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천 칼럼] 우직(愚直)이 준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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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천 칼럼] 우직(愚直)이 준 선물

웹마스터

이명선

피어리스 76 이사장

 

컴퓨터 사이언스 공학 석사 과정을 공부하는 동안, 얼마 지나지 않아서 저녁에도 공부할 수 있는 클래스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는 강의 몇 과목을 밤에 듣고 낮에는 일을 하기로 했다. 이민국에 가서 정규 학기에도 일을 해야 하니 여름 방학 때처럼 20시간 일정하게 일할 수 있는 노동허가를 내달라고 부탁했다. 방학 기간 동안에는 20시간 일을 할 수 있는 허가를 받기 쉽지만 학기 중에는 안 해주었다. 공부에 지장을 준다는 이유에서였다. 돈이 필요해서 일을 해야 한다고 했더니 창구 직원이 기다리라고 했다. 나는 그녀의 말을 믿고 하염없이 기다렸다. 그런데 아무도 나를 부르지 않았다. 오후 4시 반까지 줄곧 기다렸던 나는 암담했다. 그때 내게 기다리라고 말했던 직원이 밖으로 나오다가 나를 발견하고는 깜짝 놀랐다. 당신이 기다리라고 해서 기다렸다고 했더니 그녀는 자신의 두 손을 입가에 가져다 대고 어쩔 줄 몰라 했다. 한동안 나를 바라보고 서 있던 그녀가 잠시만 기다리라고 말하더니 안으로 들어갔다. 잠시 후에 나온 그녀가 나를 수퍼바이저에게 안내했다. 그는 내게 몇 가지 질문을 한 뒤 학교에서 세 가지 증명서를 떼어가지고 오라고 했다.

파트타임으로 일을 해도 괜찮다는 증명서, 정규 학기에 일을 해도 공부에 지장이 없다는 허락 증명서, 스폰서의 사인, 나는 앞의 두 가지는 할 수 있는데 마지막 한 가지는 어렵다고 말했다. 미국에 들어올 때는 스폰서가 있었지만 지금은 연락처도 모르고 어디에 사는 지도 모른다고 솔직하게 얘기했다. 그는 두 가지만 준비해도 괜찮다고 했다. 학교 수퍼바이저를 만나 사정을 얘기하니 당장 두 장의 증명서를 만들어 주었다. 이민국에서는 주중 20시간 동안 파트타임으로 일할 수 있다는 허가증을 내주었다. 이민국 창구에 있던 여성은 흑인이었고 수퍼바이저는 백인이었다. 이 두 사람 사이에 어떤 이야기가 오갔는지 알 수는 없지만 내가 원했던 결과를 얻게 해주었으니 고마운 사람들이다. 미국에 오래 살면서 이 창구 직원이 내게 한 말의 진의를 깨닫게 되었다. 기다리라는 그녀의 말은 완곡한 거절의 표현이었다. 직설적이지 않은 미국인들의 화법이었다. 더구나 이민국에 일을 보러 온 사람들이니 얼마나 초조하고 기막힌 사연이 많겠는가. 이민국이 해결해 줄 수 없는 문제를 요청하는 수많은 사람에게 잠시만 기다리라고 말하고 오래 부르지 않으면 기껏 한두 시간 기다리다가 포기하고 가는 것이 통상이었을 것이다. 그녀는 당연히 내가 잠깐 기다리다가 돌아갔을 거라고 믿은 것이다.

퇴근 시간까지 기다리는 나를 발견하고 얼마나 놀랐을까. 그는 상사에게 이러저러해서 기다리라 했더니 아직도 저기서 기다리고 있다고. 근성 있는 인간이라고. 그의 이력으로 볼 때 충분히 학업과 직장 일을 병행해도 넉넉히 감당하고도 남을 거라고. 기다리라고 말한 것은 내 실수이지만 나는 이민국의 직원이므로 약속을 지키지 못하면 위신 실추이고 신뢰에 금 가는 판이니 어찌해 줄 수 없겠느냐고. 그러니까 수퍼바이저가 두말하지 않고 사인해 준 것이다. 나는 정말 우직한 인간이다. 목적을 이룰 때까지 포기하지 않는 근성이 있는 것 같다. 그래서 늘 긍정적인 기도로 응답을 받는 것이 나의 신앙 비결이다.

언제나 기뻐하십시오. 끊임없이 기도하십시오. 모든 일에 감사하십시오. 이것이 그리스도 예수님 안에서 살아가는 여러분에게 바라시는 하나님의 뜻입니다.” (살전 5: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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