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과 감성 사이] 함께 뛴 시간, 함께 만든 꿈 — 제25회 샌퍼낸도밸리 유스올림픽을 마치며
김미향(Cecily Kim)
오클렘그룹 대표
올해도 어김없이 봄이 찾아왔고, 그 어느 해보다 따뜻하고 벅찬 하루가 LA 북서쪽, 샌퍼낸도밸리에서 펼쳐졌다. 바로 제25회 샌퍼낸도밸리 유스올림픽이 열린 날이다. 운동장을 가득 메운 환호성, 손을 맞잡은 학생들의 웃음소리 속에서 공동체가 함께 만들어 낸 장면이 생생히 떠오른다.
이번 대회는 밸리한인학부모회와 SF Valley Youth Leaders 학생회가 지역사회의 지원 아래 지난달 29일 성황리에 개최됐다. 이 행사는 1998년 제1회를 시작으로,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25회에 이르기까지 거의 매년 빠짐없이 이어져 온 LA와 밸리 지역의 대표적인 청소년 체육·문화 축제로 자리잡고 있다.
지역의 5개 고등학교와 5개 중학교 등 총 10개교에서 약 300여 명의 한인 및 비한인 학생들이 참가했고, 100여 명이 넘는 학부모와 지역 커뮤니티 리더, 자원봉사자들이 함께하며 대회를 빛냈다. 농구, 배구, 육상 등 주요 종목 외에도 태권도 시범, 한국 전통무용, K-팝 댄스 공연, 그리고 오징어게임에서 착안한 다양한 전통놀이 체험이 더해져 참가자와 관람객 모두에게 풍성한 하루를 선사했다. 이 날은 한류의 인기를 생생하게 느낄 수 있는 시간이기도 했다.
행사장에는 김영완 LA총영사, 존 리 LA 12지구 시의원, 린지 호바스 LA카운티 수퍼바이저, 스캇 슈머슨 LA 통합교육구 교육위원장 등 다수의 지역 인사들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고, 청소년들에게 따뜻한 격려의 말을 전했다.
이 행사를 25년간 이어 온 밸리한인학부모회의 노력은 단순히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운영하는 차원을 넘어, 스포츠를 매개로 세대와 문화를 연결하고 공동체의 정체성과 연대감을 지켜 온 시간의 축적이라 할 수 있다. 단순한 이벤트를 넘어선 전통, 바로 그것이 오늘날 이 행사를 특별하게 만드는 이유다.
대한민국 LA총영사관 또한 이 뜻깊은 행사에 주목했다. 격려사에서 김영완 총영사는 도전과 성장을 통해 인내심, 팀워크, 스포츠맨십이라는 가치를 일깨우는 장이라 말하며, 청소년들이 진정성 있는 경쟁을 통해 소중한 추억과 교훈을 안고 가길 바란다고 전했다.
행사가 끝난 후 총영사와 나눈 대화는 마음 깊은 곳에 긴 여운을 남겼다.
“오늘 이 행사는 특히 뜻깊게 느껴졌습니다. 1998년 첫걸음을 내디딘 이후 거의 매년, 25회에 걸쳐 이어졌다는 건 이 자리가 단순한 청소년체육대회가 아니라 공동체의 정체성과 자긍심을 담은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했다는 뜻입니다. 이 전통이 앞으로도 우리를 더욱 굳건히 이어 줄 귀중한 유산이 되길 바랍니다.”
그리고 이어진 말씀도 큰 용기를 주었다.
“오늘 이 자리에 모인 모든 학생들이 자신의 정체성을 자랑스럽게 여기고, 앞으로 어떤 도전이 닥쳐오더라도 굴하지 않는 회복탄력성과 강인함을 간직하길 바랍니다. 그리고 다양성은 우리 모두를 더욱 풍요롭게 합니다. 그 다양성이야말로 이 지역을 특별하게 만드는 힘이지요.”
그날의 운동장은 단지 기록을 겨루는 경기장이 아니었다. 서로의 문화를 배우고, 자긍심을 확인하며, 미래를 함께 상상하는 희망의 무대였다. 문화적 배경이 달라도 학생들은 함께 뛰고, 함께 웃고, 함께 성장했다. 그리고 그 하루는 오랫동안 마음 속에 간직될 소중한 기억으로 남게 될 것이다.
스포츠는 사람과 사람을 잇는다. 마음과 마음을 연결하고, 세대와 문화를 이어주는 다리가 된다. 샌퍼낸도밸리 유스올림픽은 지난 25년 동안 그 다리의 역할을 묵묵히 해 왔고, 이제는 한 세대가 그 기억을 품고 자라나는 중이다.
이 전통이 계속되며, 더 많은 아이들이 달리고, 웃고, 협력하며 우리의 공동체가 더욱 단단해지길 바래 본다. 이 아름다운 연대의 시간을 가능하게 한 모든 이에게 진심 어린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