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무역칼럼] 세계 무역의 무게 중심이 이동한다: 관세의 재해석
앤드루 박
Andrew J Park CHB 대표관세사
한미관세무역연구포럼 전 회장
LACBFFA Board of Directors
글로벌 관세 전환기, 한국기업은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
“Tariff(관세)”라는 단어는 대다수 수출입 종사자에게 익숙한 용어지만, 2025년 현재 그 의미는 전혀 다른 무게를 지닌다. 이제 관세는 단순한 ‘수입세’가 아니라, 국가 간 외교관계, 공급망 안보, 산업정책, 보복조치가 복합적으로 얽힌 전략무기이자 정책수단으로 작동하고 있다. 특히 미국의 관세정책은 규모, 속도, 구조 면에서 과거와 전혀 다른 차원으로 재편되고 있으며, 이 변화는 한국기업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복잡해진 미국의 관세 구조
2025년 현재, 미국은 하나의 수입 제품에 대해 최대 3~5개의 관세가 중첩 적용될 수 있는 다층적인 관세 구조를 운영하고 있다. 가장 기본이 되는 기본관세(Regular Duty)는 HTS코드(세번분류표)에 따라 부과되는 전통적인 세율이다. 여기에 Section 301 보복관세는 주로 중국을 대상으로 한 지식재산권 침해 대응 조치로 부과되며, Section 232 국가안보 관세는 철강, 알루미늄, 자동차 및 자동차 부품 등 국가 전략산업 보호를 목적으로 한다.
또한, IEEPA(국제비상경제권법)에 따른 긴급조치 관세는 특정 국가에서 발생한 안보 또는 사회적 위협에 대응해 부과되는 조치이며, 최근에는 멕시코, 캐나다, 중국 등이 대상에 포함되었다. 마지막으로, 상호주의 관세(Reciprocal Tariff)는 상대국이 미국산 제품에 부과하고 있는 관세율을 기준으로 미국도 동일하거나 유사한 수준의 관세를 부과하는 방식이다. 이는 무역 균형과 공정성을 내세운 보복성 성격이 강한 관세다. 이 외에도 미 상무부는 반도체, 의약품, 목재, 구리 등 특정 전략품목에 대해 추가적 관세 부과 가능성을 검토 중이며, 이들 품목이 새로운 Section 232 조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결과적으로, 이제는 단일 관세만 고려해서는 안 되는 시대가 되었고, 수입업체는 자사 제품이 어떤 관세에 중첩 적용될 수 있는지 정밀하게 파악할 필요가 있다.
기업이 준비해야 할 관세 전략
지금은 모든 수출입 기업이 관세 리스크에 대한 전면적인 점검과 전략 수립을 서둘러야 할 시점이다. 우선, 제품의 원산지를 어떻게 구성할 것인지에 대한 원산지 구조 재설계(Origin Planning)가 필요하다. 이는 단순한 제조국의 문제가 아니라, 부품의 조달지, 최종 가공지, 실질적 변형 여부를 모두 고려한 전략적 판단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또한, 제품의 HTS코드 분류(Classification)를 정확히 하고, FTA 자격요건(FTA Qualification)을 충족시키는지도 사전에 검토해야 한다. FTA가 적용되면 관세 부담을 줄일 수 있지만, 요건을 정확히 충족하지 못할 경우 예기치 않은 세금 추징 또는 처벌 위험이 발생할 수 있다. 아울러, 수입 시 적용되는 과세가격(Valuation)의 적정성도 점검해야 한다. 이는 제품 가격뿐 아니라 로열티, 부대비용, 운송비, 조립 비용 등을 포함한 전체 거래구조를 기반으로 검토해야 하며, 증빙자료를 체계적으로 준비해두는 것이 중요하다.
이외에도 Chapter 98 특례 조항, Drawback(관세환급)과 같은 미국 통관제도의 특수 규정을 적극 활용하는 것도 관세 부담을 줄이는 현실적인 해법이 될 수 있다. 특히 다국적 제조체계를 운영하는 기업이라면, 최종 생산지를 미국으로 이전하거나, 관세 우대국을 통한 중간 가공국 설정 전략이 관세 비용을 좌우하는 결정적 요소가 될 수 있다.
결론
오늘날의 관세는 더 이상 과거처럼 단순히 수입 시 납부하는 ‘세금’에 머물지 않는다. 관세는 이제 공급망의 생존을 좌우하는 전략도구이며, 기업 경쟁력을 가늠하는 핵심지표가 되었다.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기업이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루기 위해서는 관세를 단순한 통관절차의 일부로 보는 관점을 넘어, 기업의 경영전략에 포함되는 주요 요소로 인식해야 한다. 관세는 피하고 부담스러워할 대상이 아니라, 제대로 설계하고 관리할 경우 비용을 절감하고 경쟁우위를 확보할 수 있는 전략적 자산으로 전환될 수 있다. 지금은 관세에 대한 수동적 대응에서 벗어나, 선제적 분석과 체계적인 대응을 통해 새로운 기회를 창출해야 할 때다. 문의 (310) 567-1403, andrewpark.kacts@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