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높은 가격이 항상 이기진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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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높은 가격이 항상 이기진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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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러의 '감정' 십분 활용하기


주택시장에서는 흔히 “가장 높은 오퍼가 승리한다”는 통념이 존재한다. 하지만 주택을 판매하는 이들에게 있어 집을 떠나는 결정은 단순한 비즈니스가 아니라 개인적인 감정이 얽힌 선택일 때가 많다. 한 연구에 따르면 일부 셀러들은 금전적인 조건 만큼이나 ‘누가 그 집을 사는가’에 대해 큰 비중을 두는 것으로 나타났다.


◇감정은 실제로 거래에 영향을 미친다

연구 결과 셀러들이 물건이나 주택에 정서적으로 애착을 갖고 있는 경우 단순히 가장 높은 가격을 제시한 바이어에게 매각하는 것이 아니라 해당 물건이나 공간을 ‘잘 보살필 사람’에게 넘기기를 바란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이들은 이를 '보호자 구매자(caretaker buyer)'라고 부른다. 

일부 실험에서는 낮은 가격을 제시한 구매자가 더 진심 어린 태도나 스토리를 전달했을 때 그들의 제안이 오히려 선택받는 경우도 있었다. 또한 셀러에게 이메일을 보낼 때 감성적인 제목이 포함된 메일은 일반적인 제목보다 50% 이상 더 높은 확률로 열람됐고, 가장 먼저 열람된 이메일일 가능성도 두 배 가까이 높았다. 이와 같은 현상은 실제 부동산 시장에서도 종종 관찰된다.


◇감정적으로 애착을 가진 경우를 어떻게 알아볼 수 있을까

셀러가 집에 감정적으로 묶여 있는 경우는 판매 글 자체에서 드러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단순히 방 개수와 규모만을 나열하는 대신 “이 집에서 아이들이 처음 자전거를 탔던 날이 기억난다”와 같은 개인적인 스토리나 추억이 포함된 글은 감정적 애착의 신호일 수 있다. 소유 기간도 주요 지표다. 

오픈도어(Opendoor)가 발표한 2024년 ‘부동산 감정 보고서’에 따르면 55세 이상 주택 소유자의 약 3분의 2가 현재 거주 중인 집에 감정적으로 애착을 가지고  있다고 답했다. 이 중 절반 이상은 15년 이상 한 집에 거주해 왔으며, 3분의 1은 집을 떠나는 것이 판매 과정 중 가장 어려운 부분이라고 밝혔다. 약 22%는 감정이 실제로 매각 결정에 영향을 미친다고 답했다.


◇바이어가 감정적 요소를 이용해 협상을 유리하게 만드는 방법

셀러가 집에 애착을 가지고 있다면, 구매자는 가격 외에 개인적인  연결감을 어필함으로써 협상을 유리하게 이끌 수 있다. 바로 이때 활용할 수 있는 것이 바로 ‘버이어 편지(buyer letter)’다. 아이오와주 디모인 지역 부동산 에이전트이자 투자자인 제이콥 나이그는 “경쟁 입찰 상황에서는 감정이 담긴 편지가 결정적인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며 “하지만 진정성(authenticity)이 핵심”이라고 강조한다.


◇판매자와 에이전트를 위한 조언

오랫동안 살던 집을 떠나는 것이 어렵게 느껴진다면, 그것은 당연한 감정이다. 집은 단순한 건물이 아니라, 그 안에서 시간과 감정, 추억이 축적된 공간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이런 감정을 부정하거나 억누르기보다는, 솔직하게  인정하고, 에이전트와 함께  현실적인 목표를 설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예를 들어 우선순위가 최고가 매각인지, 신속한 거래 마감인지, 혹은 집을 소중히 여길 다음 소유자에게 넘기는 것인지 명확히 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감정은 협상의 걸림돌이 아닌 나침반

현대 부동산 시장에서 수많은 제안들이 종이 위에서는 비슷하게 보일 수 있다. 하지만 그 중에서 진짜 마음을 움직이는 제안은 사람의 이야기와 연결감이다. 결국, 집은 사람의 삶이 담긴 공간이고, 그만큼 감정이 개입될 수밖에 없는 상품이다.

부동산 거래에서 감정은 약점이 아니라 방향을 제시해주는 나침반이 될 수 있다. 거래의 ‘정답’은 오직 가격표에만 있지 않다. 진심이 담긴 이야기와 연결이 더 큰 가치를 만들어낸다.

구성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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