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용섭 화백의 스케치 여행] "대한민국 서해에도 독도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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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용섭 화백의 스케치 여행] "대한민국 서해에도 독도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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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14~19일 샌피드로 우정의 종 갤러리에서 권용섭 화백이 전시하는 격렬비열도 작품들. 


한국 최서단의 무인도 '격렬비열도' 

중국 잇달아 구조물 설치하며 영해 침범 

"문화적으로 점유하고 지켜야"

오는 14~19일 우정의 종 갤러리서 전시


대한민국 서해에는 ‘격렬비열도’라는 섬이 있다. 태안 사람들은 이 섬을 ‘서해의 독도’라 부른다. 이유는 중국이 인근 해상에 구조물을 설치하고, 중국 꽃게잡이 어선들까지 조금씩 밀고 들어오면서 한국 영해를 침범하고 위협하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독도처럼 ‘문화적 선점’이야말로 국제법상 영토보존의 핵심이라는 신념을 갖고 있다. 그래서 이번 격렬비열도 스케치 여행은 무려 2년을 기다려온 기회였다. 충청남도 태안군의 ‘격렬비열도사랑협회’에서 촬영팀과 함께 섬에 들어간다는 소식을 듣고, 지난달 16일 나도 동행하게 되었다.


드디어 섬으로 가는 날. 새벽 1시에 일어났다. 화구를 챙겨 서해안고속도로를 따라 달렸다. 예정된 오전 5시 출항은 풍랑주의보로 인해 일단 취소됐다. 서해안고속도로 상의 행담도 휴게소에 차를 세우고 마음을 가다듬었다.


격렬비열도는 대한민국 최서단의 섬이자, 서해 영해 기준점으로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무인도이며 관광지도 아니라서 일반인의 접근은 쉽지 않다. 문득, 과거 독도에 들어가기 위해 무려 15개 기관의 허가를 받아야 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 시절엔 배편조차 구하기 어려웠다.


비는 계속 내렸다. 우리는 태안군청으로 이동했고, 그곳 현관 아래서 비를 피해 스케치를 하며 조용히 아침기도를 올렸다. 언제나 그렇듯 나는 스스로를 ‘행운아’라 믿는다. 그런 믿음 속에 격렬비열도로 갈 수 있는 신진도항으로 향했다.


정오 무렵, 근처의 항구를 스케치하고 있는데, 갑작스럽게 출항 시각이 앞당겨 졌다는 연락을 받았다. 선장의 민첩한 판단 덕분이었다. 나는 재빨리 작은 낚싯배에 몸을 실었다.


함께한 이들은 태안군수, 격렬비열도사랑협회 회원들, 촬영팀 등 총 13명. 우리는 바다 위에서 김밥으로 요기를 하며 약 1시간20분을 달려 북격렬비열도에 도착했다.


선착장이 없는 섬. 배는 암초에 바짝 다가섰고, 우리는 조심스럽게 하선했다. 빗줄기는 잦아들고, 자욱한 안개 속으로 아련히 보이는 섬의 풍경은 한 폭의 수묵화처럼 아름다웠다.


손을 맞잡고 내리니, 노란 꽃들과 괭이갈매기들이 조용히 우리를 반겼다. 윤형돈 격렬비열도사랑협회장과 가세로 군수 일행은 준비해 온 집게로 쓰레기를 줍기 시작했고, 나 역시 함께 뛰어다니며 현장 크로키를 이어갔다. 사진보다 중요한 것은 현장에서 직접 그리는 ‘생생한 손맛’이기 때문이다.


가세로 군수가 말했다. “권 화백은 먼저 올라가 그림 그리세요. 우리는 쓰레기도 줍고, 지형도 둘러보며 천천히 올라갈게요.”


그 말에 나는 마치 휴가를 얻은 듯 가벼운 마음으로 능선을 올랐다.

격렬비열도는 세 개의 섬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중 서격렬비열도는 홍모 씨라는 개인이 소유한 섬이다. 나는 과거 그를 직접 만나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그는 중국에 섬을 팔려 했다는 누명을 썼지만, 실제로는 정부에 자진 양도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오해와 진실의 경계에서 나는 말문을 잃었다.

나는 이 현실을, 그림으로 남기고 싶었다.


격렬비열도는 태안군 안흥항에서 52km 떨어져 있다. 태고의 자연을 그대로 간직한 섬이자, 풍부한 수산자원을 가진 보물 같은 땅이다. 그러나 해상관리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점이 늘 마음에 걸린다.

다행히 태안군은 2024년 7월 4일을 ‘격렬비열도의 날’로 지정했고, 나 역시 그날의 행사에 참석한 바 있다.


이제 필요한 것은 법적지위를 확립하기 위한 외교적·문화적 노력이다. 독도처럼 머리띠 두르고 “우리 땅!”을 외치기보다는, 평온한 시기에 민간의 문화적 실효지배를 강화하는 것이 더욱 효과적이라 믿는다.


그래서 나는 그날 붓을 들고, 섬을 바라보며 조용히 그 의미를 그려냈고, 기회가 닿는대로 작품 전시를 통해 격렬비열도가 대한민국 땅임을 알리고자 한다. 격렬비열도, 그 고요한 섬에 바치는 나의 기록이기도 하다.  


오는 14일부터는 남가주 샌피드로 언덕에 있는 우정의 종 갤러리에서 작품 20여 점을 전시하고, 14일과 19일, 양일 오전 11시에는 전시현장에서 5미터짜리 천에 격렬비열도를 수묵속사로 그려내는 퍼포먼스도 예정한다. 갤러리는 LA공원관리국에서 운영하는 만큼 관람은 무료이며 현장에서 직접 격렬비열도 작품 설명도 하며 '우리땅'임을 알릴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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