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칼럼] 불면증, 그리고 수면제 남용의 위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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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칼럼] 불면증, 그리고 수면제 남용의 위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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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영빈 

임영빈 내과 원장


나이가 들면서 자연스럽게 생기는 변화 중 하나가 바로 ‘수면’이다. 잠이 얕아지고, 자주 깨고, 다시 잠들기 어려워지는 일이 빈번해진다. 사실, 불면증은 중장년층과 노년층에서 매우 흔한 문제다. 65세 이상 인구의 약 40%가 만성적인 수면 문제를 겪는다는 연구 결과도 있을 만큼, 불면증은 노화과정에서 결코 드문 일이 아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나이 들었으니 어쩔 수 없다’고만 여길 일은 아니다. 불면증(insomnia)은 단순히 잠을 못 이루는 경험이 아니라, 분명한 의료적 정의를 가진 질환이다. 미국수면학회(AASM)는 불면증을 "잠들기 어렵거나, 자주 깨거나, 아침에 너무 일찍 깨어 다시 잠들지 못하는 상태가 주 3회 이상, 최소 3개월 이상 지속되어 일상생활에 지장을 초래하는 것"으로 정의하고 있다. 일시적인 스트레스로 인한 수면 장애와 구별되는, 꾸준한 관리가 필요한 상태인 것이다.


문제는 많은 사람들이 불면증을 '빠르게 해결'하기 위해 수면제에 의존하게 된다는 점이다. 단기적인 수면제 복용은 경우에 따라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30일 이상 장기복용에 들어가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수면제는 뇌의 신경전달체계를 인위적으로 조작해 졸음을 유도하는데, 장기복용 시 내성이 생겨 점점 더 많은 양을 요구하게 된다. 약에 대한 의존성이 생기고, 끊을 때는 오히려 불면증이 악화되는 '반동성 불면증'까지 나타날 수 있다. 게다가 특히 벤조디아제핀 계열 수면제는 기억력 저하, 인지기능 저하, 넘어짐과 골절 위험 증가와 같은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어 고령층에게는 더 치명적이다.


수면제 남용은 단순히 약물 문제를 넘어 삶의 질을 서서히 갉아먹는 위험 요소가 된다. 단기적인 ‘잠’은 얻을 수 있을지 몰라도, 건강한 수면 리듬과 생체 주기를 스스로 회복하는 능력은 점점 약화된다. 이 악순환이 반복되면, 수면제 없이는 잠들지 못하는 상황에 빠지게 되고, 결국 더 심각한 정신적, 신체적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불면증을 단순한 '증상'이 아니라 하나의 '질환'으로 인식하고, 생활습관을 바로잡는 근본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매일 일정한 시간에 잠자리에 들고 기상하는 습관, 잠자리를 오직 수면만을 위한 공간으로 만드는 수면 위생(sleep hygiene)의 실천, 늦은 시간 스마트폰이나 TV 시청을 피하고, 카페인과 알코올 섭취를 줄이는 등의 기본부터 다시 점검해야 한다. 또한, 걱정과 스트레스로 인해 잠을 못 이루는 경우, 인지행동치료(CBT-i) 같은 심리적 접근법이 약물보다 더 효과적이라는 연구 결과도 많다. 문의 (213) 909-98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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