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 시니어] “외조를 통한 보람된 인생도 뜻 깊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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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 시니어] “외조를 통한 보람된 인생도 뜻 깊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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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진섭 대구경북향우회 창립 초대회장은 자신 보다 부인인 스칼렛 엄 회장이 더 유명하다는 것을 개의치 않고 '외조'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 이훈구 기자


엄진섭 대구경북향우회 창립 초대회장

 

엄진섭 대구경북향우회 창립 초대회장(93, 이하 엄회장)은 자신의 아내에 비하면 덜 유명하다고 늘 이야기 한다. 그냥 하는 이야기는 아니다. 실제로 엄진섭 회장 보다는 스칼렛 엄 전 한인회장의 남편이라고 소개 되는 경우가 더 많기 때문이다. 스칼렛 엄 회장은 지난 2008년부터 2012년까지 LA 한인회장을 역임했다. 게다가 1973년 에덴부동산투자를 설립해 개발 프로젝트를 주관하는 등 한인사회의 구심점 역할을 했던 점이 LA시의회에서 인정받아 한인타운 6가와 웨스턴 교차로가 스칼렛 엄 광장으로 명명되었던 인물. 때문에, 엄회장 역시 스칼렛 엄 회장의 남편이라는 이야기를 워낙 많이 들어서인지 덤덤하게 미소로 응대를 하신다. 외조(外助)란 아내가 사회적인 활동을 잘할 수 있도록 남편이 도와주는 것을 말한다. 그는 외조를 잘 해왔다고 자부한다. 그렇다고 그가 아예 아무런 활동도 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그는 한인타운 내에 건물들을 지었고 콘도들을 지은 건축의 선구자다.

 

#. 학도병에서 해군으로 복무

그는 또한 6·25 참전 유공자이다. 게다가 전쟁 도중 육군과 해군을 모두 경험한 이력이 있다. 전쟁 발발 4일후 인 6 29일경 계성고등학교 3학년이던 그는 교정에서 어디로 가는 줄도 모르고 트럭에 실려 학도병으로 징집 되었다. 갑작스런 징집이었기 때문에 가슴에 콘사이스를 품은 채 총도 없이 전선으로 갔다가 99식 일본소총을 실탄도 없이 지급하더니 약간의 총기 교육 후 곧바로 전투에 투입시켰다. 그렇게 3개월 동안 일주일에 한번 정도 배급 된 식량을 먹으며 징집 될 때 복장 그대로 고지를 사수했다. 당시만 해도 전황이 극도로 불리하니 모든 배급이 중간에 끊기기가 일수였다. 계속 고지를 옮겨 다니던 중 박격포 사격으로 대부분의 전우들이 희생되었다. 자신도 오른팔에 파편이 박혀 피가 철철 흘렀다.

기초 치료는 고사하고 시체가 가득한 냇가의 물을 마시며 대구에서 울산까지 후송 되어 갔다. 4-500여명이 의사나 간호사는 물론 약도 없이 짐짝처럼 누워 있던 야전병원에 도착하니 살려면 빨리 이곳을 나가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기차역으로 무작정 걸어 나가자 부산으로 가는 기차가 보였는데 미군들이 민간인들은 태우지 않으려고 했다. 그런데 운 좋게도 한 흑인병사가 태워주어 부산에 거주하는 외삼촌댁으로 가게 되어 비로서 병원에서 치료를 받게 되었다. 마취도 없이 파편을 꺼내는데 힘줄이 살아있다는 진단을 받으며 후유증 없이 치료 된 것. 완치 후에는 해군 통신하사관 후보생으로 입대하였고 3 8개월 복무 후 상사로 만기전역 하였다. 이후 서울대 공대와 한양대 공대 전기과를 나와 중앙산업이라는 대기업에 전기기술자로 합격하고 이때 소개팅으로 만난 이가 스칼렛 엄회장이다.

 

#. 한인타운 건축의 산증인

1969년 도미한 그는 처음에는 무역 일에 종사하였다. 그러다가 한인타운이 조성되던 시절 번듯한 건물이 있어야겠다는 생각에서 일본 미쓰이 스미토모 건설 주식회사(三井住友建設)의 도움을 받아 건물들을 짓기 시작했다. 월셔와 윌튼 사이의 콘도들을 주로 많이 지었다. 한남체인 옆 홍콩반점이 위치한 2층짜리 건물도 그의 건축물. 그때 번 돈으로 아내를 서포트했다는 엄회장은 1 2녀의 자녀들을 훌륭하게 키워냈다. 첫째 딸은 임상심리학 박사, 둘째인 아들은 변호사, 셋째인 딸도 변호사이다. 이들은 모두 한인사회에 기여하며 살아가고 있다.

 

#. 자기 건강은 자기가 지켜야

93세인 그는 자기관리의 끝판왕이다. 자신의 집에 별도로 운동실을 둘 정도로 고령의 나이에도 운동을 쉬지 않는다. 근력운동과 자전거 운동을 많이 하고 정시에 화장실에 가 속을 비우신단다. 식사는 가리지 않고 먹으면서 온 타임(on time, 정시)’을 항상 유지한다. 결핍을 예방하기 위해서 골고루 먹는 게 중요하다고 하며 다른 장수 시니어들과 달리 저녁을 먹고 싶은 것으로 든든히 먹는다. 건강은 본인이 만들어간다는 신념 하에 화 내거나 신경질 내지 않고 술, 담배를 하지 않는 절제된 삶에 종합비타민을 꼬박 챙겨 먹는 것이 그의 건강관리 비법이라는 엄회장은 무엇보다도 마음의 평안을 지킬 것을 주문했다.

이훈구 기자 la@chosun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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