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운 날씨에 에어컨 마음껏 사용 정책이 성장 이끈 그 나라"
나의 여행기
한국어진흥재단 모니카 류 이사장 동남아 여행<2>
아름다운 섬, 싱가포르에서의 여정
한국 면적의 3%, 천연자원도 없고
서구 식민지, 일본 지배도 받았지만
지금은 글로벌 금융과 관광의 허브
'하늘의 정원' 마리나베이 샌즈 '웅장'
한국, 홍콩과 '아시아 네마리 용' 뿌듯
인도네시아 자카르타를 저녁나절에 떠나, 잠자는 시간대에 배는 자바 바다를 약 12시간 정도 항해하여 싱가포르에 도착했다. 크루즈의 장점이라면 바로 이렇게 잠자는 시간을 이용해서 다음 목적지를 향해서 이동하는 것이다. 은퇴한 사회학 또는 역사 교수들을 초빙해서 목적지 나라에 대한 강의를 제공하는데, 나는 이번 여행에서 학창시절에 그냥 지나쳤던 세계사의 일부를 배웠다.
싱가포르는 아름다웠다. 치과의사 조카가 10여 년 전에 중국계 싱가포르 청년을 만나서 정착한 곳이기도 하다. 조카사위의 부모님들은 중국계로 젊은 시절에 이주해서 가정을 이루고 2세를 그곳에서 교육하셨다. 조카사위네처럼, 싱가포르 인구의 약 75%가 중국 출신이고, 9% 정도가 인근의 나라인 인도계이다.
싱가포르는 한국 면적의 약 3%밖에 안 될 정도로 작고, 천연자원도 거의 없다. 63개의 섬에 둘러싸여 있는데, 과거에는 인접 국가인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처럼 가난했고, 일찍이 영국과 네덜란드가, 2차대전 3년 동안엔 일본의 지배를 받았다. 말레이시아에서 1965년에 공식 독립했다.
볼품없던 어촌이 지금은 세계 정보통신 산업과 금융시장, 글로벌 사업체의 허브이고, 국제회의, 국제 전시회 장소로도 선호되는 곳이다. 일반인 관광의 명소이기도 하다. 싱가포르 관광청 통계에 의하면 2022년 한 해 동안에 630만 명 외국인이 방문했고 143억달러 수입을 창출했다.
우리가 일차적으로 들린 곳은 마리나 해변이었다. 바로 이곳 초입에 그들의 마스코트 ‘바다사자’ 석상이 바다를 바라보고 앉아 있었다(사진 참조). 몸체는 물고기이고, 얼굴과 상체는 사자인데, 사자의 벌린 큰 입에서 맑은 물이 폭포처럼 뿜어지고 있었다. 근방 산책로에는 하늘을 향해 펼쳐진 흰 연꽃 모습의 예술 과학 박물관(사진 참조) 과 버섯을 펼쳐 놓은 모양의 ‘슈퍼 트리’라고 불리는 18개의 인공 수직 나무들이 있다. 이 ‘슈퍼 트리’에는 총 226,000개의 나무가 심어져 있고, 관개수로(灌漑水路) 역할을 한다고 한다.
이와 더불어, 세계적으로 알려진 싱가포르의 명소로 나란히 선 3개의 카지노호텔인 마리나베이 샌즈를 볼 수 있다. 바다사자 석상이 있는 운하 저수지의 건너편 해변에 자리하고 있는데, 배 모양으로 조형된 ‘하늘의 정원’ 전망대를 머리에 이고 있는 모습이다. 이 ‘하늘의 정원’은 무려 3에이커(약 3,672평)의 면적으로 관광객들이 하늘 가까이에서 특혜를 누리는 곳 같아 보였다. 높은 곳에서, 땅위의 문화 공간을 한눈에 내려다보면서, 산책도 하고, 수영도 할 수 있고, 고급 레스토랑에서 최고의 요리를 먹을 수 있다. 놀랍게도 주인은 미국 회사 라스베이거스 샌즈라고 한다.
네 마리의 용(龍)이라는 표현은 30여 년 전에, 하버드대학 동아시아 전문 교수이었던 에즈라 보겔 교수가 그의 저서에서 네 나라, 즉 홍콩, 타이완, 싱가포르와 한국이 미래에 이룰 경제적 발전 가능성에 대한 시사에서 비롯되었다. 그는 한국보다는 중국과 일본에 관심이 많았던 학자이었지만 모국 한국과 싱가포르를 생각해 볼 때, 그의 의견은 맞아떨어졌다. 용의 나라들의 국기는 크든 작든 빨간색을 포함하고 있는 것이 특이하다. 빨간색은 ‘피, 용기, 힘, 독립을 위한 투쟁’을 뜻한다. 간혹 공산주의, 사회주의 의미도 담고 있다. 사진은 위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홍콩, 타이완, 싱가포르, 한국 국기 모습이다.
싱가포르의 경제개혁은 초대 총리이었던 중국계 리관류(1923~2015)의 공로라고 해석한다. 한국에서는 허리띠 졸라매고, 더위를 참고 에너지 낭비하지 말고 열심히 일하라 하던 때에, 그는 연평균 섭씨 25도에서 31도를 오르내리는 무더운 기후 때문에 업무의 효율성이 떨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 에어컨을 마음껏 쓸 수 있는 정책을 썼다. 싱가포르 경제 성장의 큰 역할을 에어컨이 했다는 뒷이야기이다.
사람사는 세상의 달기도 하고 씁쓸하기도 한 이야기를 모두 나눌 수는 없지만, 네 마리 용 중의 하나로 뽑힌 한국이기에, 안도하고 감사한다. 다음은 이번 여행의 마지막 여정인 태국 이야기를 전하고자 한다.<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