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 에세이] 신앙과 공동체의 중요성을 되새기는 성경 속 절기들
삶의 의미를 찾아 떠난 어린 암 환자들을 통해 주어진 삶에 감사한 마음을 선물하는 영화 ‘안녕, 헤이즐’(The Fault in Our Stars, 2014)
진건호 목사(하톤교회)
성경에는 7개의 절기가 등장합니다. 그 중 맥주 감사절, 오순절, 성령강림절은 신앙과 공동체의 중요성을 되새기고 있습니다. 사실 초신자뿐만 아니라 교회를 오랫동안 섬겨 온 신자분들이라 할지라도 절기들이 왜 지금에 와서 새삼 중요하냐는 의문이 들 수 있습니다. 반면 최근 들어 많은 사람들이 맥주 감사절, 오순절, 성령강림절과 같은 전통적인 절기의 의미를 되새기며 신앙의 깊이를 더하고 있다. 이 절기들은 각각 농업적 축제와 신앙적 의미를 지니고 있으며 공동체와 하나님의 은혜에 대한 감사를 일깨워 줍니다. 따라서 우리 신자들에게 있어서 절기는 예수님의 구원사역과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을 뿐만 아니라 교회 공동체가 하나님의 은혜를 잊지 않으면서 ‘감사’의 삶을 살아갈 수 있는 원동력을 우리에게 가르쳐 주는 귀중한 날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따라서 어떤 분들은 이러한 절기들이 단순한 ‘세속적 시간’이 아닌 ‘영적 시간’의 의미를 갖는다고 이야기 하기도 합니다.
#. 맥주 감사절 : 수확의 기쁨을 나누는 감사의 날
맥주 감사절(Shavuot)은 유대인의 주요 절기 중 하나로, 보리 수확이 끝난 후 밀 수확의 시작을 기념하는 축제입니다. 어떤 이들은 맥추감사절이 왜 오늘날 중요한가에 대한 의문을 갖게 될 것입니다. 무엇보다도 교파에 따라 많은 교회들은 맥추감사절 감사예배를 드리는 곳도 있고 그렇지 않은 곳도 있기 때문입니다. 이 절기는 무엇보다도 하나님께서 이스라엘 백성에게 주신 ‘율법’을 기념하기도 하며 농업적 측면에서 수확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이스라엘이 하나님께 첫 열매를 드린 날은 두 번 입니다. 첫째는 유월절 다음 날부터 1주일간 계속되는 무교절의 둘째 날에 보리의 첫 이삭 한 단을 하나님께 드렸습니다(레위기 23:4-14). 그 후로 7주가 지난 맥추감사절(麥秋感謝節)에 밀의 첫 이삭으로 떡을 만들어 하나님께 바쳤습니다(민수기 28:26). 무교절(無酵節)에 보리의 첫 이삭을 드리지만, 맥추감사절을 '처음 익은 열매 드리는 날'이라고 말하는 것은 각 사람이 하나님께 첫 열매를 자원하여 드리기 때문(신명기 16:9-12)입니다. 성경의 출애굽기 23장 16절에서 “너는 수확의 첫 열매를 주께 가져오고”라는 말씀을 통해 하나님께 드리는 감사의 마음을 잘 보여줍니다. 이 날을 기념하며 사람들은 하나님께서 주신 축복에 감사하고, 공동체와 함께 나누는 기쁨을 배워야 함을 느낀 것입니다. 오늘날 현대 교회에서는 대부분 7월 첫째 주일을 맥추감사절로 드립니다. 한 해의 절반을 보내는 동안 하나님께서 베푸어 주신 은혜와 평강에 대해서 감사하는 주일로 정하여 드리고 있는 것이지요. 한 해가 시작된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절반이 은혜가운데 지나갔으니 감사를 드리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것입니다.
#. 오순절: 성령의 임재와 교회의 탄생
오순절은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 후 50일째 되는 날로, 성령이 제자들에게 강림한 사건을 기념합니다. 이 날은 교회의 탄생으로 여겨지며, 사도행전 2장 4절에서 “그들이 다 성령의 충만함을 받아”라는 구절을 통해 성령의 임재를 강조합니다. 성령의 임재와 능력을 통해 제자들이 복음을 전파하게 되는 계기가 되는 것입니다. 오순절의 의미는 성령의 인도하심을 받아 삶을 변화시키고 세상에 하나님의 사랑과 복음을 전파하는 사명을 다해야 함을 상기 시킵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원래는 유대인들이 처음 수확한 농산물을 바치는 날을 말한 것으로 유래되어 유월절과 무교절 후에 오는 초실절로부터 50일째 되는 날인 칠칠절이 변역되어 오순절로 정착되었습니다. 유대인들은 이날을 모세가 율법(토라)을 받으러 시내산에 올라간 날로도 기념하고 있습니다. 유대교에서의 오순절(칠칠절)이 ‘율법을 받은 날’을 기념하는 의미가 강했다면, 그리스도교에서의 오순절은 ‘성령을 받은 날’을 기념하는 의미로 바뀌게 된 것입니다. 오순절은 단순히 과거에 있었던 사건이 아니라 오늘날에도 성령 충만한 신앙을 강조하는 중요한 것이기에 오늘날 많은 신자들이 기념하며 성령의 인도하심을 구하고 신앙을 더욱 깊이 다지는 계기로 삼고 있습니다.
#. 성령강림절 : 연합과 사명의 중요성
성령강림절은 오순절과 동일한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성령이 제자들에게 임재하여 그들의 언어를 변화시키고 복음을 전할 수 있도록 돕는 사건을 중심으로 합니다. 사도행전 1장 8절에서는 “오직 성령이 너희에게 임하시면 너희가 권능을 받고”라는 말씀을 통해 성령의 은혜를 강조하며 그리스도교 공동체의 연합과 사명 수행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성령의 은혜를 통해 서로를 이해하고 사랑하는 자세를 가져야 함을 깨닫게 하는 것입니다. 성령강림절은 성경에 예언된 말씀대로 성령께서 이 땅에 강림하신 날입니다. 성탄절이 예수님께서 이 땅에 오신 날이라면 성령강림절은 성령께서 이 땅에 오신 날입니다. 그런데 오늘날 많은 신자들이 성탄절은 기억 하면서도 이 땅에 교회를 세우시기 위하여 우리 가운데 찾아오신 성령강림절은 잘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성령께서 강림하셨기에 교회가 세워지고 우리가 예수 그리스도를 영접하였으니 너무나도 귀한 날이 아닐 수 없습니다. 고전12:3절에 "성령으로 말미암지 아니하고는 누구든지 주시라 할 수 없느니라"고 했습니다. 성령께서 오시지 않았다면 우리 중에 아무도 예수를 주라고 시인할 수 없었을 것이고 성령께서 강림하시지 않으셨다면 교회는 시작되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러므로 오늘날 성령강림절은 구원받은 하나님의 사람들에게는 너무나 중요한 절기가 아닐 수 없습니다.
#. 감사 결핍의 시대
지금 우리는 ‘감사 결핍의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감사가 인간의 정서 중에서 가장 오랜 역사와 깊은 의미를 지닌 감정임에도 그러합니다. 감사의 본질은 단순히 누군가로부터 받은 선의에 대한 감사가 결코 아닙니다. 하나님께서 허락하신 모든 것들에 대한 감사입니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 조차 ‘감사’를 모르고 사는 사람을 ‘무덕(無德)’한 사람으로 규정하고 은혜를 기억하지 않는 태도야 말로 공동체의 유대를 악화시킨다고 경고했습니다. 고대 철학에서 조차 감사가 도덕 감정이면서 시민적, 사회적 책임으로 규정할 만큼 우리의 삶을 더 깊이 있고 풍성하게 만드는 중요한 요소인 셈입니다. 따라서 맥추 감사절, 오순절, 성령강림절은 삶의 다양한 면에서 감사하며 서로를 사랑하고 이해하는 자세를 가르쳐 준다는 면에서 신자들에게 중요합니다. 교회와 신자들에게서 감사가 사라지는 순간 이기적 집단과 개인으로 철저하게 사회에서 외면 당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죠. 하여 이러한 절기를 통해 우리는 신앙의 깊이를 더하고, 공동체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되새기게 되고 ‘감사’의 의미를 다시 한번 되새기게 됩니다. 우리 모두가 이러한 전통을 기억하며 각자의 위치에서 하나님과의 관계를 더욱 깊이 있게 만들어 나가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