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세·1.5세·2세 조화… 큰 돈 드는 회장 선거제도 개선 필요
LA한인회 로버트 안(왼쪽) 회장과 스티브 강 이사장이 37대 한인회 출범 100일을 맞아 향후 활동계획을 밝히고 있다. /구성훈 기자
37대 LA한인회 출범 100일- 그간 성과와 향후 과제
각계각층 한국어권·영어권 인사 지도부·이사진에 골고루 포진
산불피해자 돕기, 이민자 권익옹호, 커뮤니티 건강 증진 성과
"한인사회 기여도 높은 단체가 회장후보 추천해야" 지적 나와
이민 1세대 업적 잊지 말고 한국정부·1세단체와 협력 강화 주문
37대 LA한인회(회장 로버트 안)가 10일로 출범 100일을 맞았다.
한인 2세 로버트 안 회장과 1.5세 스티브 강 이사장, 1세 김용호 수석부회장 등 리더십 포지션에 2세, 1.5세, 1세가 골고루 포진해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은 한인회가 만들어져 100일동안 본연의 임무를 충실히 수행해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세가 회장이 되면서 한때 한인회가 영어권인 2세, 1.5세 위주 인사들로 채워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었지만 기우에 그쳤다. 출범 초기에 이런 우려를 의식한 듯 이사진 명단은 다양한 세대를 아우르는 인사들로 채워졌다. 이사진에는 한국어권 6명, 영어권 6명, 한국어·영어 이중언어 구사자 13명이 들어가 있으며, 이사회 미팅은 영어와 한국어로 동시에 진행된다.
한인회는 지난 3개월동안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시간을 보냈다. 트럼프 2기정부 출범과 함께 시작된 불법 이민자 집중단속, 엄청난 피해를 불러온 LA산불 등 한인사회 최대현안에 신속히 대응하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달 25일 LA총영사관과 공동으로 한인단체장 20여명을 초청해 한인회관에서 트럼프 정부의 ‘신속추방 절차’ 등 강경이민정책에 대해 설명하고 대응책을 논의하는 자리를 마련해 큰 호응을 얻었고, 지난 1월 27일부터 3월 31일까지 산불피해 한인 돕기 성금모금 캠페인을 벌여 총 22만6851달러를 모금하는 성과를 거뒀다. 성금모금 캠페인에는 미주조선일보LA등 개인·기업·단체·동문회·종교기관 등 총 55곳이 참여했다.
커뮤니티 건강증진을 위한 코로나19 백신 및 독감 예방접종, 여성 대상 유방암 등 무료 건강검진 행사, 3.1절 106주년 기념식에서 문화예술분과위원회가 주최한 ‘대한이 살았다’ 콜라보레이션 창작무용, 미국·한국·중국의 한인 청소년들이 참여하는 국제청소년 교류 프로그램, 이민자 권익에 대한 정보가 담긴 레드카드 배포 등 여러 프로그램이 커뮤니티의 주목과 함께 많은 참여를 이끌어냈다.
한인회가 37대 지도부 출범 이후 거둔 성과는 칭찬받아 마땅하지만 해결해야 할 과제도 산적해 있다. 그 중 재력을 갖춘 인사만 출마할 수 있는 현 한인회장 선거제도를 뜯어고쳐야 한다는 지적이 곳곳에서 나온다. 한인회장에 출마하려면 기본적으로 5만달러의 후보등록비를 내야 하며, 2명 이상의 후보가 출현해 경선이 실시될 경우 후보 당 8만달러를 추가로 납부해야 한다. 선거를 한다고 치면 일인당 13만달러의 거액을 부담해야 하는 것이다.
로버트 안 회장은 “현 회장 선거제도가 이상적이지 않다는 것은 공감한다. 개선해야 할 부분이 있다는 점을 인정하며 회장으로 재직하는 동안 어떤 접근방식을 취하는게 좋을지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스티브 강 이사장은 “현 시스템에서는 회장직에 출마한 인사가 선거비용 모금을 할 수 있는 기간이 2주밖에 안돼 너무 짧다고 생각한다. 시스템을 전체적으로 다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제프 리 사무국장은 “돈 안드는 선거를 치르는 것은 힘들다. 현실적으로 한인회가 선거비용을 댈 수는 없기 때문에 다른 방안을 모색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일각에서는 일반 유권자들이 투표권을 행사하는 경선 대신 단체 추천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스칼렛 엄 29대 회장 당시 한인회 이사를 지낸 박윤숙 화랑청소년재단 총재는 “사명감과 능력을 갖춘 인물이 돈이 없어 한인회장 선거에 나서지 못하는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한인사회 기여도가 높은 단체들이 후보를 추천하고, 단체 회원들이 투표해서 회장을 뽑는 방안을 생각해볼 수 있다”며 “이렇게 하면 지금처럼 돈이 많이 드는 선거를 피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인회가 한국정부 및 1세 단체들과 교류 및 협력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이에 대해 로버트 안 회장은 “총영사관, 1세 단체장들을 초청해 트럼프 이민정책 설명회를 개최했고, 1세 애국단체들과 함께 3·1절 기념행사도 여는 등 1세들도 챙기는 한인회가 되도록 노력하고 있다”며 “현실적으로 모든 1세단체 행사에 참석하기는 어렵지만 시간이 허락하면 최대한 힘을 보태겠다”고 말했다.
한 1세 한인단체장은 “37대 한인회가 권위주위에서 탈피하고 주류사회와 커넥션 빌딩을 잘 하는 것 같아 흐뭇하다”며 “하지만 지금의 한인사회가 있도록 튼튼한 기반을 닦은 이민 1세대의 업적을 기억하고, 한국인으로서 정체성을 지키는 일에도 신경 써 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스티브 강 이사장은 “앞으로 특정 재력가의 도네이션에 의존하지 않고, 정부기관이나 주류사회 파운데이션 등으로부터 펀딩을 받는 한인회를 만들고 싶다”며 “1세들과도 협력하고, 주류사회로부터도 인정 받고, 한인 뿐만이 아닌 커뮤니티 전체를 아우르는 한인회가 되는 것이 장기적인 목표이자 비전”이라고 말했다.
구성훈 기자 la@chosun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