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이야기] 학습된 무기력(Learned Helplessn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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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이야기] 학습된 무기력(Learned Helplessness)

웹마스터

제이슨 송

뉴커버넌트 아카데미 교장 


학생이 제대로 배우지 못하고 학업 진도에 문제가 발생하는 주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교사의 능력 탓일 수 있다. 교사 자격증을 소유했다고 다 유능한 교사인가? 아니다. 초보 교사는 유능한 선배 교사의 지원과 도움을 꼭 받아야 하며, 베테랑 교사도 지속적인 연수를 통해 자신을 업그레이드해야 한다. 하지만 초보 교사 지원이 턱 없이 부족하며, 지원과 전문성 개발을 거부하는 교사도 많다. 사실 아예 교사가 되지 말아야 했을 자도 적지않다.   


둘째, 학생의 능력 탓일 수 있다. 팔방미인인 학생도 있지만, 대다수의 학생은 전과목에 전부 A를 받지 못한다. 보통 영어와 역사, 그리고 외국어를 잘하는 인문계 학생, 그리고 수학과 과학을 잘하는 이공계 학생, 이 두 부류로 나눠진다. 또, 공부가 아닌 다른 달란트(미술, 음악, 운동, 등)를 소유한 학생도 많다.


셋째, 부모의 탓일 수 있다. 부모는 자녀가 공부를 잘하길 바란다. 하지만, 공부가 아이의 달란트가 아니라면 그런 바람이 무거운 짐이 될 수 있다. 자녀의 실력, 자질은 데이터와 객관적 평가를 요구한다.


그저 “다 잘 해야 한다. 너는 천재다. 똑똑하다. 명문대학에 진학해야 한다”란 말은 부담 그 자체다. 물론, 정반대인 방치도 큰 문제다. 


넷째, 특별한 사유 때문일 수 있다. 예를 들어 부모의 이혼, 또 집안 어른의 병환이나 사망, 부모의 파산 등으로 인해 충격을 받은 학생이 몇 주, 몇 달간 학업에 집중하지 못할 수 있다. 코비드 19로 발생한 긴 휴교도 많은 학생이 제때, 제대로 배우지 못하게 만들었다. 이민이나 유학 때문에 새로운 상황에 적응해야 하고, 새로운 언어를 배워야 할 때도 학업 진도가 늦어진다. 


다섯째, 반의 규모가 너무 크면 교사가 학생 하나하나를 제대로 파악할 수 없다. 그래서 학생이 제대로 배우지 못함을 간과하거나, 때론 커닝이나 표절 같은 부정행위를 알아차리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이 외에도 더 많은 이유가 있지만, 어떤 이유든지 학업 문제를 신속히 다루지 않으면 “학습된 무기력(learned helpless)”으로 발전할 수 있다. 이 용어는, 통제할 수 없는 부정적인 상황을 반복적으로 겪으면 아예 변화가 없을 것이라 믿어 무기력해짐을 뜻한다.  


학생이 학교에서 반복적으로 실패를 경험하면 자신에게 문제를 극복할 능력이 없다고 믿기 시작한다. 아무리 노력해도 발전 할 수 없다고 확신한 학생은 교사가 구체적인 해결책을 제시하고 곁에서 도와줘도 “난 아무것도 할 수 없어요” “저는 어려서부터 수학을 잘 못 했기에 이 모양이에요” “농구는 아예 싫어요” “난 바보 멍청이예요” 등의 말을 툭툭 던진다. 이런 표현은 적색경보다. 이미 마음 속에 수동성, 우울증, 불안, 무력감 등이 뿌리를 내렸단 뜻이다. 


자녀가 “학습된 무기력” 현상을 보이면 부모와 교사는 자료분석을 통해 어떤 내용을 왜 제대로 배우지 못했는지 파악하고 해결책을 물색해야 한다. 핵심은 무기력으로 인해 공부를 포기하지 않게 유도하는 것이다. 교육은 문을 여는 열쇠다. 초중고등학생의 경우, 무기력은 앞으로 열어야 할 수많은 문의 열쇠를 포기하게 만든다. “학습된 무기력” 증세를 보이는 학생이 있다면 신속히 낙심을 소망과 가능으로 전환해야 한다.


그리고 부모와 교사는 무기력이 자리잡지 않도록 가르쳐야 한다. 예를 들어, 부모의 불찰이나 아이의 실수로 점심이 없는 학생이 있다고 치자. 그럴 때 보통 “배가 고파요(I’m hungry)” 또는 “먹을 게 없어요(I have nothing to eat)”라고 학생은 말한다. 본교는 이런 상황에 대비해 냉동식품을 준비해 놓았고, 이 점을 학생들에게 다 알려줬다. 그렇기에 학생이 간식이나 점심이 없다고 할 때, 현명한 교사는 “그럼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라고 질문한다. 그냥 “사무실에 가 먹을 것을 달라고 해”라고 지시하지 않는다. 부모나 교사가 항상 문제를 해결해 주면, 아이는 타인이 도와줄 때까지 마냥 기다린다. 위에 상황의 경우 학생이 사무실로 가 “점심이 없는데, 냉동음식을 주실 수 있나요?”라고 질문하도록 가르치며 다음에도 비슷한 문제를 스스로 해결해 낼 수 있다. 


마감일에 숙제를 제출하지 못할 때도 마찬가지다. 학생이 “숙제를 하지 않았습니다”내지 “숙제를 했는데 못 찾겠어요”라고 할 때, 교사가 “왜 숙제를 하지 않았느냐? 어디에 두었느냐? 잃어버린 것 아니냐? 락커는 체크해 보았느냐? 왜 항상 이러냐?”라고 추궁하는 것은 전혀 도움이 안 된다. 그렇게 하면 학생의 변명이나 거짓말, 또 숙제 찾기에 시간과 에너지만 낭비한다. 교사는 “숙제를 내일까지 제출하거라. 대신 10% 점수가 깎인다. 내일모레 제출하면 20%가 깍이고”라고 간단히, 그리고 명확히 지시하면 된다. 그리고, 차후 또 숙제를 해오지 않을 때 “규칙이 무엇이죠?”라고 질문하면 대다수의 학생은 “내일까지 제출하겠습니다. 10% 감점 받겠습니다”라 반응하며, 보통 자신의 약속을 지킨다.  


학생을 가르친다는 것은 그저 학습 내용만 전달하는 것이 아니다. 우수한 교사는 학생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도록 유도한다. 그런 교사와 그런 시스템을 갖춘 학교가 좋은 학교다. 부모도, 자녀의 마음에 “학습된 무기력”이 자리잡지 않게 매사에 스스로 해결책을 물색하도록 가르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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