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현찰 구매'… 현명한 판단일까, 무리수일까
요즘 주택을 현찰로 구매하는 바이어가 늘고 있다. 장단점을 철저히 따져보고 행동에 옮겨야 한다. /AP
모기지 없이 집 사기, 정말 더 저렴한가
금리 공포에 뜨는 '현찰 구매', 함정도 있다
재산세부터 유지비까지, 놓칠 수 있는 것 많아
최근 모기지금리 인상이 계속되면서 모기지를 얻어 집을 사는 것이 부담스러워진 가운데 일부 바이어들은 아예 현금으로 주택을 매입하는 방법에 눈을 돌리고 있다. 특히 주택 구매 경쟁이 치열한 시장에서는 ‘현금 구매자’가 가장 매력적인 바이어로 여겨지고 있으며, 실제로 셀러들도 현금 제안을 더 선호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집을 살 때 목돈을 투입하는 ‘현금 구매’가 반드시 더 저렴하거나 간단한 선택은 아니다. 초기 구입 비용 외에도 숨겨진 클로징 비용과 장기적인 유지비용이 만만치 않다. ‘빚 없이 내 집 마련’이라는 꿈을 실현하려는 예비 바이어라면 현금 구매의 장점과 단점, 그리고 필수 체크리스트를 꼼꼼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
◇현금 구매란 무엇인가
‘현금으로 집을 산다’는 말은 말 그대로 대출 없이 개인 자금만으로 부동산을 전액 구매하는 것을 뜻한다. 사용 가능한 자금은 상속, 장기 저축, 또는 가족이나 지인으로부터의 증여 등이 될 수 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주택 구매 자금을 하나의 계좌에 모아 두는 것을 권장한다. 자금 출처를 명확히 하기 위함일 뿐 아니라 거래 직전 복잡한 이체로 인한 지연을 피하기 위해서다.
◇현금 구매의 가장 큰 착각: 클로징 비용이 없다?
대출이 없으니 추가 비용도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현실은 다르다. 대출 관련 수수료는 사라지더라도 기본적인 클로징 비용은 여전히 존재한다. 이 비용은 거래가 이루어질 때 반드시 지불해야 하며, 전체 구매 금액의 약 2~3% 수준이 될 수 있다.
샌호세 지역의 부동산 에이전트 데니스 슈어에 따르면 현금 바이어도 부동산 양도세, 등기 보험료 (Title Insurance), 감정 수수료(Appraisal), 홈인스펙션 비용 등을 부담해야 한다. 결국, 현금 구매자도 적지 않은 거래 비용을 부담하게 되는 셈이다.
◇집값만 내면 끝? 장기 유지비용 체크리스트
집을 전액 현찰로 구매했다 하더라도 이후에는 다양한 고정 비용이 주기적으로 발생한다. 이를 감당하지 못하면, ‘내 집 마련’의 꿈이 오히려 재정적인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
다음은 현금 구매 후 꼭 고려해야 할 주요 유지 비용들이다.
▶ 재산세(Property Tax)
모든 주택 소유주는 일년에 두번, 또는 매달 재산세를 납부해야 한다. 금액은 주택의 위치, 면적, 시세 등에 따라 달라진다.
▶ 주택 보험(Homeowners Insurance)
화재, 도난, 자연재해 등에 대비해 보험 가입은 필수다. 위치나 주택 유형에 따라 홍수보험, 지진보험 등의 특약이 추가될 수 있으며, 보험료는 연간 수천달러가 될 수 있다.
▶ 주택 관리 및 수리 비용
집은 시간이 지날수록 문제가 생기기 마련이다. 전문가들은 예상치 못한 수리나 교체 비용을 대비해 매달 일정 금액을 저축할 것을 권장한다. 일부 전문가들은 연간 약 450달러 수준의 홈 워런티(Home Warranty) 가입도 추천한다.
▶ HOA(주택 소유자 협회) 비용
공동 주택이나 커뮤니티 내 단독주택의 경우, HOA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 이 비용은 커뮤니티의 공용 시설 유지 및 관리에 사용되며, 의무적으로 납부해야 한다.
▶ 유틸리티
전기, 가스, 수도, 하수도, 쓰레기 처리 등의 요금도 매달 청구된다. 이전 소유자에게 최근 1년간의 평균 요금 내역을 요청하면 대략적인 생활비 산출이 가능하다.
◇현금 구매의 장점과 단점
현금 구매의 가장 큰 장점은 단연 거래 성사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대출 승인 절차가 생략되므로 에스크로 기간도 짧고, 복잡한 조건을 줄일 수 있다.
그러나 단점도 명확하다. 주택 구매 이후 발생하는 각종 세금과 유지비용을 추가적인 금융 수단 없이 오롯이 현금으로 감당해야 하므로, 전체 재정 상태가 충분히 안정된 경우에만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모든 구매자가 현금 구매가 가능한 시대?
최근에는 일반 소비자도 현금 구매자처럼 행동할 수 있도록 돕는 핀테크 기업들이 주목받고 있다. 대표적으로 Flyhomes, Better, Orchard 등은 구매자의 신용도와 자산 수준을 평가한 후, 그들의 이름으로 우선 현금 제안을 한 뒤 거래를 마무리하고, 이후 일반적인 모기지 대출 절차를 대신 진행하는 방식이다.
구성훈 기자 la@chosun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