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자금 대출 연체자 수백만명 크레딧 점수 급락

워싱턴 DC 연방대법원 앞에서 학자금 융자 완전 탕감을 요구하며 피켓시위를 벌이는 젊은이들. /AP
상환 유예 종료 따라 연체자에 '철퇴'
320만명 100~150점 하락, 신용 타격
울며 겨자먹기로 고금리 대출상품 이용
연방정부 학자금 대출 상환이 재개된 가운데 페이먼트를 연체한 수백만명의 차입자들이 심각한 크레딧 점수 하락을 경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워싱턴포스트(WP)가 뉴욕 연방은행 자료를 분석해 보도한 데 따르면 올해 1분기 동안 학자금 대출 연체로 인해 차입자 220만명의 크레딧 점수(850점 만점)가 100점 이상 하락했으며, 100만명 이상은 150점 이상 스코어가 급락했다.
크레딧 평가사 밴티지스코어(VantageScore)는 차입자 230만명의 크레딧 점수가 ‘서브프라임’ 수준인 600점 미만으로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며, 연체가 예상되는 차입자 중 약 32%는 과거에 ‘프라임(661~780점)’ 또는 ‘수퍼프라임(781~850점)’ 등급에 속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크레딧 점수 하락은 일반적으로 개인파산 신청시 동반되는 수준이라는 분석이다. 뉴욕 연방은행 연구진은 WP에 “약 240만명의 차입자들이 과거에는 자동차론, 모기지론, 크레딧카드 발급이 가능한 수준의 양호한 크레딧 상태를 유지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WP보도에 따르면 켄터키주에 거주하는 티나 존슨은 학자금 융자 월 페이먼트 440달러를 한동안 제때 납부하지 못해 크레딧 점수가 650점에서 418점으로 200점 이상 급락했다. 이로 인해 존슨의 중고차 구매 및 대학 복학 계획도 무산됐다.
음식 배달 전문업체 도어대시(DoorDash) 배달부로 일하는 존슨은 “융자상환 재개 사실을 전혀 통보받지 못했다”며 “어카운트는 잘 관리했지만 지금은 손을 쓸 수 있는 방법이 없다. 200점을 다시 회복하려면 수년이 걸릴 것”이라고 한숨을 쉬었다.
연방교육부(DOE)는 대출 기관들이 최소 3주 전에 페이먼트 고지서를 발송한다고 밝혔으나, 실제로 많은 차입자들이 통보를 받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학자금 대출 상환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중단됐다가 이달 초부터 재개됐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 보고서는 학자금 대출 연체 증가가 소비자 지출을 연간 최대 630억 달러까지 감소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편, 온라인 금융정보 사이트 PYMNTS 인텔리전스 연구에 따르면 크레딧 등급이 낮은 차입자들은 생필품 구매와 현금 흐름 문제 해결을 위해 고금리 단기 융자상품인 페이데이론, 크레딧 개선 대출, '지금 사고 나중에 지불(BNPL)' 서비스 등 비전통적 금융 수단에 의존하고 있다.
PYMNTS인텔리전스는 “이런 대안은 접근성이 뛰어나고 전통적인 크레딧카드보다 승인 거절률이 낮지만 높은 이자율과 수수료로 인해 차입자들의 재정에 부담을 줄 수 있다”며 “일부 대안 대출업체는 트랜스유니온, 에퀴팩스 등 주요 크레딧 평가사에 데이터를 보고하지 않기 때문에 크레딧점수 개선에도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개인재정 전문가들은 “전통적인 크레딧 시스템에 재진입하는 것은 서브프라임 차입자에게 여전히 중요한 목표”라고 강조했다.
구성훈 기자 la@chosun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