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억 달러 끊긴 UCLA… '합의냐 소송이냐' 고심

지난해 UCLA 캠퍼스에서 친팔 시위대가 텐트를 치고 농성을 벌이는 모습. /AP
법무부 "UCLA, 유대인 학생 민권 침해"
9월2일까지 합의 없으면 소송 제기
연방법무부가 UCLA가 캠퍼스 친팔레스타인 시위 과정에서 유대인 학생들의 민권을 침해했다는 결론을 내린데 이어 여러 연방기관이 UCLA에 대한 연구 보조금 3억달러 이상을 중단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UC시스템은 막대한 재정 손실을 감수하며 합의에 나설지, 아니면 장기 소송전에 돌입할지를 두고 중대한 결정을 내려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LA타임스(LAT)에 따르면 법무부는 지난주 발표한 조사 결과에서 2023년10월 7일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 이후 시작된 가자지구 전쟁과 UCLA 캠퍼스 내 로이스 쿼드에서의 친팔레스타인 시위가 유대인 및 이스라엘계 학생들에게 “적대적 환경”을 조성했다고 밝혔다. 팸 본디 법무장관은 “UCLA는 유대인 학생들의 민원을 의도적으로 무시했으며, 그에 대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 같은 발표 직후 미국국립보건원(NIH), 국립과학재단(NSF), 에너지부 등 주요 연방 기관들은 UCLA에 지급되던 수백 개의 연구 보조금을 즉각 중단했다. NSF는 그 이유로 UCLA가 “차별 없는 연구 환경 조성에 실패하고, 입시 과정에서도 차별이 존재했다”고 지적했으며, 에너지부는 “UCLA가 남성의 여성 스포츠 참여를 허용해 여성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현재까지 확인된 손실 규모는 최소 3억달러에 달하며, 이는 UCLA가 매년 받는 연방 연구 지원금 약 11억 달러의 4분의 1에 해당한다. UCLA는 정확한 피해 총액을 공개하지 않았다. 훌리오 프랭크 UCLA 총장은 지난달 31일 전 교직원과 학생에게 보낸 메시지에서 “연방정부의 조치에 깊은 실망을 금할 수 없다”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수년간 미국 대학들이 과도하게 진보 성향이며, 백인 및 아시아계 학생을 역차별하고, 친팔레스타인 시위를 사실상 허용해왔다고 주장해왔다. 이에 대해 대학들은 대부분 부인하고 있으나 UCLA를 비롯한 일부 학교는 유대인 학생들의 우려에 대해 대응이 부족했음을 인정했다.
개빈 뉴섬 가주지사는 지난 1일 “이번 연구비 동결은 질병 치료, 암 연구, 국방 기술 개발 등 미국 전체의 안전을 위협하는 결정”이라며 “유대인 학생들의 정당한 우려를 연방 자금 삭감의 구실로 삼는 것은 잔인한 조작”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UC가 이번 사안에 대해 연방정부와 합의할 경우 콜럼비아대나 하버드대 등 명문 사립대와는 차원이 다른 정치적 파장을 야기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조지 블루멘탈 전 UC 샌타크루즈 총장은 “수억 달러에 달하는 합의금을 워싱턴에 지불하는 것은 가주에서 정치적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선택”이라고 말했다.
고등교육 전문가들은 UC의 선택이 전국 공립대학들에 선례를 남길 것이라고 본다. UC는 총 500억 달러 이상의 연간 운영 예산과 1800억 달러 규모의 투자자산(연금, 기금 등)을 보유한 미국 내 대표적인 공립대학 시스템이다.
트럼프 정부 시절 교육부 민권담당 차관보였던 케네스 마커스는 “UC 전체가 연방 정부와 시스템 차원의 합의를 이루는 것이 사태를 종결시키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법무부는 현재 UC 전체를 조사하고 있으나 UCLA에 대해서만 명시적 위반 사실을 통보한 상태다. 연방 정부는 오는 9월 2일까지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UCLA를 상대로 직접 소송을 제기할 방침이다.
구성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