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밥·만두 좋아하는 한국계 경찰서장 떴다
29일 올림픽경찰서에서 만난 레이첼 로드리게스 서장이 경찰서 내 벽화 앞에서 환한 미소를 짓고 있다. /구성훈 기자
<미주조선일보와 함께 뜁니다>레이첼 로드리게스 LAPD 올림픽 경찰서장
한인 어머니, 멕시코계 아버지
부친·오빠도 LAPD, '경찰가족'
주민 체류신분 절대 묻지 않아
"범죄피해 꼭 신고해달라" 당부
지난 27일 LA 한인타운을 관할하는 LAPD 올림픽경찰서에 특별한 인물이 새 서장으로 부임했다.
바로 한인 어머니와 멕시코계 아버지를 둔 레이첼 로드리게스(Rachel Rodriguez) 서장이다.
로드리게스 서장의 스토리는 마치 현대 미국의 축소판 같다.
어머니 김연숙씨는 한국에서 이민 온 1세, 아버지 로버트 로드리게스는 미국에서 태어난 멕시칸 2세다.
노스 캐롤라이나주에서 출생한 로드리게스 서장은 1남 2녀 중 막내로 가족 모두 공공서비스에 몸담고 있다. 아버지는 22년간 LAPD 경관으로 근무했고, 오빠 역시 현직 LAPD 경관이며, 언니는 LA카운티 보건국에서 일한다.
흥미롭게도 그에게는 한국 이름이 없다. 그는 "부모님은 어릴 때부터 나를 철저하게 '미국인(American)'으로 교육시키셨다”며 “이런 배경 때문에 미국에 대한 투철한 애국심을 갖게 됐다”고 설명했다. 미 해병대 출신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경찰직에 관심을 가진 그는 2005년 LAPD에 입문했다.
캘스테이트 롱비치(CSULB)에서 범죄학과 정치학으로 학사학위를, 이후 같은 대학에서 범죄학 석사까지 취득한 진정한 '인텔리 경찰관'이다. 순찰경관으로 시작해 수사관, 행정직, 스페셜 유닛, 왓치커맨더를 거쳐 마이클 무어 전 LAPD 국장의 참모 역할인 이그제큐티브 오피서(executive officer)까지 지낸 그의 이력은 LAPD 내 다양한 포지션을 두루 거친 베테랑임을 보여준다.
한국어는 거의 못하지만 그의 한국 사랑은 남다르다. "어머니가 만드는 김밥과 만두가 가장 좋아하는 한국 음식"이라는 로드리게스 서장은 한국을 여러 번 방문했으며, 특히 2019년 2주 반 동안의 방문 중 제주도에서 보낸 휴가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전했다. 모친과 함께 한국 드라마를 즐겨보지만 동시에 컨트리 뮤직을 사랑하는 그의 취향은 그의 다문화적 배경을 그대로 보여준다.
올해 한인타운에서 살인, 강도, 성폭행, 단순 폭력 등 대인범죄가 21.6% 감소하고, 재산범죄도 12.6% 줄어든 것은 우연이 아니다. 로드리게스 서장은 갈수록 심각성을 더하는 소매업소 대상 절도, 숍리프팅 등에 대응하기 위해 정기적으로 사복경관들이 고객으로 가장해 함정수사를 벌여 절도범을 체포하는 등 적극적인 범죄 대응 및 예방 활동을 펼치고 있다고 밝혔다.
LA카운티 검찰과의 동반자 관계를 바탕으로 범죄자 강력 처벌을 위해 노력하는 한편, LA한인회, LA한인타운 시니어&커뮤니티센터 등 한인 단체 및 기관, 관내 비즈니스, 비영리 단체 등과 파트너십도 적극 구축하고 있다.
모두 223명의 경관이 근무하는 올림픽 경찰서는 월~금요일 로비 프론트데스크에서 한국어 통역 서비스를 제공한다. 로드리게스 서장은 체류신분 문제로 범죄 피해를 당하고도 신고를 꺼리는 주민들에게 "LAPD는 절대 체류신분을 묻지 않는다. 불법 체류자 단속은 연방정부 소관"이라고 강조하며 적극적인 범죄 피해 신고를 당부했다.
"내가 한 일에 대해 책임지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강조하는 로드리게스 서장은 자신을 솔직하고 연민을 가진 리더
로 평가한다.
한국의 정, 멕시코의 열정, 미국의 실용주의가 만나 탄생한 로드리게스 서장.
그가 책임지는 한인타운이 더욱 안전하고 따뜻한 공간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어머니의 김밥처럼 다양한 재료가 하나로 어우러져 맛있는 요리가 되듯, 그의 다문화적 배경이 한인타운 치안의 새로운 레서피로 떠오를지 많은 이들이 지켜보고 있다.
구성훈 기자 la@chosun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