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란이어 소고기 너마저...갈수록 가격 치솟는다
소고기 가격이 지난 1년새 8% 가깝게 인상되면서 소비자들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 /이해광 기자
1년새 8%, 간소고기 코로나후 45%↑
사육두수 급감 등으로 수요 못따라가
캐나다·멕시코 관세 인상 땐 더 올라
한인식당 '원가 상승 반영 못해' 고민
계란 파동에 이어 올 들어 소고기 가격까지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식탁 물가에 비상등이 켜졌다. 이에 따라 마켓에서 판매되는 소고기 뿐 아니라 식당의 음식 가격까지 들썩일 것으로 보여 한인 등 소비자들의 먹거리 부담이 그 어느 때 보다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
노동통계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를 기준으로 한 인플레이션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달 소고기 가격은 전월비 2.4%,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7.6%나 치솟았다. 이 기간 전체 CPI가 전월비 0.2%, 전년 대비 2.8% 각각 인상된 것과 비교하면 소고기 가격은 일반 물가 상승률의 2.5배 이상 껑충 뛴 셈이다.
소고기 가격은 코로나 펜데믹 이후 꾸준히 오름세를 유지하고 있다. 예를 들어 다진 소고기(ground beef)는 현재 파운드당 5.60달러에 판매되는데 2020년 1월의 3.90달러에 비하면 45%나 인상됐다.
소고기 가격이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이유는 공급난 때문이다. ‘웰스파고농식품연구소’ 측은 “소비자 수요는 좀처럼 줄지 않고 있는데 소고기 생산은 뒷걸음질 치고 있다”며 “특히 미국의 사육 두수가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으며 올해는 사상최저치까지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연방농무부(USDA)에 따르면 1월 말 기준 전국 농장의 소 사육두수는 8670만 마리로 집계됐다. 특히 이중 육우의 수는 2790만 마리로 작년 같은 시기에 비해 1% 감소했다.
전국 소 사육두수의 급감도 소고기 가격 오름세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특히 2023년 주요 소고기 생산지였던 텍사스, 오클라호마, 캔자스 등에서 극심한 가뭄이 발생하면서 치명타를 날렸다.
이 같은 상황 속에서 더 큰 악재도 우려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다음 달부터 캐나다와 멕시코산 농산물에 대해 25%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발표한 가운데 여기에 소고기도 포함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미국 내 소고기 소비량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캐나다와 멕시코산 소고기가 관세로 인해 가격이 상향되면 소비자 가격 인상은 불가피하다.
한인 식당들도 원가상승 압박으로 메뉴 가격 인상을 고심하고 있다. ‘샤부야’와 ‘우국’ 등을 운영하는 변용복 사장은 “소고기 뿐 아니라 다른 육류와 인건비, 식자재비 등이 모두 치솟아 원가 부담이 크게 늘었다”며 “하지만 가뜩이나 소비자들이 외식 지출을 줄이는 상황에서 이를 메뉴 가격에 반영하기는 쉽지 않다”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그는 이어 “우리 업소의 경우 전국에 여러 매장을 두고 있는 만큼 한꺼번에 대량 구매를 통해 원가 압박을 최소화하고 있는 정도”라며 “소고기의 경우 최대 6개월치까지 비축해 사용 한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소고기 가격 상승세가 지속되면 육류 가공식품 등의 가격이 영향을 받고, 패스트푸드업체나 식당들도 메뉴 가격을 동반 인상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며 “이는 결국 소비자들의 가계 부담 증가와 외식 수요 감소로 이어질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해광 기자 la@chosun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