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타운 아파트 입주자들, ADU 신축 계획에 반발

5가와 킹슬리 아파트 단지
"주차장은 선택 아닌 필수"
3주 째 주차장 점거 시위
건물주 "주택 수요가 더 중요"
LA한인타운의 한 22가구 아파트 단지에서 테넌트들의 주차 공간이 추가 주거 유닛(ADU) 신축을 위해 철거될 것으로 알려지자 입주자들이 주차장을 점거하고 항의 시위에 나섰다.
9일 LA타임스(LAT)에 따르면 문제가 된 건물은 5가와 킹슬리 드라이브에 위치한 아파트로 건물주는 일부 주차 공간을 철거하고 해당 부지에 5개의 ADU를 신축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 계획은 LA시 및 주정부의 승인도 받은 상태다.
하지만 입주자들은 "한인타운에서 지정 주차 공간은 단순한 편의가 아니라 필수"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한인타운에 거주하는 페이스 정씨는 “이 동네는 해가 지고 나면 주차 공간을 찾기 힘들다. 가족이 대신 자리를 맡아주는 경우도 있다”며 “주차를 못 하면 과태료를 받을 각오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통과된 주 상원법안(SB 1211)에 따르면 건물주나 관리인이 ADU 신축을 위해 기존 주차 공간을 철거하더라도 이를 대체할 주차 공간을 마련할 의무는 없다. 가주 주택개발국은 ADU를 "고밀도 지역에 저렴한 주택 공급을 늘리기 위한 수단"으로 소개하고 있다. 해당 법안을 발의한 낸시 스키너 전 가주 상원의원은 지난해 주택·지역개발 상임위원회 청문회에서 “다세대 주택에는 활용되지 않는 여유 공간이 있다.
이를 ADU로 개발하는 것이 기회”라고 설명한 바 있다. 하지만 해당 아파트 입주자들은 "주차 공간은 비어 있는 공간이 아니라 꼭 필요한 시설"이라며 ADU 건설 계획에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입주자들은 건물 주차장 내 일부 공간에 하얀 플라스틱 테이블과 야외 의자를 설치해 점거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들은 건물 매니지먼트 회사인 노스오크 프로퍼티 매니지먼트(North Oak Property Management) 로부터 주차 공간이 ADU로 전환된다는 통보를 받은 이후 3주째 시위를 이어오고 있다.
해당 아파트에서 10년 넘게 거주 중인 메건 토머스 브래드너는 “관리 회사가 공식적으로 공사를 알리기 전에 온라인에서 허가서를 먼저 확인했다”며 “정식 공지도 없이 ‘언제부터 주차 공간이 없어진다’는 말만 있었다”고 주장했다.
공사는 지난 8월 25일 시작해 2026년 6월 완공될 예정이었으나, 주민들의 점거 시위로 일정이 지연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NBC 뉴스 보도에 따르면 최근 할리우드와 한인타운의 다른 아파트에서도 ADU 건설을 이유로 차고나 창고 공간이 철거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정씨는 "할리우드와 한인타운은 원래 주차난과 야간 범죄가 심각한 지역"이라며 “기존 주민과 새 입주자 모두에게 불편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킹슬리 드라이브에 위치한 아파트에 거주하는 바네사 루아는 "밤늦게 돌아오는 프리랜서 일정 때문에 주차 공간은 필수였다"며 “비용이 더 들었지만 계약서에 주차 포함이 명시돼 있어 안심했는데 지금은 그 약속이 깨진 것 같다”고 토로했다.
정씨는 특히 노인과 장애인 주민들의 경우 차량 접근성이 중요한 만큼, 주차 공간 철거는 사실상 퇴거를 강요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차가 문 앞에 있어야 움직일 수 있는 할머니들도 있다”며 “새 주거 유닛이 필요한 건 맞지만 기존 주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면서까지 지어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건물주 마크 나사브는 LAT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사업이 시와 주의 법률에 따라 정당하게 진행되고 있으며, 주민들의 불편은 이해하지만 도시의 주택 수요가 더 큰 문제라고 밝혔다. 그는 “우리는 법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모든 것을 준수하며 진행하고 있다”며 “주민들이 불편할 수 있다는 것은 이해하지만 도시는 이러한 형태의 개발을 필요로 하며 장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구성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