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표현의 자유와 타인에 대한 존중 없이는 평화도 없어"
프란치스코 교황(왼쪽에서 두 번째)이 20일 성 베드로 광장에서 열린 부활절 미사 후반에 성 베드로 대성전 '강복의 발코니'에 등장해 신도들에게 인사하고 있다.(위) 부활절 미사 후 프란치스코 교황이 차를 타고 성 베드로 광장에 모인 신도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AP
폐렴 회복 중 부활절 미사에 '깜짝 등장'
"인질석방 촉구… 가자지구 상황에 개탄"
JD 밴스 부통령과 몇 분간 비공개 면담도
프란치스코 교황이 20일 가톨릭에서 가장 중요한 축일인 부활절 미사에 깜짝 등장해 가자지구의 즉각적인 휴전을 거듭 촉구했다.
폐렴에서 회복 중인 교황은 이날 성 베드로 광장에서 안젤로 코마스트리 추기경이 대신 집전한 부활절 야외 미사 후반에 성 베드로 대성전 2층 중앙 '강복의 발코니'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교황은 강복 '우르비 에트 오르비'(Urbi et Orbi·라틴어로 '로마와 전 세계에'라는 뜻)에 앞서 코마스트리 추기경이 대독한 부활절 메시지에서 "가자지구의 상황이 개탄스럽다"고 말했다.
교황은 또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에 남은 인질들을 석방할 것을 촉구하고 전 세계의 반유대주의가 걱정스러운 추세라고 비난했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교황은 "종교와 사상, 표현의 자유와 타인의 견해에 대한 존중 없이는 평화가 있을 수 없다"며 "전쟁 당사자들에게 휴전을 촉구하고 인질을 석방해 평화의 미래를 열망하는 굶주린 이를 도와줄 것을 호소한다"고 덧붙였다.
교황은 부활절 메시지 대독에 앞서 성 베드로 광장에 운집한 약 3만5000명의 신자와 순례자에게 직접 "형제자매 여러분, 행복한 부활절입니다"라고 인사했고, 군중은 "교황 성하 만세"라고 화답했다.
올해 88세인 교황은 지난달 23일, 즉위 이후 최장기간인 38일간 입원 생활을 마치고 퇴원했다. 의료진은 최소 두 달간 휴식을 권고했지만 교황은 건강이 꾸준히 회복되면서 최근 외부 활동을 늘려 왔다.
이에 따라 교황이 이날 부활절 미사에 모습을 드러낼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오기도 했는데 교황은 실제로 이날 휠체어를 탄 채 20분 넘게 미사에 참여했다.
교황은 미사가 끝난 뒤, 차를 타고 성 베드로 광장 주변을 돌며 신자들과 반갑게 인사하기도 했다.
쌀쌀하지만 화창한 이날 오전 성 베드로 광장과 성당은 네덜란드가 기증한 수선화, 튤립 등 수만 송이의 꽃으로 장식됐다고 AP통신은 전했다.
교황은 부활절 미사 참석에 앞서 이탈리아 로마를 방문 중인 JD 밴스 미 부통령도 비공개로 만났다.
교황청은 이날 성명에서 밴스 부통령이 바티칸의 교황 거처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을 만나 부활절 인사를 나눴다고 밝혔다. 이어 이날 만남이 오전 11시30분 직전에 몇 분간 이뤄졌다고 덧붙였다고 AFP통신은 전했다.
밴스 부통령은 전날에는 교황청 2인자 국무원장 피에트로 파롤린 추기경과 외무장관 폴 갤러거 대주교와 비공개로 회동했다.
한편, 1054년 교회 대분열로 가톨릭에서 갈라져 나간 동방정교회도 이날 나란히 부활절을 맞아 러시아, 그리스, 세르비아, 루마니아, 불가리아 등 주로 동유럽에 분포한 교회와 신자가 기념예배를 했다.
1582년 교황 그레고리우스 13세가 공표한 그레고리력(歷)을 채택한 가톨릭과 옛 율리우스력을 따르는 동방정교회의 부활절은 수주의 시차가 나는 게 보통이지만 올해는 2017년 이후 8년 만에 날짜가 겹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