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이야기] 민주주의 존속을 위한 필수사항들
제이슨 송
뉴커버넌트 아카데미 교장
“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란 책이 2018년에 출판되었다. 저자는 스티븐 레비츠키와 대니얼 지블랫, 둘 다 하바드대 교수다.
이 책의 핵심 포인트는 민주주의를 무너뜨리는 원인이 쿠데타나 반란, 또는 내란이 아니라 투표로 선출된 정치 지도자들에 의한 점진적 민주적 규범 약화란 점이다. 저자들은 과거엔 군사적 쿠데타로인해 민주주의가 무너졌지만(예: 1973년 칠레의 경우), 요즘은 독재자의 등장이 가장 큰 이유라고 주장한다(예: 베네수엘라의 차베스, 튀르키예의 에드로간, 그리고 헝가리의 오르반).
선출된 독재자는 공통적으로 다음과 같은 전략을 펼친다고 한다. 첫째는 선거의 정통성을 의심하거나 부인하는 것이고, 둘째는 반대 진영 리더를 자신의 “적” 또는 범죄자로 몰아가고, 셋째는 정치적 폭력을 묵인하거나 자신에게 도움이 될 때 지지 및 지시하며, 넷째는 시민과 언론의 자유를 제한하거나 반대 의견을 억압하는 것이다.
저자들은 트럼프가 위에 전략을 다 사용했기에 독재자가 맞다고 한다. 하지만, 그건 그들의 편견같아 보인다. 왜냐하면 민주당과 좌측 정치인들(힐러리 클린턴, 앨 고어 등)이 부정선거를 끊임없이 호소해왔고, 힐러리가 트럼프를 범법자라 불렀기 때문이다. 그리고, 책 출간 후에 벌어진 일들이지만 2024년 트럼프의 대선 출마를 막기위한 바이든 정권의 검찰동원, 여러 차례 트럼프 기소, 2021년부터 2023년 사이에 일어난 수십 차례의 폭동을 묵살 및 선동, 보수 방송 매채와 유투버들을 가짜뉴스 배포자로 기소, 2021년 1월 6일 국회 의사당 침입 사건을 내란으로 정의해 참가자에게 징역과 벌금을 징여한 것 등을 고려하면 바이든과 민주당도 독재적이었음을 인정해야 할 것이다.
저자들은 독재자가 등장하는 이유를 극단주의자를 “필터링”하지 못하는 정당의 탓으로 돌린다. 1930년대 나치 독일이 그랬고, 2016년 트럼프가 미국 공화당 대선주자로 지명된 것도 마찬가지란다. 그런데, 다시 말하지만 이 주장은 저자들의 정치 성향을 드러내는, 매우 시기상조한 단정이다. 왜냐하면 2020년 바이든과 해리스가 자신들이 중도와 우측 민주당을 대표한다고 했지만 그들의 정책은 극좌 그 자체였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민주당도 극좌 리더의 등장을 막지 못한 것이고, 트럼프나 바이든 때문에 정치갈등이 심해졌지만 민주주의 자체가 무너졌거나 무너지는 중이라고 하긴 어렵다.
하지만, 저자들의 논제가 맞다면 지난 30년간 어느 정당, 그리고 어느 진영의 정치인이 미국의 민주화를 더 많이 약화시켰을까? 미국 정치를 지켜봐 온 사람이라면 보수보다 진보 측이었음을 인정해야 할 것이다. 특히, 입법부의 권력 장악과 그 권력에 동조하는 사법부의 편향성, 그리고 진실과 사실을 제대로 전달하지 않는 레거시 미디어의 역할은 미국의 민주주의를 약화시킨 주 요소들이다.
대한민국의 정치 시사 프로그램에 출연한 한 해설자가 이 책의 핵심 포인트를 인용해 보수당과 현직 대통령 때문에 민주주의가 무너지고 있다고 강력히 주장했다. 그의 말이 맞는지 틀린지는 모르겠지만, 편향적임은 분명하다. 왜냐하면 위에 설명한 미국 상황같이, 한국의 민주당과 이재명도 극단주의자의 특성을 보이기 때문이다. 또, 현재의 정치적 불안정이 민주주의가 무너짐을 의미하는지 아닌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아닌가? 이 고비를 잘 넘기면 더 견고한 민주주의를 만들어 갈 수 있다고 믿는다. 그리고, 논리적인 법과 그런 법을 국민이 이해하게 해석하는 법원, 팩트만 보도하고 진영을 대변하지 않는 미디어, 극단적 정치인과 다수당의 독주를 제한하는 제도, 공정한 선거, 그리고 국민의 적극적 참여와 감시가 민주주의 존속을 위한 필수사항임을 잊지 않는다면 민주주의는 무너지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