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체자 단속 현장서 시민권자 ‘봉변’… ICE, 여러명 체포 ‘자랑’

37세 남가주 대학원생 조브 가르시아
LA 홈디포서 검거, 하루 뒤 석방
"체포당시 아무도 신분증 요구 안해"
지난 19일 LA지역 홈디포 주차장에서 연방이민세관단속국(ICE) 요원들의 불체자 단속현장을 촬영하던 라티노 시민권자가 체포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LA타임스(LAT)에 따르면 체포된 인물은 조브 가르시아(37)로 클레어몬트 대학원 박사과정에 재학중이며, 사진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당시 그는 단순히 택배를 찾기 위해 홈디포를 방문했다 봉변을 당했다.
가르시아는 단속 현장을 목격한 뒤 휴대폰으로 촬영을 시작했으며 요원들에게 “불필요한 인간들”이라고 소리친 뒤 한 트럭을 둘러싸고 있는 요원들을 따라가며 비디오를 찍었다.
가르시아가 촬영한 비디오에는 국경순찰대 요원이 무전을 친 뒤 곤봉으로 트럭 창문을 깨고, 그 안에서 문자를 보내던 운전자가 놀란 표정으로 앉아 있는 장면이 담겨 있다.
그는 촬영 중 한 요원이 자신을 밀쳤고, 반사적으로 손을 쳐냈다고 진술했다. 곧이어 그 요원이 그의 팔을 뒤로 꺾었고, 다른 요원 3명이 달려들어 바닥에 넘어뜨렸다고 전했다. 비디오에서는 요원이 “바닥에 엎드려”, “감옥에 가고 싶다며? 좋아, 가게 해줄게”라고 외치는 장면도 녹음돼 있다. 가르시아는 체포 당시 수갑이 너무 세게 채워져 손가락 끝이 저릴 정도였고, 숨쉬기도 어려웠다고 밝혔다. 그는 당시 상황에 대해 “정말 여기서 죽을 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체포 후 그는 다저 스타디움 인근의 장소로 이송돼 한 시간 이상 억류됐다. 그곳에서 요원들이 “오늘 몇 명 잡았어?”, “31명”, “오늘 하루 잘했다”며 자랑하는 장면을 목격했다고 한다. 가르시아는 체포 당시 단 한명의 요원도 그의 시민권 여부를 확인하지 않았고, 신분증을 요구한 이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요원들은 그가 불법 체류자일 것이라고 단정한 듯 행동했으며 한 요원은 서툰 스패니시로 “여기서 기다리라”고 말했고 이에 그는 “나 영어 한다고, 멍청아”라고 영어로 응수했다고 밝혔다.
그는 20일 LA시내 연방 구치소에서 석방됐으며 현재까지 형사기소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최근 연방요원들의 불체자 단속 과정에서 이와 유사하게 미국 시민이 체포되는 사례가 여러 건 보고되고 있다.
국토안보부(DHS)는 이들 중 일부가 '수사 방해' 혐의로 체포됐다고 밝혔지만 가르시아의 체포 사유와 혐의 여부에 대한 명확한 답변은 하지 않았다. LA연방지검 대변인은 DHS에 문의할 것을 권고했다.
구성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