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이야기] 건강의 경고등에 감사

제이슨 송
뉴커버넌트 아카데미 교장
서른 세 살이던 1999년, 아내와 함께 한인 미주이민 역사상 첫 기독교사립학교인 새언약학교(New Covenant Academy)를 설립했다. 올 가을로 개교 27년이 되어 감격스럽고 감사하다. 학생을 가르치며 그들의 발전과 성장을 돕는 것은 보람찬 일이다. 하지만, 학교를 설립하고, 교사를 훈련시키고, 학생을 가르치며, 작지만 한 조직의 살림을 꾸려나가는 것이 쉽지 않았다. 여러 크고 작은 난관이 많았는데 그 중 건강 문제도 있었다.
학교를 설립한 지 3년이 되었을 때 어느 날 가슴에 강한 통증을 느꼈다. 일반 근육통과 달리 가슴이 뻐근했고 조여왔다. 며칠간 진통제를 복용하며 스트레칭도 하고 휴식을 취했지만, 통증은 가시지 않았다. 그래서 심장 전문의를 찾아가 진단을 받았다.
심전도(EKG) 검사를 마친 뒤 의사는 무슨 일을 하냐고 물었다. 학교를 설립해 교사와 행정직을 맡고 있다고 했더니 일과를 낱낱이 나열하라고 했다. 그래서 새벽 5시 반부터 저녁 8시까지의 업무를 설명했다. 매일 스쿨버스 점검과 운전, 영어와 역사 수업 지도, 학교 행정, 부모 상담, 대학 진학 상담, 인준 준비 등 하루의 일정은 꽉 차 있었고, 밀린 업무는 토요일에 처리해야 했다.
다 듣고 난 뒤 의사는 아이가 있냐고 물었다. 아들이 세 살, 딸 아이는 두 살이라고 했더니, 의사는 또 아이들이 커서 초,중,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 진학하고, 결혼해 가정을 꾸미는 것을 보고 싶냐고 물었다. 당연히 그렇다고 답했다. 그렇다면 당장 일정을 조절해 일을 덜 하라고 그가 지시했다.
의사는, 조물주가 사람 왼쪽 빗장뼈(collar bone) 밑에 전기를 생성하는 기능을 만들어 놓았고, 전기가 두 개의 전선을 통해 심장으로 전달되어 심장을 뛰게 하는데, 그 두 개 전선 중 우측 선이 작동을 멈췄고, 기능을 상실한 전선은 다시 살릴 수 없다고 했다. 그리고, 거의 뼈만 남을 정도로 체중을 줄이지 않으면 평생 심장약을 복용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다행히도 우측 전선만 기능을 멈췄고, 좌측 전선이 더 굵고, 전기를 더 많이 전달하기에 잘만 하면 큰 문제없이 정상 생활이 가능하다고 했다. 하지만, 스트레스와 과한 업무를 계속하다가 좌측 전선까지 기능을 상실하면 인공심박동기(pacemaker)를 몸에 심어야 했다. 그는 40년간 심장 전문의로 일하며 30대 중반 젊은이에게 인공심박동기를 넣어본 적은 없다며 다시 한번 업무량을 줄이고 생활 방식을 개선하라고 경고했다.
그날 밤, 하나님이 맡긴 사역이라 여겼던 학교 일과 한 가정의 가장 역할을 놓고 깊이 생각하게 되었다. 결론은 두 아이를 둔 아버지로서의 책임이 학교 사역보다 더 막중하며, 가정이 우선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즉, 학교 사역을 통해 청소년에게 제공하는 봉사와 노고보다 아내와 두 아이에 대한 책임과 헌신이 더 중요하단 뜻이다. 그래서 당장 버스 운전사를 고용했고, 교사도 추가로 모집했다. 그리고, 그들에게 업무를 위임했다. 재정이 부족했지만 믿음으로 밀고 나갔고 감사하게도 곧 해결 되었다.
그때부터 학교 사역에 동참해 왔고, 지금은 학교의 이사로 섬기고 있는 목사 친구에게 요근래 심각한 건강 문제가 발생했다. 마음이 아팠고, 남의 일이 아니기에 충격도 컸다. 그리고, 나 자신의 건강에도 좀 더 신경을 써야겠다고 느꼈다. 그래서 이번 방학은 운동도 많이 했고 식단도 바꿔 체중을 좀 줄였다.
지난 시간을 돌아보니 젊어서 받은 심장 우각차단(right bundle branch block) 진단이 축복이었다. 왜냐하면 몸이 피곤하고 스트레스가 쌓이면 가슴이 서서히 조여오기 때문이다. 그러면 짧게라도 휴식을 취했고, 주변 사람에게 배려를 청할 수 있었다. 그렇기에, 우각차단은 신이 주신 선물, 속도를 늦춰 좀 천천히 가라는 경고등(warning light)이었다.
이제 가을 학기, 새 학년이 코 앞에 다가와 준비 작업에 몸과 마음이 분주하다. 피곤해 입술도 불어 터졌다. 하지만, 올해에도 최선을 다하되 무리는 하지 않기로 다짐한다. 그리고, 건강을 잘 관리하고 유지해 더 효율적으로 맡은 일을 감당하기로 다짐한다. 그래야 나중에 자식과 아내에게도 짐이 되지 않을 것 아닌가?
건강이 무너지면 아무것도 못한다. 건강이 무너지면 누가 불러주지도 않고, 아니 불러줘도 못 간다. 건강한 몸이 자산이다. 쉴 틈이 없다며 배부른 소리 하지 말라고 필자를 비난하기 전, 잘 먹고 잘 쉬어서 더 장시간, 더 효율적으로 뛰길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