 610만 세입자 가구를 보유한 미국 최대 임대 시장으로 이중 약 160만 가구가 소득의 절반 이상을 임대료로 지출하는 ‘극심한 임대료 부담’ 상태에 놓여 있다. 가주 세입자는 전국 세입자의 약 13%를 차지하지만, 과도한 임대료 부담을 겪는 비중은 15%에 달해 타주 대비 높은 부담을 나타낸다.
지난해 기준 가주 세입자의 월평균 임대료 중간값은 2104달러로, 전국 평균 1319달러보다 약 60% 높아 전미 최고 수준이다. 뒤이어 하와이(1942달러), 워싱턴 D.C.(1931달러), 매사추세츠(1848달러)가 상위권에 올랐다. 반면 임대료가 가장 저렴한 주는 웨스트버지니아(883달러), 노스다코타(980달러), 아이오와(981달러)로 조사됐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주거 수요 급증과 임대료 상승세가 가팔라지며 부담은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2019년 이후 캘리포니아의 평균 임대료는 약 30% 상승했으며, 이는 전국 평균 상승률(39%)보다는 다소 낮지만 세입자들의 재정적 압박을 심화시키고 있다.
우미정 기자 la@chosun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