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해튼서 36년간 1억개 샌드위치로 성공 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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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해튼서 36년간 1억개 샌드위치로 성공 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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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의 유명 샌드위치 프랜차이즈 '렌위치'의 창업자 레니 주 대표. /윤주헌특파원


'렌위치' 창업 레니 주 대표 

14곳 운영, 벅스 공동구단주


유행이 빨리 바뀌고 소비자 입맛이 까다롭기로 유명한 뉴욕에선 반짝 성공하기도 힘들지만 오래가는 건 더 어렵다. 뉴욕시에 따르면 신규 레스토랑의 약 70%가 5년 안에 문을 닫고 연간 4000여 식당이 사라진다. 그 치열한 지역에서 유대인들이 즐겨 먹는 파스트라미(소금에 절인 소고기) 샌드위치를 누적 1억개 이상 팔며 맨해튼에만 매장 14개를 낸 한인이 있다. 뉴욕 대표 샌드위치 가게로 떠오른 ‘렌위치(Lenwich)’를 창업한 레니 주(한국명 주세훈)씨가 그 주인공이다. 

 

한국에서 태어난 주씨는 대학생이던 1983년 가족들과 함께 이모가 먼저 정착한 뉴욕으로 이주했다. 5남매의 장남인 그는 1989년 동생 브라이언 주(렌위치 코리아 대표)와 함께 컬럼비아대 근처에 약 530 스퀘어피트 짜리 조그만 샌드위치 가게를 냈다. 당시만해도 한인들이 운영하는 식당은 설렁탕 등 한식 위주였다. 


엉뚱하게 파스트라미 샌드위치를 만들기 시작한 이유에 대해 그는 “한식은 한인들을 상대로 한 음식이니 손님이 너무 한정될 것 같았다”면서 “미국인들이 식사용으로 찾는 샌드위치로 승부를 보기로 했다”고 말했다. 주변 한인들이 “샌드위치 하나로 어떻게 장사를 하겠느냐”며 말렸지만 고집을 꺾지 않았다.


검은 머리의 동양인이 파는 샌드위치에 시큰둥했던 손님들은 눈앞에서 고기를 썰어 넣어주는 ‘오픈 키친’ 방식을 보고 몰려들기 시작했다. 주씨는 “다른 가게는 다 만들어진 샌드위치를 줬기 때문에 손님 입장에서는 어느 부위 고기가 들어가는지 알 수 없었다”면서 “우리는 일본 초밥집처럼 눈앞에서 조리해 주니 고객들이 신뢰했다”고 말했다. 가족을 먹여 살려야 한다는 생각으로 성탄절 하루를 뺀 364일 가게 문을 열었다. 2020년 몰아닥친 코로나 팬데믹 시기엔 거리에서 사람들이 사라지며 20여개에 달했던 매장이 하나 둘씩 줄어드는 어려움도 겪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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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씨는 “15년 전엔 태국 음식이 유행했고, 그 다음엔 베트남 음식, 그리고 코로나 직전엔 멕시코 음식이 유행했다”면서 “트렌드는 금방 사라지지만 샌드위치 같은 기본 음식은 맛있고 품질이 좋으면 꾸준하게 팔린다”고 했다. 샌드위치를 만들 때는 간단한 규칙을 철저하게 지킨다. 촉촉한 토마토에 닿아 빵이 눅눅해지는 것을 막기 위해 잘게 썬 양상추를 빵에 얹고 토마토는 그 위에 올린다. 고기는 두툼하게 썰지 않고 여러 장을 얇게 썰어 담는다. 고기와 고기 사이에 공기가 들어가야 맛있기 때문이다.


주씨는 프로 농구(NBA) 밀워키 벅스의 공동 구단주로도 활동 중이다. 최근에는 틈 날 때마다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지식을 찾으며 “어떻게 하면 젊은 감각을 잃지 않을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고했다.

한편 스타벅스는 ‘뉴욕 정통 샌드위치’를 선보이겠다며 21일부터 한국2000여 매장에서 렌위치 샌드위치를 팔기 시작했다. 이민자가 미국에서 먼저 성공시킨 제품을 한국으로 들여온 드문 사례다.

 

뉴욕=윤주헌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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