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천 칼럼] 돌 하나, 그 자리에 놓이는 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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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천 칼럼] 돌 하나, 그 자리에 놓이는 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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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남옥 (시인, 수필가, 나성영락교회 은퇴 권사)

 

   가끔은 내가 세상에 어울리지 않는 못난이 돌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형편없는 사람처럼, 여기저기 흠이 많다는 말이다. 사람들은 자신이 정한 기준에 맞지 않으면 은근한 편견을 갖고 대한다. 그래서 우리는 모난 구석을 애써 숨기고, 각을 깎으며 살아간다. 비슷비슷한 벽돌이 되면 공감하고 사랑 받을 있을 거라 믿기 때문이다.

   어느 지인께서 사진 장을 보여주셨다. 하나는 거친 돌들이 울퉁불퉁 어우러진 돌담이고, 다른 하나는 붉은 벽돌이 가지런히 쌓인 벽이었다. 그리고 말씀하셨다. “혹시 이어령 선생님의돌담과 벽돌담이란 영상 봤어요? ‘돌담은 퍼즐처럼, 하나하나를 생각하며 쌓아야 해요. 세상에 똑같은 돌은 하나도 없으니까요.’라고 하시더라고요.”

   무릎을 '' 쳤다. 그렇구나, 같은 돌은 하나도 없다. , 깨진 , 둥글게 닳은 , 색깔마저 저마다 다르다. 하나하나의 자리를 생각하며 쌓을 , 담은 살아 쉬는 생명의 담이 된다.

   어떤 사람들은 자신을 스스로 자꾸부족하다’, ‘형편없다라고 말한다. 나도 그랬다. 어떤 부분은 열정적으로 해내면서도, 다른 한쪽에서는 덤벙대고 실수하며 자책한다. ‘ 나는 이렇게 밖에 안될까?’라고 하는 마음에 눌릴 때가 있다.

   가정 안에서도 마찬가지다. 우리 서로를 돌담처럼 바라보기보다는 벽돌담처럼 균일하길 기대하며 살고 있지는 않을까. 각이 맞지 않으면 실망하고, 들쭉날쭉한 모습에 때론 말이 날카로워지고, 마음이 멍들기도 한다.

   하지만 견고하고 튼튼한 벽은 벽돌로 만든 담이 아니라, 서로 다른 돌들이 어우러져 완성된 돌담이다. 모양이 달라도, 각이 서툴러도, 자리에 놓였기 때문에, 자리에 있어야 했기 때문에, 아름답고 단단한 담이 되는 것이다.

   가정이든, 일터든, 어떤 관계든, 하나하나의 자리를 인정할 , 담은 무너지지 않는다. 서로의 다름을 받아들일 , 우리는 더는 상대를 억지로 깎아 맞추려 애쓰지 않게 된다.

   모난 돌이 있으면, 둥근 돌이 감싸주고, 작은 돌은 빈틈을 메우며 함께 서는, 그런 돌담이야말로 살아 있는 생명의 벽이다.

   우리는 하나님이 만드신 자연석이다. 하나님께서 우리를 벽돌처럼 찍어낸 존재로 만드시지 않으셨다. 모양도 색도 다른 돌들을 부르셔서, 하나하나 자세히 들여다보시며, “ 자리에, 방향으로 놓아야 단단해진다.” 하시며 우리 가정과 교회와 공동체를 쌓아가시는 분이다.

   그렇게 우리를 세우시는 하나님의 사랑을 신뢰하며, 이제는 모습 그대로 감사하고 싶다. 그리고 내가 자리 나의 위치에서 감당하는 나의 역할에 감사하고 싶다. 자리. 역할은 하나님이 고르고 골라 거기에 놓아두신 바로 자리, 바로 역할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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