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차공간에 마구잡이 ADU..세입자들 죽을 맛
한 아파트 주민이 차량에 '주차공간에 ADU를 건축하는 게 부당하다'는 배너를 내걸었다. / 폭스 뉴스
한인타운의 한 아파트 주차공간에서 추가 주거 유닛 건축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한인타운·할리우드 등
건물주들 앞다퉈 건축
주차장 사라지며 고통
LA의 한인타운과 할리우드 등 일부 지역의 아파트 건물주들이 앞다퉈 주차 공간을 추가 주거 유닛(ADU)으로 전환하면서 큰 파장이 일고 있다. LA에서도 가장 주차난이 극심한 지역으로 꼽히는 이들 지역에서 갑자기 주차 공간이 사라진 테넌트들은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헐리우드 마리포사 애비뉴의 한 아파트에서 15년째 거주하는 테넌트는 “올 초 건물주가 아파트의 주차공간 절반을 없애고 ADU 공사를 시작했다”며 “이로 인해 두 블록 이상 떨어진 지역에 주차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해군 출신으로 장애가 있는 그는 “특히 요즘 같은 폭염 속에서 차가 있는 곳까지 이동하는 것은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인근 마리포사 애비뉴의 또 다른 아파트도 마찬가지. 이 아파트의 경우 아예 모든 주차 공간이 ADU 건축으로 사라졌다. “밤 늦게 집에 돌아와도 두 세 블록 떨어진 곳에 주차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밝힌 한 테넌트는 “나 뿐 아니라 많은 주민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한숨 쉬었다.
할리우드 뿐 아니다. 코리아타운 등 테넌트 수요가 많은 지역에서는 유사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코리아타운의 경우 아파트 건물주들이 주차장을 허물고 ADU를 신축하면서 테넌트들과 마찰이 발생하고 있다.
아파트 건물주들의 ADU 신축 러시에 대해 전문가들은 올해부터 시행된 캘리포니아의 법규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새 법규에 따르면 건물주는 일정 요건을 충족할 경우 기존 주차 공간을 철거하고 그 자리에 소형 주거 단위, 즉 ADU를 신축할 수 있다. 특히 대중교통 접근성이 좋은 지역의 경우 주차장 유지 의무가 완화돼 ADU 신축이 용이하다.
하지만 코리아타운 등의 주민들은 최근 수년간 개발붐으로 인해 유입 인구가 크게 늘어난 상황에서 마구잡이 ADU 건설까지 추가될 경우 그야말로 '주차 지옥'이 될 것이라며 크게 우려하고 있다.
이해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