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는 나간다"… 트럼프 vs 머독 '음란편지' 충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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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는 나간다"… 트럼프 vs 머독 '음란편지' 충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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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왼쪽) 대통령과 루퍼트 머독. /AP


보수정권·언론의 정면대결

엡스타인에 생일편지 보낸 의혹

"보도하지 말라" 압박 안통하자

트럼프, WSJ에 100억달러 소송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003년 미성년자 성착취범 제프리 엡스타인의 50번째 생일을 축하하며 외설적인 그림을 그려 넣은 편지를 보냈다는 논란이 권력과 언론의 정면충돌로 번지고 있다. 

트럼프는 이 같은 내용을 보도한 월스트리트저널(WSJ)과 모회사 다우존스·뉴스코퍼레이션, 사주 루퍼트 머독 등을 상대로 18일 100억달러 규모의 명예훼손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언론 재벌’ 머독은 강경 대응을 예고하며 맞서고 있다.

이번 보도를 앞두고 트럼프와 캐럴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 등이 머독과 WSJ 편집국장, 뉴스코퍼레이션 최고경영자(CEO) 등에게 여러 차례 전화를 걸어 기사를 내지 말라고 압박했지만 통하지 않았다. 여기엔 ‘사주가 편집에 관여해선 안 된다’는 머독의 신념이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머독은 2016·2024년 대선에서 트럼프를 지지했지만, WSJ는 트럼프가 2기 취임 직후인 지난 2월 멕시코·캐나다에 관세 부과를 예고했을 때도 ‘역사상 가장 어리석은 무역 전쟁’이라고 비판하는 사설을 게재한 바 있다.

머독은 소유한 매체의 영향력을 키우기 위해 유명인의 사생활 폭로나 선정적 사진 게재 등 수단을 가리지 않는다는 비판을 받았고, 독단적이고 비윤리적인 경영 등을 이유로 주주들의 해임 요구에 직면하기도 했다. 

그러나 WSJ 기자 출신인 개브리엘 칸 서던캘리포니아대(USC) 교수는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지난 60년 동안 저지른 여러 끔찍한 일에도 불구하고 머독은 진정한 신문인”이라며 “그는 좋은 뉴스와 특종을 사랑한다. 뉴스의 중심에 서는 것을 좋아하지, 기사를 막는 사람이 아니다”라고 했다. 

또 “과거에도 할리우드 제작사의 고위 인사들이 보도를 막으려 머독에게 자주 전화했지만 그때마다 머독은 하나같이 ‘미안하지만, 기사는 나간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트럼프는 기사가 보도된 뒤 WSJ에 소송을 제기하며 머독을 겨냥해 “소송으로 엉덩이를 찢어발기겠다”고 위협했다. 

다우존스 측은 “우리는 보도된 내용의 엄격함과 정확성에 신뢰를 갖고 있다”며 “그 어떤 소송에도 강력히 대응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트럼프에게 비판적인 내용을 보도했다가 송사에 휘말린 일부 다른 매체들과 달리 WSJ에서 트럼프 기념 사업에 거액을 기부하는 등의 방식으로 소송을 무마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전망이 나온다.

머독이 창업한 뉴스코퍼레이션은 WSJ와 폭스뉴스, 뉴욕포스트, 영국 일간 더타임스와 대중지 더선 등을 보유한 ‘미디어 제국’으로 불린다. 이 중 폭스뉴스는 트럼프의 재집권과 함께 제2의 전성기를 맞았다. 피트 헤그세스 국방 장관, 숀 더피 교통부 장관 등 폭스뉴스 출신 인사들이 대거 요직에 발탁됐고 트럼프 본인을 포함한 정부 고위 당국자들이 줄지어 출연하고 있다. 

뉴욕포스트는 1970~80년대 뉴욕에서 부동산 개발업자로 활동했던 트럼프가 대중에게 이름을 알린 매체다. 언론에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핵심 측근 수지 와일스 백악관 비서실장이 최근 인터뷰에 등장해 미 정가에서 크게 화제가 된 매체도 뉴욕포스트였다. 

워싱턴=김은중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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