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음식으로 모두가 행복해졌으면 합니다"
LA한인타운에 정통 한식당 '가빈'을 오픈하는 한식USA의 데이빗 이 회장.(위) 한인타운 웨스턴과 4가 코너에 있는 한식당 '가빈' 입구. 김문호 기자
'한식USA' 데이빗 이 회장 인터뷰
LA한인타운 웨스턴+4가 코너에
정통 한식당 '가빈(嘉賓)’ 오픈
'가부키' 성공 경험으로 새로운 도전
"신선 식재료 사용, 각 분야 장인 초빙,
한식의 맛과 멋으로 한식 세계화 기여"
"맛있는 밥상 앞에서는 누구도 늙지 않습니다(No one gets old on the table)."
LA한인타운에 정통 한식당 '가빈(嘉賓)' 오픈을 앞두고 12일 본지와 단독 인터뷰를 진행한 데이빗 이 회장은 이런 말로 인터뷰를 갈무리했다. 최근에 본 넷플릭스의 이탈리안 음식 주제의 영화 'NONNAS' 속 인상 깊었던 말이라고 했다. 한 시간 가까운 인터뷰 동안 이 회장은 여러 말을 했지만 '신선한 제철 식재료로 가장 맛있는 음식을 '가빈'에서는 누구든 편안하게 먹을 수 있도록, 그렇게 함으로써 우리 모두가 행복해 질 수 있도록 하고 싶다' 라는 다짐을 영화 속 함축된 말로 대신한 셈이었다.
#. 일식당 '가부키'에서 한식당 '가빈'
데이빗 이 회장은 일식당 '가부키(Kabuki)'를 일군 주인공이다. 2년 전 시사주간지 '뉴스위크'가 '미국인들이 좋아하는 스시 체인'에 선정했을 만큼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곳. 이 회장은 34년 전, 패서디나에 1호점을 낸 후로 캘리포니아는 물론 애리조나,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까지 지점수를 17개까지 늘리며 성공신화를 써 왔다. 가부키라는 이름만으로도 요식업계에서는 '성공'이라는 타이틀을 받기에 충분한 그가 왜?
"글쎄요. 사실, 저는 오래 전부터 한식(당)을 꿈 꿔왔어요. 이건, 그동안 언론에 하지 않았던 이야기입니다만, 제가 일식당을 하게 된 동기가 어렸을 때 오랫동안 일식당을 했던 아버지의 영향이 있었습니다. 종로 4가에서 '라연'이라는 일식집을 했어요. 그런데, 그 시절에 저희 할머니께서는 길 건너편에 대화정이라는 한식당을 했지요. 모자 간 고객경쟁? 아니요, 메뉴가 달라 윈-윈 하지 않았을까요, 하하하. 어쨌든 저에게는 일식과 한식의 DNA가 공존하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이 회장은 그런 운명적 이유로 자신의 요식업 피날레를 한식으로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해 왔다고 말했다. "기왕에 하는 한식당이라면, 해외에도 한인들이 가장 많이 거주하는 LA에서 모든 세대에 사랑받는 기본에 충실한 한식당을 해야겠다고 계획하고 있었습니다."
#.반갑고 귀한 손님의 집 '가빈(嘉賓)'
이 회장 말에 의하면, 본격적인 한식당 준비만도 7~8년은 족히 된 듯 하다. 한국을 포함해 세계 여러 곳을 다니면서 다양한 형태의 한식당을 접했다하고 했다. 그런데, 최근 몇 년 간 한국을 방문할 때마다 반갑게 맞아 준 곳이 가빈이라는 한식당이었다고.
"'반갑고 귀한 손님'이라는 뜻 그대로였지요. 마침 아내(조앤 이 카이젠다이닝그룹 대표)의 절친이 오너 셰프로 운영하는 곳이기도 했어요. 1998년 서울 강남 한복판에 문을 연 정통 한정식집이예요. 신선한 제출 식재료를 사용해 정갈하고 맛있는 음식으로 소문이 나 정재계 인사들과 유명 예술인들이 즐겨찾던 곳이었지요."
그런데, 가빈이 어떤 이유로 문을 닫게 되면서 LA에서 정겨운 그 이름을 그대로 살려, 한식당을 열게 되는 기회를 갖게 됐다는 게 이 회장의 설명이다. 실제로 LA 가빈에는 강남의 오너 셰프도 합류해 깐깐한 식재료 감시를 하고 있다고.
#. "정통 한식의 맛과 멋을 고객에게"
LA의 '가빈'은 웨스턴과 4가(400 S. Western Ave. #104)에 있다. 오는 15일 소프트오픈을 거쳐 16일부터 본격 영업에 들어간다. 주 7일 오전 11시반부터 오후 10시까지 오픈 예정이며, 다른 식당들과 달리 '런치 스페셜'을 주말까지 일주일 내내 적용한다는 계획이다. 규모는 4000스퀘어피트 정도로 전체 좌석은 140석이며 단체손님을 위한 룸 2곳(18명+12명)과 또다른 단체석(12명, 24명)도 구비돼 있다.
이 회장은 "가빈은 한식의 기본에 충실한 정통 한식을 추구하는 모두를 위한 한식당"이라며 "최고의 재료로 준비되는 정갈하고 맛과 멋이 어우러진 색다른 한식 요리를 고객이 맛볼 수 있게 할 것"이라고 말한다.
30년 넘게 요식업을 했지만 "결코 쉬운 비즈니스가 아니다"라고 말하는 이 회장은 요식업을 한마디로 "종합예술"이라고 설파했다. "'K-푸드'가 대세를 이루고 있지만 많은 점포들이 너무 쉽게 오픈하고 또 사라지고 있습니다. 안타까운 일 입니다. 그래서 준비도 많이 해야 하고, 무엇보다 각 분야 전문인들이 모여 조화로운 팀을 만들고 서로의 아이디어와 열정으로 만들어 가야 합니다. 그런 모든 것이 합하여 선을 이룰 때 비로소 아름다운 작품(음식)이 탄생한다고 믿습니다."
"모든 비즈니스는 사람 비즈니스라고 했습니다. 오너가 먼저, 직원의 마음을 헤아리고, 직원이 행복한 마음으로 일 할 때 비로소 고객은 최고의 만족을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라고 한 말도 결국, 요식업이 종합예술의 일환이라는 것으로 들렸다.
#. 가빈이 만드는 '종합예술'
이 회장은 가빈의 음식을 작품으로 만들기 위해서 각 분야 전문가들을 한국에서 어렵게 초청했다고 했다. "면과 전 그리고 고기와 반찬의 장인들을 각기 초대했습니다. 한식은 특히, 발효음식을 다루는 일이 가장 어렵습니다. 된장, 고추장, 김치, 막걸리 등등. 그래서 발효의 장인을 만나 가르침을 받고 협업하는 일들이 꽤나 어려웠습니다."
면은 자가제면 메밀 평양냉면을 내놓을 것이라고 했다. LA에서는 처음으로 직접 메밀을 빻아서 면을 만들고자 한국에서 명인을 초빙한 만큼 평양냉면의 진가를 맛볼 수 있을 것이라 자신했다. 들깨가루와 버섯, 들깨기름 등으로 비빈 골동면도 시그니처 메뉴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추천했다.
고기는 당연히 최상급을 쓸 것이고, 전은 밖에서도 직접 부치는 것을 볼 수 있도록 해서 '눈으로 보는 맛'을 실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손님들은 그런 장면으로 보면서 고추전, 호박전, 동그랑땡 등을 스시처럼 낱개로 시켜 드실 수도 있습니다." 식재료의 70~80%는 한국에서 공수하고, 로컬에서도 신선한 재료들로 깔금한 반찬을 내놓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나리 곰탕과 실란트로 곰탕은 간단한 점심메뉴로, 간장게장과 양념게장은 저녁에만 패밀리 스타일로 서빙하는 특별메뉴가 될 것입니다. 그리고 정식 한상차림은 6가지 스타일이 있는데, 약간 고급스럽게 해서 비즈니스 접대용으로 손색없을 것입니다." (게장메뉴는 올림픽과 하버드 불러바드 코너의 '게방식당 LA'에서 공급한다. 서울 미슐랭가이드 빕구르망에 오른 유명식당으로 이 회장의 큰아들, 앨버트가 지난달부터 정식 오픈해 운영하고 있다.)
#. 마음으로 먹는 한식, 한식세계화에 일조
"일식이 신선도를 중시한다면, 한식은 '숙성'이란 개념이 들어가는 관계로 참고 기다리는 '인내의 음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일식은 '눈으로 먹고', 한식은 '마음으로 먹는 음식'이라고 할 것입니다."
이 회장은 가빈이 진정 모두에게 행복을 주는 한식당이 되길 바란다. "맛있는 음식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힘이 있습니다. 모든 인종과 세대가 어우러져 한식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우리가 사는 세상이 좀 더 행복해 지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또한, 가빈에 오는 손님들이 음식으로 치유받고 보다 더 행복해 진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이 회장은 "가부키가 내게 '성공(한 사업가)' 이라는 타이틀을 줬다면, 이제 막 시작한 가빈은 한식 세계화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될 수 있는 사명감을 지킨 의식있는 기업인으로 기억될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는 바람도 내비쳤다.(이 회장은 한식당 운영의 '사명감'을 언급하면서 한국의 전통주 '화요'를 생산하는 조태권 회장과의 일화를 소개했다. 희석주가 아닌 고급 증류소주를 10년 넘게 만들면서 적자를 계속해서 보는 이유를 물었을 때 조 회장이 꺼낸 말이 "(한국 전통주를 만들기 위한) 사명감 때문"이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가부키의 카이젠다이닝그룹이 아닌, 한식UASA의 '가빈'과 '게방식당'으로 LA에서부터 새로운 '한식바람'이 불기 시작한다.
김문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