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칼럼] 관절염 치료, 장(腸) 관리가 먼저다
임영빈
임영빈 내과 원장
최근 의료계에서는 관절염 치료에서 가장 간과하기 쉬운 요소로 ‘장내 미생물’의 균형이 거론되고 있다. 전통적으로 관절염이라 하면 염증 억제제나 보충제(예: 강황, 글루코사민, 콘드로이틴) 같은 방법이 주류를 이루어 왔다. 물론 이들 보충제는 일정 부분 도움을 줄 수 있지만, 장내 미생물 환경이 건강하지 않을 경우 기대만큼의 효과를 거두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장내 미생물은 우리 몸에서 소화와 대사, 면역을 비롯해 염증 반응 조절에까지 관여한다. 특히 장 점막이 손상되어 독소가 혈류로 유입되는 ‘장누수 증후군(Leaky Gut Syndrome)’이 발생하면, 체내 면역계가 과도하게 반응해 염증이 전신으로 퍼질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다수 보고됐다. 염증성 질환 중 하나로 꼽히는 관절염 역시 이러한 장누수 증후군과 무관치 않다는 것이 학계의 판단이다.
하지만 보충제나 약물만으로 장내 미생물을 개선하기엔 한계가 있다. 스탠퍼드대 일부 연구진은 유산균 캡슐 복용이 장내 환경 유지에 유익하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실제 장내 미생물이 자라는 조건(온도, 산소 농도 등)을 완벽히 재현하기는 쉽지 않아, 단순 복용만으로는 충분치 않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보다 중요한 것은 평소 식습관, 즉 장내 유익균이 좋아하는 영양소와 발효 과정이 풍부한 식단을 유지하는 것이다.
특히 우리 식탁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김치와 같은 발효식품은 발효과정에서 여러 유산균이 다채롭게 생성되는 장점이 있다. 다만 최근 서구화된 식습관으로 인해 김치나 장아찌류, 발효유 제품 등을 제대로 섭취하지 않는 사람들이 늘고 있어 문제가 더욱 심각해졌다. 이 같은 발효식품 섭취량 감소는 장내 유익균 생태계에 악영향을 끼치고, 결국 염증성 질환 발생 위험을 높일 가능성이 있다.
더 나아가 식이섬유 섭취 역시 관절염 예방 및 완화에 중요한 열쇠가 될 수 있다. 섬유질이 풍부한 채소와 과일은 장 점막을 튼튼하게 하고, 유익균이 증식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준다. 특정 채소만 고집하기보다는 시금치, 상추, 양배추, 브로콜리 등 다양한 채소를 고르게 먹는 것이 이상적이다.
결국 관절염은 단순히 무릎이나 손가락 관절만의 문제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 장누수 증후군을 비롯한 전신적 염증 반응을 차단하기 위해서는 장내 미생물 관리가 필수라는 점을 다시 한 번 강조하고 싶다. 의료계 전반이 이러한 통합적 시각을 공유해야 하며, 일반인들도 주기적으로 본인의 식생활을 점검하고, 발효식품과 섬유질이 풍부한 식재료 섭취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관절염을 근본적으로 개선하고 싶다면, 우리의 식탁에서부터 시작해야 할 때다. 문의 (213) 909-988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