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천 칼럼] 인생의 순리와 섭리
이명선(피어리스 76 이사장)
나는 허가증을 받은 이후 CPA 주식회사에서 일주일에 20시간씩 파트타임으로 일했다. 개인이 운영하는 공인회계사 주식회사로 회계사 8명이 일하고 있었다. 나는 이 회계 사무실에서 거래하는 회사 10여 군데에 한 달에 한 번씩 파견 나가 재무장부를 정리해 주었다. LA 다운타운에 봉제공장이 많았다. 회사 사장들이 영수증과 수표첵(CHECK BOOK)을 가져 오면 일목요연하게 정리해서 손익계산서를 만들어 주었는데 매우 만족해했다. 그 방면의 회사 사장이나 지도자급 인사들은 거의 유태인들이었다.
나는 오늘은 5시간 동안 A라는 공장에 가서 재무를 정리해 주고 내일은 B라는 회사에 가서 재무를 정리해 주는 식으로 여러 회사를 돌아다니면서 일했다. 회사마다 장부를 정리하는 사람이 없으니 한 달 내내 쌓아놓았다가 내가 가면 어수선한 그 서류들을 내놓았다. 이 공인회계사 사무실에서 일하는 동안 터득한 기술이 한 가지 있다. 직원들은 연필을 입에 물고 계산기를 두드렸다. 오른손으로 계산기를 두드리다가 계산된 숫자를 적기 위해 작업을 멈추고 입에 물었던 연필을 빼서 입에 물고 계산기를 두드렸다. 다시 오른손으로 계산기를 두드리다가 계산된 숫자를 적기 위해 작업을 멈추고 오른손으로 종이에 적은 다음 다시 연필을 입에 물고 계산기를 두들겼던 것이다. 그러다가 다시 멈추고 입에 물었던 연필을 빼서 종이에 숫자를 기입하는 일을 반복했다.
나는 좀 더 효율적인 방법이 없을까 연구하다가 양손을 모두 사용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왼손으로 계산기를 익숙하게 다룰 때까지 반복해서 연습하고 또 연습했다. 빠르고 효율적으로 일하기 위해서였다. 그 방식을 마스터했더니 오른손으로 하던 일을 멈추지 않고 작업할 수 있어서 일 처리 속도가 급속도로 빨라졌다. 직장 동료들이 내가 양손을 자유자재로 사용하는 것을 보고 많이 놀랐다. 크리스마스 즈음에 일한 보수를 체크로 받았는데 너무 많은 금액이 적혀 있었다. 나는 깜짝 놀라서 상사를 찾아가 체크를 보여주면서 계산이 잘못 됐다고 말했더니 내가 일을 잘해서 준 감사의 보너스라고 했다. 이 공인회계사 사무실 사장 이름이 AC. 프레서(Presser)이다.
이 회사에서 일한 기간은 길지 않지만 이때 쌓은 실력과 경험이 장레 비즈니스를 하는데 큰 버팀목이 되어주었다. 상사인 프레서와도 좋은 인간관계를 맺었는데 나중에 내 회사를 운영하면서 그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내가 살아온 시간을 되돌아 보면 인간의 삶은 자연과 같다는 생각을 한다. 봄이 와서 그 역할을 충분히 해야 하고 여름이 오고, 여름이 가야 가을이 찾아온다. 겨울이 오려면 먼저 가을이 가야 한다. 이 순서가 바뀌면 어찌 되겠는가. 인생도 마찬가지다. 순리가 있고 섭리가 있다. 순리와 섭리에 거스르지 말아야 한다는 옛 어른의 말씀이 조금도 그르지 않다. 요점은 이거다. 삶의 단계마다 찾아오는 일들을 최선을 다해서 열심히 하는 것이다. 최대한 경험하고 익혀서 내 자산으로 만드는 것이다. 그때는 알 수 없지만 언젠가는 그 자산이 긴요하게 쓰일 때가 온다. 그렇게 사람은 성숙하고 완숙해 지는 것이다.
“무슨 일을 하든지 마음을 다하여 주께 하듯 하고 사람에게 하듯 하지 말라” (골로새서 3장 23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