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비 잡는 트럼프… 학생들 진학여부 고민

트럼프 정부에 의해 펀딩을 삭감당한 프린스턴대 캠퍼스. /AP
연방교육부, 리서치 펀딩 중단·삭감
프린스턴·브라운·컬럼비아 등 영향
"재정보조에 악영향?" 한인들 불안
트럼프 정부가 많은 한인학생들의 ‘꿈의 대학’인 아이비리그를 거세게 밀어붙이고 있다.
아이비리그 캠퍼스에 만연한 반유대주의와 요즘 뜨거운 이슈로 부상한 명문대들의 DEI(다양성·평등성·포용성) 정책을 청산하겠다는 의지가 담긴 조치라는 분석이다.
연방교육부(DOE)는 지난달 컬럼비아대를 상대로 4억달러 규모의 연방계약 및 보조금을 취소했으며, 펜실베이니아대(유펜)에도 트랜스젠더 스포츠 정책을 문제삼아 1억7000만달러 규모의 지원을 중단했다.
이어 브라운대에 대해서도 5억1000만달러 규모의 연방정부 펀딩을 중단했고, 하버드대의 경우 90억달러 규모의 연방정부 계약과 그랜트를 재검토중이라고 밝혔다. DOE는 프린스턴대도 2억1000만달러 규모의 리서치 펀딩을 중단했다.
이처럼 아이비리그 대학들이 트럼프 정부의 ‘철퇴’를 맞는 것을 지켜보는 한인학생 및 학부모들의 마음은 편치가 않다. 올 가을학기 컬럼비아대와 브라운대 등 명문대 5곳에 합격한 고교 시니어 딸을 둔 학부모 박모(50)씨는 “트럼프 정부가 아이비리그 대학들을 계속 괴롭힌다는 뉴스를 접한 후 아이를 아이비리그에 보내야할지, 비아이비 대학에 보내야할지 고민 중”이라며 “아이는 이런 뉴스에도 아랑곳 않고 드림스쿨인 컬럼비아대에 가고 싶다고 한다”고 전했다.
실제로 수많은 미국인들이 들어가는 온라인 게시판 레딧(Reddit) 등에는 아이비리그 등 명문대 옥죄기를 진행중인 트럼프 정부를 성토하는 글이 하루종일 올라오고 있다. 매일 레딧을 방문한다는 직장인 윤모(38)씨는 “트럼프 정부가 대학 길들이기를 본격화하면서 복수의 명문대에 합격한 학생 중 상당수는 어느 대학에 진학하는게 좋은지 우왕좌왕하는 분위기”라며 “이대로 가다간 대학들의 학문적 자유, 표현의 자유가 사라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연방정부의 잇단 펀딩 중단 또는 삭감 조치로 재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대학들의 재정보조 프로그램이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우려도 곳곳에서 나온다. 올 가을 브라운대 진학이 확실시되는 아들을 둔 학부모 조모(46)씨는 “가구소득이 낮아 재정보조에 절대적으로 의존해야 하는데 연방정부가 대학들에 제공해온 리서치 펀딩을 중단했다는 소식이 하루가 멀다하고 들리니 불안해서 밤에 잠을 못자겠다”며 “그나마 대학 측이 첫해 필요한 만큼 재정보조를 제공한 것이 천만다행”이라고 말했다.
한편 트럼프 정부의 대규모 공무원 해고조치로 연방 무료학비보조신청서(FAFSA)를 관리하는 DOE 인력이 크게 축소돼 앞으로 연방정부 재정보조를 위해 제출해야 하는 FAFSA가 어떻게 될지 학생, 학부모 및 교육계가 주목하고 있다.
구성훈 기자 la@chosundaily.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