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권의 세상만사] 채용이 후회되는 직원들

홈 > 로컬뉴스 > 로컬뉴스 > 오피니언
로컬뉴스

[조성권의 세상만사] 채용이 후회되는 직원들

웹마스터

기업체 인사 담당자 350명에게 “채용이 후회되는 직원이 있느냐”고 묻자 73.1%가 “있다”라고 대답했다.구인·구직 매칭플랫폼 ‘사람인’이 조사한 결과다. 곱게 키운 내 아들딸이 신도 아직 못 가봤다는 어려운 취업문을 뚫어 들어간 직장의 상사가 채용을 후회한다는 설문을 접한 부모는 기가 막힌다.  


채용이 가장 후회된다는 유형을 보면 충격적이다. 스펙만 좋고 실무를 못하는 ‘빈수레형’이 17.6%로 1위다. 업무 습득이 느린 ‘답답이형’(17.2%)이 2위. 편한 일만 하려는 ‘월급루팡형’(15.2%)이 3위다. 동료와 갈등이 잦은 ‘트러블메이커형’(14.8%), 요령만 피우고 딴짓하는 ‘베짱이형’(11.3%)과 지각·결근 잦은 ‘근태불량형’(8.2%)이 그 뒤를 이었다. 합치면 84.3%다. 열 명 뽑으면 한두 명을 제외한 나머지는 안 뽑았어야 한다는 말이다. 귀한 내 자식이 회사에서 필요하지 않은 직원으로 취급받고 있다는 얘기다.


스펙만 좋고 실무를 못하는 ‘빈수레형’은 지난해 같은 조사에서는 상위권에 들지 못했으나, 올해 1위를 차지했다. 기업이 스펙보다 실무능력이 뛰어난 실전형 인재를 찾기 때문이다. 갈 길 바쁜 기업들도 채용이 후회되는 직원 때문에 피해가 적지 않다. 업무성과와 직원들의 사기가 떨어지고 조직 분위기 저해도 심하다. 다독이고 등 두드려줘도 연간 채용하는 직원 중 채용을 후회하게 하는 직원의 비율은 10명 중 3명(28.1%) 꼴이다. 이들의 평균 근속연수는 10.9개월. 1년을 채우지 못한다. 35.9%는 6개월을 버티지 못하고 퇴직하고 있다. 미국도 마찬가지다. 사우스웨스트 전 CEO인 허브 켈러허는 “능력 있는 사람보다 태도가 좋은 사람을 채용하라. 능력은 가르칠 수 있다”고까지 심각성을 토로했다.


대졸 청년들이 구직에 큰 어려움을 겪지만 기업은 쓸 만한 인재를 뽑기 어렵다고 하소연한다. 원하는 인력을 구하기 어려운 기업들은 최근 채용이 후회되는 직원들을 최소화하기 위해 서둘러 수시 채용으로 바꾸고 있다. 체계적인 면접 프로세스를 세워 스펙 외 부분도 평가요소에 반영하고 평판 조회도 해야 하기 때문이다. 기업들은 대학에 학생 교육 내용을 바꾸어 달라고 주문하고 있지만, 대학은 하나도 바뀌지 않았다. 대학도 바뀌어야 하지만 대학만 아이를 키우는 건 아니다. “자식은 부모의 등을 보고 배운다”라는 말도 있다. 삼자경(三字經)에 나온다. 허브 켈러허가 중시한 ‘태도’는 대학보다 가정에서 부모의 등을 보고 더 배운다. 


미국에서도 요즘 ‘헬리콥터 맘 되지 말라’는 에스더 워지츠키의 베스트셀러 ‘용감한 육아’가 인기몰이 중이다. 세 딸을 훌륭하게 키워낸 그녀는 책에서 양육철학을 ‘TRICK​’으로 요약했다. 첫째가 신뢰(Trust). 완벽한 부모는 없으니 자신을 믿고 아이를 믿어라. 둘째는 존중(Respect). 아이는 당신의 분신이 아니다. 아이를 또 다른 인격체로 존중하라. 셋째가 자립(Independence). 아이 스스로 할 수 있는 건 절대 해주지 마라. 넷째는 협력(Collaboration). 명령하지 말고 협력하라. 다섯째가 친절(Kindness)로 타인과 세상에 관심을 가지라고 가르칠 것을 강조한다. 


설문에 응답한 인사 담당자들의 방담(放談)을 분석하면 자녀교육에서 지켜야 할 원칙이 ‘4C’로 요약된다. 첫째는 자신감(Confidence)이다. 자신과의 싸움에서 나오는 자신감은 스스로 깨쳐 얻을 평생의 무기다. 부모가 일일이 나서서 가르친다고 얻어지는 게 아니다. 둘째, 집중(Concentration)이다. 인간의 능력은 대동소이하다. 집중력만이 ‘생각지도 못할 일’을 만든다. 셋째는 응원(Cheering)이 필요하다. 열악한 환경 속에서 만들어 냈을 아이디어에 환호와 박수를 보내줘야 한다. 넷째, 동반자(Company)가 좋아야 한다. 누구나 남다른 실력은 있다. 실력 있는 친구들과 어울리는 삶을 사는 자세를 갖추게 해야 한다. 

사실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 원칙을 한결같이 꾸준하게 평생을 지켜가야 한다는 점이다.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 결국 자식이 좋아하는 일을 하게 하고 잘한다고 칭찬해주는 게 부모가 해야 할 일이다.



c9fb041e42292f7536142fc623be2e3a_1632250912_5678.jpg
조성권 칼럼니스트: 국민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숭실대학원에서 벤처중소기업학으로 경영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우리은행 홍보실장, 예쓰저축은행 대표를 지냈다. 현재, 국민대 경영대학원 객원교수, (사)미래경제교육네트워크 이사, 학교법인 영신학원 감사, 멋있는삶연구소장으로 있다. 

0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