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이야기] 대화의 기본은 배려와 존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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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이야기] 대화의 기본은 배려와 존중

웹마스터

제이슨 송

뉴커버넌트 아카데미 교장 


학생을 가르치고 학교를 이끄는 사람으로서 처리해야 하는 다양한 업무 중 가장 힘든 것은 학생의  잘 잘못을 헤아려보고 처리하는 일이다. 특히, 학생이 진실을 숨기고 거짓말을 했을 때, 그리고 그럴 때 부모가 아이의 말만 믿고 학교로 따지러 오면 정말 난처하고 진이 다 빠진다. 


물론, 아이를 보호하고 싶은 부모의 마음은 이해한다. 아이가 잘못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기에 믿어주고 싶고, 또 그렇게 하는 것이 아이를 적절히 지원(support)하는 것이라 느낄 수 있다. 그리고, 정말 아이가 불이익을 당했다면 아이의 처지를 대변해 주어야 마땅하다. 그러나, 삼자대면을 해보면 십중팔구 아이의 잘못과 거짓말이 드러난다. 그럴 때, 어떤 부모는 아이의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지만, 어떤 부모는 끝까지 남을 탓하며 아이를 감싼다.  


아무튼 흡사한 상황을 접하면, 일을 더 크게 만들지 않기 위해 부모가 꼭 다음과 같이 생각하고 행동하길 부탁한다.


첫째, 아이가 거짓말을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배제하지 말라. 고의적인 거짓말이 아니더라도 아이는 자신의 잘못을 숨기거나, 책임을 지지 않거나 처벌을 피하고자 자신에게 불리한 내용을 슬쩍 생략하거나, 아예 팩트와 완전히 다른 설명을 하기도 한다. 그렇기에, 아이의 말은 들어주되, 아이가 100% 정직하게, 벌어진 상황을 있는 그대로 전한다고 철석같이 믿어선 안된다.   


둘째, 아이가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을 가능성도 배제해선 안 된다. 아이들은 객관적인 판단력이 부족하다. 사람은 다 이기적이며, 미성숙한 아이들은 더욱 그렇다. 그러니, 부모는 차분히 아이의 말을 들어보고 객관적으로 (교사나 제삼자의 입장에서)상황을 평가한 뒤 다음 단계를 택해야 한다.


셋째, 시간을 두고 감정을 다스려야 함을 잊지 말자. 너무 즉각적으로, 자극된 상태에 부모가 아이의 입장을 대변하려다 보면 언성을 높일 수 있고, 격노로 인해 상황판단이 제대로 안 될 수도 있다. 특히 교사나 학교 행정관과 대화할 때는 차분히 의견을 전달하고, 더 나아가 상황을 처리한 교사나 담당자의 이야기를 충분히 들어보는 것이 꼭 필요하다. 아예 관계를 끊고 안 볼 사람이 아니지 않는가? 절대 섣불리, 물불 가리지 않고 교사나 담당자와 감정적으로 대화하지 말라. 어른은 어른다워야 한다. 


영어 표현으로 “soccer mom”은 아이가 축구팀에 활동하는 것을 전적으로 지원하는 부모를 뜻하기도 하지만, 만약 경기 도중 아이가 다치거나 심판이 오류를 범할 때 소매를 걷고 경기장 안으로 달려 들어가는 그런 공격적인 부모를 가르키는 은어이기도 하다. 그런 부모가 되지 말자. 


넷째, 만약 아이가 거짓말을 했거나 사실을 바꿔 자신에게 유리하게 상황을 설명했다면 적절한 지적, 처벌, 용서, 그리고 회복, 이 순서대로 다루자. 그냥 슬쩍 넘어가거나, 부모가 아이 대신 변명을 해선 안 된다. 사랑은 모든 것을 용서하지만, 올바른 사랑의 뒷면은 진실과 정의다. 적절한 훈계를 통해 아이가 뉘우치고 깨닫게 도와야 한다.


다섯째, 교사도 실수 할 수 있음을 기억하자. 이 세상에 완벽한 사람은 없다. 물론 교사는 “프로”다. 하지만, 교사가 맡은 업무가 매우 다양하고, 보통 학생 간의 문제를 다룰 때 직접 보고 듣기보단 관련된 학생들의 이야기를 차후에 듣고 판단해야 하기에 쉽지 않다. 특히 학생들의 입장이 상충될 때 누구의 말이 옳은지 모호하기도 하다. 교사는 경찰이나 수사관이 아니다. 그래서 교사의 판단이 100% 옳지 않을 수 있다. 교사도 실수할 수 있음을 인지하는 부모의 아량이 필요하며, 교사도 마찬가지로 학생과 부모에게 같은 배려를 제공해야 한다. 


27년째 한 학교에서 교장으로 섬기고 있는데, 한 번은 교사의 불찰에 대해 학교를 찾아와 교장인 나와 대화를 요청한 부모가 있었다. 그 부모는 차분히, 신사적으로 이야기를 꺼냈고, 부모와 아이의 이야기를 다 들어본 뒤 교사가 내린 판단이 적절치 못했기에 교장인 내가 대신 사과했는데, 부모는 너그럽게 받아주었다. 그런 부모가 존경스럽다. 함께 자리에 있던 학생이 그런 부모와 교장의 대화를 통해 배려와 존중에 대해 많이 배웠을 것이라 생각한다. 


교사나 학교에 뭔가 따지거나 항의하러 오기 전, 아이의 말만 전적으로 믿지 말고, 상황의 배경과 팩트를 좀 더 냉정히 고려해 보고, 감정과 분노를 다스린 뒤 대화와 만남을 청하는 그런 현명하고 차분한 부모가 되어주길 이 세상의 모든 교사와 교감, 그리고 교장을 대표해 부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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