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태광의 기독교 인문학] 아버지의 마음을 품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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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태광의 기독교 인문학] 아버지의 마음을 품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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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참석했던 세미나 강사가 나눈 일화다. 그가 젊은 시절 산불을 냈단다. 군대 전역 후 아버지를 도우려고 논두렁을 태우려다 산을 태운 것이다. 봄바람에 실린 불은 걷잡을 수 없었다. 잔디에서 나무로, 나무에서 산으로 이어지는 산불을 감당하지 못해 마을 회관에 달려가 마이크로 산불을 알리고 도움을 청했단다. 온 마을과 관청의 도움으로 산불은 겨우 껐단다.

   걱정이 태산이었다. 자신은 감옥 갈 것 같았고, 뒷감당이 겁났다. 그보다 더 큰 두려움은 분노하셨을 아버님이었다. 평소에도 무서운 아버지를 사고 치고 만나려니 엄두가 안 났다. 대문에 들어서는데 온몸이 굳어지고 숨이 가빴다. 그때 아버님께서 “수고했다! 들어가 쉬어라!”라고 하셨다. 아버님의 따뜻한 한마디로 젊은이는 용기를 냈고, 지금은 목회자가 되었다.

   필자의 아버지도 무서운 분이셨다. 늘 두렵고 찬 바람이 쌩쌩 불었다. 함께 있으면 그냥 불편했다. 애석하게도 아버님 소천 후에 아버지 마음의 온기를 느꼈다. 어린 시절에는 무서웠고, 장성해서는 불편했던 아버지가 요즘은 그립다. 그리고 아버지 마음을 알아드리지 못해 죄송하다.

   한동안 부모님을 모시고 살았다. 매주 토요일이 되면 정성스럽게 주일 예배를 준비하셨다. 주일 아침이면 조바심을 내시며 교회를 향하셨고 아들의 설교를 즐거이 들으시던 아버님 모습이 생생하다. 매주 모든 성도 중에 아버님이 가장 은혜를 많이 받으셨다. 주일 저녁 식사 시간이면 아버님은 어김없이 아들 설교에 받은 은혜를 나눠 주셨다.

   매주 은혜를 받으시고 그 은혜를 나눠 주시는 아버님이 민망하고 불편했었다. 나중에 어머니가 전해 주신 이야기는 아버님께서 아들을 격려하고 응원하기 위해 매주 은혜를 사모하셨고, 받은 은혜를 나눠 주셨단다. 아들을 격려하기 위해 기필코 설교에 은혜를 받으셨고, 받은 은혜를 애써 나눠 주신 아버님 마음이 애잔하다. 그날에 무심했던 불효가 새삼 죄송하다.

   아들과 딸은 동부에 살고, 우리 부부는 남가주에 산다. 동부에 있는 녀석들이 거의 매일 전화한다. 특히 아들은 매일 출근길에 전화한다. 매일 통화하며 하루 일을 나누고, 같이 기도하며 말할 수 없는 행복을 느낀다. 나도 이런 행복을 아버님께 드린 적이 있을까? 자신이 없다.

   요즘 자주 부끄러움을 느낀다. 아버지보다는 훨씬 못난 아버지이고, 아들과 딸보다는 훨씬 못난 자식이다. 이제야 아버님 마음이 보이고 아들과 딸의 마음이 보인다. 아울러 나의 못남도 보이고 부끄러움도 느낀다. 이제야 철이 드는 듯하다.

   6 8(6월 둘째 주일)은 미국이 지키는 아버지 날이다. 지금 아버지날을 기다린다. 아니 아이들이 준비한 아버지 날의 선물을 기다린다. 오래 관찰하고, 아빠와 인터뷰하고, 최종적으로 엄마와 의논한 아이들이 아빠에게 꼭 필요한 선물을 준비했다는 1급 비밀을 들었다. 그 비밀을 안 다음부터 소풍날을 기다리던 초등학생처럼 아버지 날을 기다린다.

   아버지 날을 기다리며 아버지 맘을 배우기를 기도한다. 산불을 낸 아들을 위로하셨던 아버지의 가슴, 설교하는 아들을 격려하셨던 아버지의 가슴을 배우고 싶다. 아울러 허물 많은 나를 큰 사랑으로 품어 주시는 하늘 아버지 가슴을 온전히 느끼고 싶다. 아버지 날을 기다리며 “하늘 아버님의 큰 사랑을 알게 하소서! 아버지 맘을 품은 아버지가 되게 하소서!”라고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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