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C 계열대학, 모든 캠퍼스 학기제 전환 검토
현재 9개 중 7개는 쿼터제 시행
실현되면 60년만에 대변화
올 가을 보고서 제출 예정
UC계열대학(이하 UC)이 9개 캠퍼스 전체를 '학기제(semester system)'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중인 것으로 나타나 학생 및 학부모들의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약 60년 전 학생 수의 급격한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UC는 학사 일정을 학기제에서 속도감 있는 쿼터제(quater system)로 전환했다. 이는 짧은 기간의 수업을 더 많이 배치해 수용가능 학생수를 늘리기 위한 조치였다. 당시 UC는 스탠퍼드대를 포함한 일부 사립대와 마찬가지로 1차 세계대전 이후 군사 훈련을 병행했던 학생들을 고려해 도입된 쿼터제 흐름에 동참한 셈이다. 그러나 오늘날 쿼터제를 시행하는 대학은 계속 줄고 있다. 전미교육통계센터에 따르면 1990년대 중반 약 150개에 달하던 쿼터제 대학은 현재 약 50개 수준으로 감소했다.
LA타임스(LAT)에 따르면 UC는 미국에서 여전히 쿼터제를 유지하는 몇 안 되는 대형 대학시스템 중 하나다. 현재 버클리와 머세드 캠퍼스만이 학기제를 운영하고 있으며, 나머지 7개 학부 캠퍼스는 여전히 쿼터제를 유지 중이다. UCLA 앤더슨 경영대학원의 댄 미첼 명예교수는 “이 문제는 UC에서 이미 여러 번 시도된 적이 있다. 이번에 실제로 전환이 이뤄진다면 매우 큰 변화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가을부터 UC는 학기제 전환 및 하이브리드 운영 방식을 포함해 다양한 방안을 모색 중이다.
학생들의 학업 성과, 행정 비용, 수강신청 및 수업일정 변경 등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고 있으며, 올 가을 UC총괄 부총장과 학무위원회 등에 최종보고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UC 학사일정 개편 워크그룹은 “UC학생경험을 개선하고 졸업 후 진로까지 지원하는 방안을 논의하면서 모든 캠퍼스에 동일한 학사 일정(학기제 또는 쿼터제)을 적용하는 것이 협업과 일관성을 높이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의견이 제기됐다”고 밝혔다.
학기제로의 전환이 실현될 경우 9개 학부 캠퍼스 간 수업 접근성이나 여름 인턴십·아르바이트 기회 제공 면에서 균등성이 개선될 수 있다는 평가도 있다. 특히 공동프로그램이나 교수진이 여러 단과대에 걸쳐 있는 경우 일정이 불일치하면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 실제로 UCLA와 UC데이비스 법대는 학기제를 따르고 있지만 두 학교 모두 학부는 쿼터제를 운영 중이다.
일부 학생 및 교수진은 캠퍼스 간 전과나 협업 프로그램을 고려할 때 동일한 학사 일정 운영이 ‘UC 시스템’이라는 이름에 부합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모두가 찬성하는 것은 아니다. 2022년 미국 경제학 저널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학기제로 전환한 대학들은 단기적으로 졸업률이 하락하고, 일부 학생들은 성적이 낮아지거나 전공을 선택하는 시기가 늦춰지는 등 부정적인 영향을 겪었다.
무엇보다 큰 걸림돌은 비용이다. 커리큘럼, 수강 지도, 행정 운영, 정보기술(IT) 시스템 개편 등을 포함한 시스템 전환 비용은 UC 전체 기준 약 2억8800만달러에서 최대 3억7100만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캘스테이트대학(CSU)이 쿼터제를 유지하고 있는 마지막 캠퍼스인 캘폴리 샌루이스 오비스포를 2026년까지 학기제로 전환하기 위해 투입하는 비용은 약 2000만 달러다. 예산 삭감, 계약 미갱신, 시스템 전반의 신규채용 동결 등 재정적 압박을 받고 있는 UC에서 ‘지금이 학사제 개편을 추진할 시점인가’에 대한 회의론도 적지 않다.
구성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