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게 이렇지요] 아프간 떠난 미국을 보며 한국 처지를 생각한다

홈 > 로컬뉴스 > 로컬뉴스 > 오피니언
로컬뉴스

[그게 이렇지요] 아프간 떠난 미국을 보며 한국 처지를 생각한다

웹마스터


우연히 중국이 만든 뉴스 비디오 클립을 보다가 충격을 받았다. 유력한 여당의 대통령 후보인 이재명 지사가 중국 기자의 “차기 정부에서 사드(thad)를 어떻게 하실 겁니까?”라는 질문에, “그거 국익에 도움이 안됩니다. 철거토록 할 겁니다”라며 결연히 답하는 걸 보았다. 사드가 무엇인가? 미국이 추진하고 있는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로 적의 탄도미사일 공격으로부터 우리 군병력과 장비, 인구밀집지역 그리고 핵심시설 등을 방어하는 중요 군사장비다. 사드 배치문제에 대해서 중국이나 북한이야 당연히 반발하고 있지만 차기 국가지도자가 될지도 모르는 인사가 중국과 북한 그리고 러시아와 같은 입장에 서서 국가안보를 위협하는 발언을 서슴지 않는 데에 많은 국민들이 놀라고 있다. “도대체 어느 나라 대통령이 되려고 하는가?”라고 많은 식자들은 이 후보를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911사태로 촉발된 아프가니스탄 전쟁이 끝났다. 잔인무도한 반군 탈레반이 20년만에 정권을 탈환했다.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탈레반이 아프간의 수도 카불을 점령하기 하루 전인 지난 8월 14일 아슈라프 가니 아프간 전 대통령과 통화했을 때만 해도 그는 죽을 각오로 싸우겠다고 약속했다고 한다. 그러나 그는 바로 다음 날 훔친 돈을 싸 들고 국외로 도망쳤다고 비난했다. 미군이 철수하더라도 아프간 정부가 무너질 때까지 적어도 서너 달, 길면 1, 2년이 걸릴 것으로 미국 정보당국은 내다 봤는데 철수 11일만에 무너질 것으로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미군이 철수하자 탈레반은 불과 1시간만에 공항을 장악하고 수도를 향해 진격해 왔다. 아프간 정부군은 이 소식에 전의(戰意)를 상실하고 도망치기에 바빴다. 가니 대통령이 제일 먼저 4대의 차량에 가득 실은 돈을 헬리콥터에 옮겨 싣고 타지기스탄으로 달아났다. 최신 첨단무기로 무장한 정부군은 싸울 생각은커녕 각자도생의 길로 갔다. 한마디로 정부와 군이 부패하고 무능한 데다가 애국심이 털끝만큼도 없고 안보정신이 결여돼 있었던 탓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의 국익이 없고 스스로 싸울 의지가 없는 나라를 지켜주려고 우리의 아들과 딸을 보낼 수 없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카불공항의 모습은 1975년 베트남이 패망했을 때 사이공을 탈출하기 위해 구름처럼 몰렸던 사람들의 아비규환 상황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부패와 분열이 비극의 씨앗이었다. 베트남이 그러했고 아프간이 그러했다. 


이런 판국에 우리 정부는 지금껏 친중종북반미반일(親中從北反美反日)의 행보를 보여 왔다. 무슨 균형자론이니 운전자론이니 한반도평화프로세스니 하는 대북정책도 말잔치처럼 들렸고, 국제적으로 사면초가라더니 고립무원 상황이 되었다. 혈맹(血盟)인 미국으로부터도 불신을 사고 가까운 이웃 일본과는 견원지간(犬猿之間)이 되었다. 나라는 촛불집회와 태극기집회로 양분돼 있는데 군대는 얼마나 해이하면 적군이 막사 창 앞에 와서 노크해도 모르는 지경에 이르렀다. 장병들은 성추행으로 날이 새고 병사들의 급식은 돈 떼먹는 자들 탓에 예나 이제나 부실하다. 백악관은 아프간 패망의 후폭풍을 진화하기 위해서 “주한 미군의 철수는 없다”고 했지만 우리는 미국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 부국강병(富國强兵)은 나라 존립의 핵심이다. 부디 내년 3월 새로 뽑힐 차기 대통령은 패거리와 파벌보다는 나라와 국민을 생각하고, 안보와 국민통합에 힘쓰면서 한미동맹 재건에 주력해 줄 것을 기대한다.


c9c6f45bcab0ea4e48039521335631ab_1631127270_0728.jpg
김우룡 칼럼니스트: 중앙고, 고려대 영문과, 서울대 신문대학원을 졸업했다. 뉴욕 컬럼비아대 언론대학원을 수료했고, 고려대 대학원에서 언론학 박사를 받았다. UC버클리 교환교수, 한국방송학회 회장을 지냈다. 한양대 언론정보대학원 석좌교수, 차관급인 제3기 방송위원, MBC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을 역임했다. 

0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