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칼럼] 메틸렌 블루의 잠재력, 신중한 검증이 필요하다
임영빈
임영빈 내과 원장
최근 미국에서는 ‘메틸렌 블루’라는 파란색 액체가 세간의 이목을 끌고 있다. 발단은 트럼프 행정부의 보건복지부 장관으로 발탁된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가 비행기에서 이 액체를 마시는 모습이 포착된 이후다. 케네디 주니어가 평소 건강관리에 철저한 인물로 알려진 만큼, 메틸렌 블루에 대한 관심 역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메틸렌 블루는 본디 19세기 후반 직물염료로 합성된 물질이지만, 오늘날 의료현장에서는 청산가리나 일산화탄소 중독 치료에 활용할 정도로 유용성이 인정된 FDA 승인 의약품이기도 하다. 더 나아가 최근에는 노화방지와 치매예방에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수 있다는 연구들이 잇따라 나오면서 또 한 번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특히 메틸렌 블루가 뇌세포의 미토콘드리아 기능을 높이고 산화 스트레스를 줄이는 데 기여할 수 있다는 보고가 잇달아 주목을 끈다.
우리 몸에서 ‘세포의 발전소’ 역할을 하는 미토콘드리아의 기능저하는 노화의 핵심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그런데 메틸렌 블루가 미토콘드리아에 도달해 ATP 생성 효율을 높이고 동시에 활성산소를 제거하는 항산화 작용까지 겸한다면, 이는 기억력 증진이나 인지기능 개선 등 뇌 건강 전반에 긍정적인 파급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특히 혈뇌장벽(Blood-Brain Barrier)을 비교적 쉽게 통과하여 신경세포 및 뇌 조직에 집중적으로 작용한다는 점도 과학계가 주목하는 이유다.
연구 결과들도 이에 힘을 싣는다. 알츠하이머, 파킨슨병, 우울증, ALS(루게릭병) 등 다양한 신경계 질환에서 메틸렌 블루가 유익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제기됐다. 2019년에 시행된 한 연구의 경우 동물실험이 아니라 실제 알츠하이머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됐는데, 하루 8~16mg 정도의 메틸렌 블루를 투여하자 인지기능 저하가 85% 이상 감소했다고 보고되기도 했다. 이는 메틸렌 블루가 알츠하이머 환자의 뇌에 축적되는 타우 단백질 생성을 억제·감소시키는 작용 덕분으로 추정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아직 표본 규모가 작고 연구 기간이 길지 않으며, 용량과 투여 경로 역시 제각각이라는 점에서 명확한 결론을 내리기에는 이르다는 지적도 있다. 잠재력은 높아 보이지만 안전성과 효과를 분명히 입증하기 위해서는 향후 보다 대규모이고 정교한 임상시험이 절실하다. 특히 신약이나 건강보조제 분야에서 과도한 기대와 무분별한 복용으로 인한 위험성은 이미 여러 차례 경험한 바 있다.
메틸렌 블루 복용 시 따뜻한 물에 5mg 정도를 타고, 비타민C 500mg을 함께 섭취하는 방식이 항산화 작용을 극대화한다는 일부 전문가 의견이 있다. 다만 임신부나 모유 수유 중인 여성, 우울증약 복용자, G6PD 결핍증 환자에게는 섭취가 권장되지 않는다. 일상적으로 사용되는 치료용 의약품에도 부작용이 존재하듯, 메틸렌 블루 역시 예외일 수 없다는 점을 인지해야 한다.
과학적 가능성을 인정하면서도 신중히 접근해야 할 필요성은 모든 혁신적 신물질의 숙명이다. 메틸렌 블루가 노화방지와 신경질환 치료에 있어 새로운 전기를 마련할 물질로 확고히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더욱 체계적이고 투명한 연구가 뒤따라야 한다. 소비자와 환자 입장에서도 인터넷 정보만을 의존하기보다는 의료진이나 전문가의 조언에 귀를 기울이고, 개인별 건강 상태를 먼저 고려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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