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태광의 기독교 인문학] 하나님을 경험하는 왕도(Royal Road to experiencing God)
강태광 목사(월드쉐어 USA 대표)
한국방문 기간에 정보사령부 교회에서 설교를 했다. 오랜만에 군인교회 설교를 준비하며 심장이 요동치는 ‘설렘’을 느꼈다. 그리운 군인교회 성도들과 젊은 형제들을 만난다는 설렘이었다. 설렘으로 나대는 심장을 달래다 박일병을 생각했다. 박일병은 수십 년 전 백마부대에서 만났던 직할대 군종병이었다.
당시 나는 국방일보 <군종 단상> 집필진으로 위촉되어 정기적으로 칼럼을 기고할 때였다. <내가 존경하는 박일병>이란 칼럼을 보냈는데 제목이 문제가 되었다. 육군 소령 군종 목사가 일병을 존경한다는 것이 불편하다는 것이었다. 국방부 군종실장(목사)님께서 칼럼 제목 수정을 요구하셨지만, 제목을 바꾸지 않았다. 박일병이 존경 받을 만한 사람이라고 당당히 버텼다.
백마 교회에 부임한 지 몇 주 만에 박일병을 알았다. 매주 화요일 새벽에 주일 헌금 봉투를 받아 감사 헌금자와 감사 제목(기도 제목)을 보며 기도했다. 박일병은 매주 100원, 200원을 넣은 감사헌금을 드렸고, 거의 매주 두 개 이상의 감사헌금을 드렸다. 자연스럽게 그의 이름을 기억했다.
그런데 설날에 불우전우 돕기 대상자 추천 명단에 그의 이름이 올라와 깜짝 놀랐다. 비고란에 홀어머니의 외아들이라고 적혀 있었다. 그를 사무실로 불렀다. 어려운 가정 출신이고 경제적 어려움이 있었지만, 그는 뜨거운 신앙으로 풍성한 감사를 고백하는 신실한 신앙인이었다.
박일병 상황은 만만치 않았다. 홀로 계신 어머님은 경제적으로 어려웠다. 그는 휴가 기간 내내 어머니 농사를 돕고, 교회 담벼락을 쌓고 왔다고 했다. 하지만 그의 어려운 집안 사정과 할 일도 고생도 많은 일병의 계급장은 그에게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는 문자 그대로 범사에 감사했다.
박일병을 존경하게 된 것은 그의 탁월한 감사 고백 때문이었다. 그의 감사는 성숙했고, 그의 감사는 크고 넓었다. 그의 감사는 대략 이랬다. <사단 기동훈련을 무사히 마치게 하시니 감사합니다.> <김 아무개 병장님 무사히 전역하게 하시니 감사합니다.> <대대 훈련을 잘 마치게 하시니 감사합니다.> <아무개 이등병 잘 적응하게 하시니 감사드립니다.> 그의 감사는 언제나 풍성했다.
박일병을 존경하고 사랑하게 된 두 번째 이유는 그의 섬김과 나눔 때문이다. 그는 섬김과 나눔에 풍성했다. 어느 명절에 그가 병사 중에 가장 많은 불우전우 돕기 헌금을 드렸다. 나눌 때마다 그의 필요를 하나님께서 채워주셨다. 그는 하나님의 채우심과 능력을 경험하는 살아 있는 신앙인이었다.
그 시절과 박일병을 생각하면 가슴이 뛴다. 당시 나는 그의 살아 있는 신앙을 보며 부끄러웠다. 자신을 위해 PX에 가본 적이 없다는 그는 이등병과 부적응 사병에게 빵을 잘 사주는 군종병이었다. 그는 대대 복음화를 위해 기도했고 그의 많은 기도가 실제로 응답되었다. 감사와 나눔으로 하나님을 경험하며 살았던 박일병을 진심으로 인정하고 존경했다.
군인교회 설교를 준비하며 군인교회 성도들이 감사와 나눔의 신앙인이 되기를 기도했다. 좀 더 먹고 좀 더 누리기 위해 옹색하고 천박하게 사는 사람이 많다. 반면에 나누고 섬기며 근사하게 사는 사람도 있다. 감사로 나눔과 섬김의 삶을 살다 하나님의 채우심과 능력을 체험했던 박일병 같은 성도가 되기를 기도한다. 감사와 나눔은 하나님 능력을 경험하는 왕도(Royal road)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