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이야기] 파스칼의 내기

제이슨 송
뉴커버넌트 아카데미 교장
'파스칼'이란 이름을 들으면 “아! 그 수학의 대가!”란 생각이 들 것이다. 그런데, 파스칼은 철학과 물리학의 천재로도 인정받았다. 이런 쟁쟁한 학술적 기반을 통해 그는 '파스칼의 내기'란 명쾌한 기독교 변증법을 제시했다.
그는 논리를 통해 “신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믿더라도 신이 존재하는 것처럼 사는 것이 더 합리적이다”란 결론에 도달했다. 참고로, 파스칼이 말하는 신은 기독교의 신이지만, 전반적으로 불확실한 상황 가운데 논리적인 선택을 하는 것이 가장 득이 된다는 점은 종교적 신념이나 특정 종교에 국한되지 않는다.
파스칼은 신이 존재하거나, 또 존재하지 않을 수 있다는 가정 하에 인간이 어떤 선택을 해야할지를 다음과 같은 네 가지 시나리오로 설명한다.
첫째, 만약 신이 존재한다면 이생에서 육체적, 그리고 물질적 쾌락(악행을 포함한 이기적 선택, 성경이 말하는 '죄')을 포기해야 한다. 왜냐하면 정말 신이 존재하고, 그리고 실제로 천국과 지옥이 있다면 자아중심적 쾌락과 죄를 포기해야 천국에 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포기는 천국과 영생에 비하면 아주 작은 대가에 불과하다.
둘째, 신이 존재하는 것처럼 살았다 실제로 신이 없다면 이생의 쾌락을 즐기지 못했기에 사후(死後)에 억울해할 수 있다. 하지만 만약 신이 존재하면 천국과 지옥이 있을 수 있기에 이것은 분명 '안전한' 선택이었고, 더 나아가 자신의 욕심이나 정욕을 절제하며 살았기에 뭇사람에게 덜 피해를 주었을 것이고, 선한 언행을 통해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을 확률이 높다.
셋째, 만약 신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여겨 마음 내키는 대로 살다 정작 신이 존재한다면 지옥에 가게 된다. 지옥행 선택은 최악의 실패, 돌이킬 수 없는 큰 도박이다.
넷째, 만약 신이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살다가 사후(死後)에 신이 존재하지 않음을 알게 되면, 자신이 옳았다 느끼겠지만 아마도 쾌락을 추구하며 살았기에 좋은 흔적보다 나쁜 흔적을 남겼을 가능성이 높다.
자, 이 네 가지 선택과 결과를 다음과 같이 순위 매길 수 있다.
신이 존재하는 것처럼 살았다 죽은 뒤 신이 존재함을 알게 되면 천국에 가게 된다.(가장 논리적이며 안전한 선택)
신이 존재하는 것처럼 살았다 죽은 뒤 신이 존재하지 않음을 알게 되면 인생의 쾌락과 악덕은 놓쳤지만 아마도 고귀한 삶을 살았을 것이다.(좀 아쉽지만 안전한 선택)
신이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살았다가 죽은 뒤 신이 존재하지 않음을 알게 되면 인생을 마음대로 즐겼기에 만족할 것이다.(무신론자나 쾌락주의자의 선택)
신이 존재하지 않은 것처럼 살았다 죽은 뒤 신이 존재함을 알게 되면 지옥에 가게 된다.(최악의 선택)
사실 2번과 3번은 어떤 것이 더 나은지, 더 이득이 되는지 논란의 여지가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1번이 가장 합리적이며 이득이 되는 선택이고, 4번은 최악, 무모한 도박이란 점이다.
물론, 여기서 말하는 '가장 합리적인 선택'(신의 존재에 베팅했다가 죽은 뒤 그의 존재를 발견하는 것)은 기독교의 본질이 아니다. 하지만 “파스칼의 내기”는 추론 능력을 사용해 가장 합리적인 선택을 하는 것이 초점이기에 교리나 신학과는 차원이 다르다. 이 점을 혼동해선 안 된다.
매년 이맘때가 되면 기독교 신앙의 핵심인 부활과 영생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무신론자들의 지적과 비판에 대해서도 생각한다. 과학을 맹신하는 이 시대는 종교가 무지한 자의 망상이요, 비과학적이라며 맹렬히 비난한다. 또, “파스칼의 내기”를 제시해도 “기꺼이 3번이나 4번, 즉 지옥에 갈지도 모르는 모험을 택하겠다, 그리고 나의 선택이었기에 책임지겠다, 만족하겠다”라고 반응한다.
무신론자였던 버트런드 러셀은 만약 죽은 뒤 천국과 지옥이 존재하기에 자신이 지옥에 가야 한다면 신에게 "당신은 충분한 증거를 제공하지 않았습니다!”라고 항의하겠다 했다. 하지만, 신은 지적장애를 제외한 모두에게 논리적 사고를 부여했기에 그의 항의는 각하될 것이다.
기독교의 부활은 사소한 문제가 아니다. 수난주간을 맞아 이 중대한 사안을 깊이 생각하고 곰곰이 논리를 동원해 따져보길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