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알프스를 누비며 만나는 또 다른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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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알프스를 누비며 만나는 또 다른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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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에서 가장 큰 규모 중 하나인 베르비에 스키장에서 하기환(오른쪽에서 두 번째) 회장과 일행이 포즈를 취했다. 이태리 밀라노의 랜드마크인 두오모 성당. 체르비니아 스키리조트. 체르비니아 스키장 정상으로 가는 곤돌라. 스위스 체르마트쪽 스키장. 산간마을 체르마트의 깨끗한 풍경. 알프스의 영봉 마테호른. 스위스 샤모니의 주말장터. (위에서부터)   


[나의 여행기] 한남체인 하기환 회장 일행 유럽 스키여행<상>


밀라노에서 알프스까지 9박11일 여정

첫날 이태리 두오모성당 웅장함에 압도

이태리·스위스에 걸친 체르비니아 스키장

꼬불꼬불 고갯길 정상에 힘겹게 올라도

절경의 마테호른, 설경 속 활강 재미 '쏠쏠'



그동안 유럽 알프스 스키여행은 가성비가 좋은 1월에 가곤 했다. 그러나 올해는 3월에 다녀왔다. 여행은 이탈리아 밀라노를 거쳐 스위스 알프스에 도착하는 코스였다. 지난 3월 11일 오후 늦게 밀라노에 도착해 자동차를 렌트하고 9박11일간의 첫 여정을 시작했다. 


#. 밀라노에서 시작한 여정


우리는 공항에 위치한 호텔에 숙소를 정했다. 짐을 푼 후 지하철을 타고 밀라노의 랜드마크인 두오모 성당을 찾았다. 대도시인 밀라노 시내는 복잡했기에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이 현명한 일이다. 그런데, 지하철이 출발하고 거스름돈을 확인하니 74유로 중 64유로만 받았다. 이탈리아에는 역에 소매치기도 많고 사기꾼도 많다는 이야기를 익히 들어 알고 있었다.


그런데도 큰돈은 아니지만, 여행 첫날부터 사기를 당한 것이다. 다소 씁쓸한 기분이 들었던 건 사실이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지하철이 갑자기 멈췄다. 앞에서 사고가 났으며 무려 세 시간 정도를 기다려야 한다는 안내방송이 흘러나왔다. 당황스러운 일이나 우리에겐 다른 방법이 있었다. 지하철을 포기한 우리는 지상으로 올라와 우버를 호출했다.


늦은 시간에 두오모 성당 앞에 도착했다. 이 성당은 고딕양식으로는 세계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힐 정도로 큰 규모를 자랑한다. 이탈리아에서 가장 큰 성당이기도 한 두오모는, 숲을 연상시키는 독특한 외관으로도 유명하다. 이 성당은 14세기에 짓기 시작하여 20세기에 완공되었다. 무려 600년에 가까운 공사기간을 거쳤고 이제 미술사적으로 가장 조화를 이루는 건축물로 평가받고 있다. 그 웅장한 성당을 마주하니 이곳까지 오는 동안 겪었던 고생이 조금은 잊히는 듯했다.


두오모 성당 근처의 멋진 유리지붕과 건물이 인상적인 비토리오 에마누엘레 2세 갤러리를 둘러보았다. 이곳은 명품 상점과 근사한 식당들이 밀집해 있었다. 저녁식사로 정통 이탈리아 요리와 와인까지 곁들였음에도 200유로 정도만 청구되었다. 미국 달러화 강세 덕분인지 아주 합리적인 가격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미국과는 다르게 팁 대신 ‘테이블 차지’를 청구하는 걸 보며 이탈리아 식당문화를 새롭게 알게 되었다.


#. 체르비니아에서의 뜻밖의 여정


이튿날부터 본격적인 스키 일정이 시작되었다. 렌터카를 이용하여 첫 번째 방문지인 체르비니아(Cervinia) 스키장으로 떠났다. 우리는 예약한 숙소가 스키장 바로 근처인 줄 알았는데, 도착해 확인해 보니 몬테로사(Monterosa)라는 또 다른 스키장 앞이었다.


아침 일찍 출발했음에도 체르비니아 스키장까지는 거의 2시간이나 걸렸다. 해발 3,000미터까지 이어지는 굽이가 심한 고갯길을 운전하다 보니 긴장감이 상당했다. 하지만, 알프스의 웅장한 설경을 바라볼 때마다 그 힘겨움조차 점차 설렘으로 바뀌어 갔다.


그런데 막상 도착하니 날씨가 좋지 않았다. 스키장은 시야 확보가 어려워 긴장될 정도였다. 이럴 땐 과감하게 다른 곳으로 이동해 보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곤돌라를 타고 이탈리아 국경을 넘어 스위스 체르마트(Zermatt) 방향으로 향했다.


놀랍게도 체르마트의 날씨는 비교적 화창했다. 알프스를 상징하는 영봉 마테호른(Matterhorn)이 온전한 삼각뿔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파란 하늘을 찌를 듯 우뚝 솟은 그 모습은 언제 보아도 놀라운 풍경이다. 알프스의 뾰족한 봉우리와 눈 덮인 설국을 감상하며 슬로프 아래 체르마트 마을까지 내려왔다. 알프스의 산간마을 체르마트. 시냇물이 졸졸 흐르는 한적하면서도 수채화 같은 풍경이 우리를 반겨주었다.


‘마테호른 익스프레스 곤돌라’와 트램은 새로 만들어진 듯 깨끗하고 쾌적했다. 그런 산뜻함이 노곤한 몸과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어 주었다. 스위스의 체르마트는 공해방지 때문에 전기차만 운행이 가능했다.  우리가 스키를 시작한 체르비니아 스키장은 이탈리아와 스위스 두 나라를 오가며 스키를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우리가 좋지 않은 날씨를 피해 체르마트로 넘어왔 듯이, 눈보라라도 치면 이탈리아 쪽 스키 리프트는 운행을 멈춘다. 그런 걱정이 들어 서둘러 이탈리아 쪽 체르비니아로 돌아왔다.



예상대로 체르비니아는 여전히 날씨가 좋지 않아 화이트 아웃이 계속되고 있었다. 스키를 타는 것도 쉽지 않았다. 앞이 전혀 보이지 않는 눈보라 속에서 방향 감각을 잃고 여러 번 넘어졌다. 잠시 전 스위스 쪽에서는 ‘천국’을 만끽했는데, 순식간에 ‘지옥’을 경험한 셈이다. 오늘은 그야말로 극과 극을 오간 하루였다. 모두들 여러 번씩 넘어진 끝에야 겨우 자동차가 있는 주차장으로 내려올 수 있었다.


오늘처럼 여행은 늘 예기치 못한 변수와 함께한다. 지하철 사고로 인한 지연, 작은 거스름돈 사기, 예약 착오로 인한 산길 운전, 그리고 이탈리아 쪽의 화이트 아웃과 불과 반나절 차이로 맑게 갠 스위스 쪽의 설경과 경험까지. 그러나 이러한 불확실성이 또한 여행의 묘미이기도 할 것이다. 여행을 하는 중 만나는 여러 우여곡절이 알프스 겨울 여행을 더욱 다채롭게 만들어 준다고 생각한다.


#. 샤모니 관광하고 베르비에 스키장으로 출발 


이튿날 프랑스 샤모니(Chamonix)로 이동했다. 알프스 최고봉이자 ‘알프스의 여왕’이라는 별명을 가진 몽블랑을 품고 있는 샤모니. 하지만 아쉽게도 날씨가 흐려 웅장한 몽블랑의 전경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날카로운 바늘 끝을 닮은 침봉에 있는 전망대 에귀디미디 봉우리에는 올라갈 수 없었다. 그 대신 샤모니 시내에서 열린 소박하고 정겨운 주말 장터를 구경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지금이 겨울이지만 샤모니에서 만나는 사람들 사이에는 따스함과 여유가 느껴졌다. 



맛있는 치즈와 하몽, 올리브, 통닭구이를 사는 등 즐거운 쇼핑도 했다. 미국에서는 몇백 달러나 하는 비싼 스키바지가 95달러 정도로 저렴했다. 인터넷에서 유명한 식당에서 맥주와 핫도그를 즐기는 여유로운 시간도 가졌다. 다들 넉넉한 마음으로 다음 행선지인 스위스의 대표적인 스키 리조트 베르비에(Verbier)로 출발했다. 베르비에 스키장은 스위스에서도 가장 큰 규모로 북가주 맘모스 스키장의 8배인 2만4000에이커나 된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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