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칼럼] 당뇨 치료엔 고기를 드세요


홈 > 로컬뉴스 > 로컬뉴스
로컬뉴스

[의료칼럼] 당뇨 치료엔 고기를 드세요

웹마스터

임영빈 

임영빈 내과 원장


당뇨병 환자라면 누구나 겪는 고민이 있다. “왜 나는 이렇게 열심히 식단을 조절하는데도 혈당이 잡히지 않을까?” 특히 성실하게 ‘건강한 식단’이라고 알려진 방식—밥에 나물, 김, 국을 꾸준히 지키는 어르신일수록 더 그렇다. 그러나 이런 전통적인 식단이 혈당관리에는 오히려 장애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자주 목격하게 된다.


한 환자는 매 식사 후 혈당이 270에서 300까지 치솟았다. 그러나 식단을 극적으로 바꾼 것이 아니라, 단 하나의 반찬만 바꿨다. 바로 ‘고기’를 추가한 것이다. 그날 이후 식후 혈당은 150대로 내려왔고, 같은 식단을 유지한 채 고기를 꾸준히 곁들이자 혈당은 안정되기 시작했다.


이 현상의 배경에는 과학적인 근거가 있다. 단백질은 위에 오래 머물며 소화 속도를 늦추고, 혈당의 급격한 상승을 막아준다. 또한 단백질 속 아미노산은 인슐린 분비를 자연스럽게 자극하며, 식후 혈당 곡선을 완만하게 만들어준다. 장에서 분비되는 GLP-1, GIP 같은 인크레틴 호르몬 역시 단백질 섭취에 반응해 인슐린 분비를 돕고, 위 배출 속도를 조절한다. 결국 단백질은 혈당 조절의 핵심 파트너인 셈이다.


또한, 고기는 포만감을 높여 탄수화물 의존도를 자연스럽게 낮춘다. 밥 없이 나물과 국만 먹으면 금세 배고파지지만, 고기를 함께 먹으면 식사 후에도 포만감이 오래간다. 이는 우리가 고깃집에서 밥보다 고기와 반찬을 먼저 먹는 식사 순서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문제는 여전히 많은 어르신들이 고기를 꺼린다는 점이다. 기름기, 소화 부담, 질김에 대한 걱정 때문이다. 이럴 때는 간고기를 활용한 ‘동그랑땡’ 같은 형태가 훌륭한 대안이 된다. 올개닉, grass-fed 재료로 만든 부드러운 고기 반찬은 씹기 쉽고, 삼키기도 편하다. 연하곤란(삼킴장애)이 있는 노년층에게도 무리가 없고, 혈당 조절에도 효과적이다.


건강한 식단이란 ‘건강해 보이는 식단’이 아니라 ‘혈당이 건강하게 반응하는 식단’이어야 한다. 밥을 줄이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단백질을 충분히 추가하면서 자연스럽게 탄수화물 섭취를 줄이는 방향, 이것이야말로 현실적이고 지속 가능한 식단 관리법이다.


실천 가능한 작은 변화—밥 대신 고기 한 점—가 혈당을 바꾸고 삶을 바꾼다. 식탁 위의 작은 선택이, 노년의 건강을 좌우한다. 오늘 저녁, 고기 반찬 하나 추가해 보시길 권한다. 문의 (213) 909-9888


0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