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이야기] 진보와 보수에 대한 이해
제이슨 송
뉴커버넌트 아카데미 교장
진보주의(progressivism)란 무엇인가? 언제 어떻게 시작되었고, 또 진보 측이 추구하는 가치와 이상은 무엇인가?
진보주의는 미국 19세기 말, 그리고 20세기 초, 급속한 산업화, 도시화, 그리고 정치 부패에 대한 반응이다. 즉, 썩고 병든 사회의 모든 영역에 개선이 필요하다는 확신을 가진 자들이 정부와 학교와 은행같은 기관, 그리고 연구원이나 사회 단체를 통해 법을 바꾸고 세부적인 규칙들을 세워 더 좋은 세상을 만들려던 시도가 근원이다.
19세기 말 급속한 산업화와 자본 기업가들의 지나친 탐욕 때문에 노동자들이 열악한 근무 환경 속에서 착취 당했다. 또 이민자를 포함한 노동자들이 도시로 구름떼 같이 몰려와 빈민가(slum)가 늘어났고, 이에 따른 보건 및 위생 이슈(특히 상하수도 시설), 밀집 거주와 관련된 잦은 사고(화재, 폭력, 범죄), 언어 및 어린이 교육 필요 등 다방면에 걸쳐 심각한 문제가 등장했다. 이런 숙제를 해결하고자 고급교육을 받은 엘리트들이 사회적 책임을 느껴 “노블리스 오블리주”를 실천하고자 한 것이 진보주의의 시작이었다.
급속한 산업화와 도시화보다 더 큰 문제는 정치 부패였다. 미국은 민주공화국이었지만 그 당시 정치는 “담배 연기로 가득찬 뒷 방” 즉 비밀리에 소수 권력자들에 의해 결정되었다. 미디어나 국민의 감시가 매우 활발하고 치밀하고 집요한 21세기에도 그런 일이 일어나는데, 100~150년 전엔 얼마나 문제가 심각했을지 짐작이 간다.
소득의 불평등도 심각했다. 산업가(industrialist)와 노동자 간의 심한 빈부격차는 진보주의자들로 하여금 공정한 임금과 개선된 노동환경 및 노동자에게 유리한 노동법, 나아가 사회복지 정책을 요구하게 했다. 그리고, 이런 요구가 벽에 부딫히면 공산주의와 사회주의 사상에 영향을 받은 노조와 진보주의자들이 데모와 시위로 맞섰고, 유혈충돌도 빈번히 일어났다. 아무튼 진보주의자들은 이 외에도 아동노동법, 여성참정권, 반인종 차별 같은 큰 이슈들을 개선하기 위해 정치적, 그리고 물리적 압력을 가했다.
진보주의의 신념은 다음과 같다. 첫째, 자유시장의 약점을 보관하기 위해 정부의 관료와 전문가들이 적극적으로 참여, 감독, 지휘한다. 예를 들어 정부가 기업을 적극적으로 규제해 소비자와 노동자를 보호하며, 대기업의 시장 장악을 막고 필요하다면 해체까지 이끈다. 참고로 미국의 대공황은 진보주의자들의 은행 및 증권시장 개혁, 그리고 정부의 시장 개입을 정당화한 계기였다.
둘째, 사회정의를 이루기위해 복지제도를 마련하고, 노동권, 여성의 참정권, 그리고 공교육 보장을 요구한다. 셋째, 선거제도 개혁을 통해 국민에게 더 많은 권력을 부여하고, 직접선거, 국민투표를 통한 정치인 소환, 그리고 비밀투표 제거 등을 제거한다. 넷째, 환경보존 정책을 펼친다. 특히 시어도어 루스벨트 대통령 같은 진보인물들이 국립공원을 세워 환경보존에 앞섰다.
자, 이렇게 보면 진보주의가 참 멋져 보이지 않나? 하나, 큰 맹점이 있는데 그건 진보주의가 인본주의 사상에 기반을 둔 것이다. 즉, 인간의 노력과 제도를 통해 문제와 마찰이 없는 세상을 만들어 보자는 것, 유토피아를 만들어 보자는 것인데, 그들의 시도와 정책이 사회에 크게 이바지했지만, 문제는 끊임없는 개선과 변화 추구가 정부의 몸덩이를 부풀렸고, 그런 정부와 시스템 유지에 따른 추가 세금 징수가 불가피 했으며, 너무 많은 규칙을 만들어 놓고 시장을 관리해 자본주의의 장점인 혁신과 창의력을 둔화시킨 것이다.
진보주의자들은 또 모든 영역에 과학(science)을 적용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확신해 최종 결정은 꼭 고급교육을 받은 전문가가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즉, 무지한 국민의 입장을 대변하는 전문가나 엘리트, 과학적 이론과 논리를 잘 적용할 수 있는 이타주의적 “테크노크라트(technocrat: 전문기술을 바탕으로 조직이나 사회에서 정책이나 의사 결정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사람, 특히 관료자)”에게 최종 결정권이 주어진다는 말인데, 그렇게 권력이 집결될 때 자칫 잘못하면 공산주의나 집산(集産)주의로 변한다.
진보주의자는 자신이 매우 선한 일을 하고 있다는 자아도취에 빠져 권력을 잡고 사용하기 위해 거침없이 행동할 수 있다. 마치 그들이 비난하는 보수 권력자들같이 말이다. “절대 권력은 절대적으로 부패한다”는 말이 있듯이 청념결백하고 이타주의적인 정치인과 관료는 진보에도, 중도에도, 보수에도 없다. 그렇기에 진보주의가 다 좋은 것이 아니고, 보수라고 다 나쁜 것이 아님을 인지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