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칼럼] 숨 안 찬 걷기운동이 뇌를 지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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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칼럼] 숨 안 찬 걷기운동이 뇌를 지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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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영빈

임영빈 내과 원장 


최근 유튜브와 SNS를 중심으로 ‘존2 운동’이 중년층 사이에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숨이 차지 않을 정도의 낮은 강도로 꾸준히 걷거나 자전거를 타는 이 운동은, 듣기엔 소박해 보이지만 건강의 판을 바꾸는 중요한 열쇠가 된다.


존2 운동은 전체 다섯 단계로 구분되는 심박수 구간 중 두 번째에 해당하는 저강도 유산소운동을 말한다. 대화가 가능할 정도의 강도에서, 일정 시간 이상 지속하는 방식이다. 운동선수들 사이에선 오래 전부터 기초체력을 기르는 핵심훈련으로 쓰여 왔지만, 최근에는 세계적 사이클리스트 타데이 포가차의 트레이너인 이니고 산 밀란 교수, 스탠퍼드 의대 앤드루 휴버맨 교수, Outlive의 저자 피터 아티아가 나서며 대중적으로 조명을 받기 시작했다.


놀라운 점은 이 운동이 단순히 체력을 유지하는 것을 넘어, 뇌 건강과 치매예방에도 중요한 효과를 보일 수 있다는 것이다. 그 핵심에는 ‘BDNF(Brain-Derived Neurotrophic Factor, 뇌유래신경영양인자)’라는 단백질이 있다. BDNF는 신경세포의 성장, 연결, 생존에 필수적인 물질로, 기억력과 학습능력, 집중력 유지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런데 운동, 특히 중강도 유산소운동은 이 BDNF 수치를 꾸준히 끌어올릴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생활습관 중 하나로 밝혀지고 있다.


올해 초 발표된 2025년 메타분석에서는, 노인을 대상으로 한 35건의 무작위 임상시험을 분석한 결과 '규칙적인 유산소운동이 안정 시 BDNF 수치를 유의미하게 상승시켰다(SMD 0.48)'고 보고했다. 특히 주 3~4회, 중강도 이상으로 12주 이상 운동한 그룹에서 가장 뚜렷한 상승효과가 확인됐다. 이런 생물학적 변화는 단순한 수치 상승에 그치지 않는다.


BDNF는 해마와 전전두엽에서 작용하며 신경세포의 생존, 시냅스 연결강화, 그리고 기억회로의 안정성에 영향을 준다. 운동 중 뇌로 유입되는 산소와 젖산, 그리고 운동 후 분비되는 노르에피네프린, IGF-1 같은 신경활성 호르몬들이 BDNF 유전자 발현을 자극하면서, 실질적으로 뇌 구조와 기능 모두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


이러한 기전은 실제 인지기능의 변화로도 이어진다. 최근 경도인지장애(MCI) 환자를 대상으로 한 여러 임상연구에서도 유산소운동이 BDNF를 증가시킬 뿐 아니라, 실행기능과 기억력 향상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하루 30분. 숨이 많이 차지 않아도 된다. 오히려 말을 할 수 있을 정도의 편안한 호흡 속에서, 뇌는 가장 깊게 반응한다. 몸은 천천히 움직이지만, 뇌는 그 속에서 젊어지고 있다. 더 상세한 정보는 새로 출간한 <천천히 나이 드는 법>에 찾아볼 수 있다. 문의 (213) 909-98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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