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법무부, 검사 잇단 반발에도 '뇌물죄' 뉴욕시장 공소취소 강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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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릭 애덤스 뉴욕시장(연합뉴스)
사임 검사 "이민단속 협조 유도수단으로 공소취소 활용…정당성 결여"
애덤스 시장, '국경차르' 호먼과 폭스뉴스 출연…"이민자 단속 협조"
뉴욕시장 '친정' 美 민주당, 사퇴 압박…뉴욕주지사 "해임 고심 중"
뇌물수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에릭 애덤스 뉴욕시장에 대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형사재판 공소취소를 추진하는 가운데 14일에도 법무부 윗 선의 지시를 거부하는 법무부 및 연방 검찰 간부들의 사직 행렬이 이어졌다. 민주당 소속인 애덤스 시장은 이날 백악관 '국경 차르'인 톰 호먼과 보수 성향 방송인 폭스뉴스에 공동으로 출연해 트럼프 행정부의 불법 이민자 단속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뉴욕타임스(NYT)와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미 언론 보도를 종합하면 애덤스 시장의 뇌물 혐의 수사를 주도해 온 뉴욕 남부연방지검의 헤이건 스코튼 검사는 애덤스 시장 사건의 공소를 취소하라는 에밀 보브 법무차관의 지시에 항명하며 사직했다. 스코튼 검사는 보브 차관에 보낸 서한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불법 이민자 단속 및 강력범죄 척결 노력에 애덤스 시장이 협조하도록 유도하는 수단으로 뇌물혐의 재판의 공소취소를 지시한 것이다.
전날 뉴욕 남부연방지검의 대니엘 사순 검사장 권한대행이 애덤스 시장에 대한 공소를 취소하라는 보브 차관 지시를 이행할 수 없다며 사직한 사실이 드러난 뒤로 법무부 내 갈등이 수면 위로 불거진 바 있다. 사순 권한대행이 공소 취하를 거부하고 사직서를 제출하자 법무부는 애덤스 시장 사건을 법무부 내 반부패 수사를 담당하는 형사국 공공청렴부(PIN)에 이관했지만, 형사국 및 공공청렴부를 이끄는 부서장들도 보브 차관 지시에 반발하며 잇따라 사직서를 제출했다. 이로써 애덤스 시장 사건과 관련해 스코튼 검사까지 최소 5명의 법무부 검사들이 법무부의 지시에 항의하며 옷을 벗었다. 항명 사태가 확산하자 보브 차관은 14일 법무부 내 반부패 수사를 담당하는 형사국 공공청렴부 소속 검사 20여명을 소집해 법원에 공소 기각 요청서를 제출할 검사를 찾았다고 WSJ은 소식통을 인용해 전했다.
결국 법무부 검사 1명이 동료 검사들의 추가 사퇴를 막기 위해 총대를 메고 공소 기각 요청서에 자신의 이름을 서명하겠다고 나섰다고 WSJ은 전했다. 이에 따라 해당 검사의 이름으로 애덤스 시장의 공소를 기각해달라는 요청서가 조만간 법원에 제출될 전망이다.
한편, 애덤스 시장의 형사재판 변호인인 스타 변호사 알렉스 스피로는 애덤스 시장이 형사재판을 면하게 하는 대가로 트럼프 행정부의 이민자 정책에 협조하기로 했다는 의혹 제기에 대해 "완전한 거짓말"이라고 부인했다. 반면 애덤스 시장은 이날 오전 폭스뉴스 방송에 트럼프 행정부의 국경정책을 총괄하는 호먼과 함께 출연해 다른 민주당 인사들과 달리 트럼프 행정부의 불법 이민자 추방 정책에 대해 "협조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애덤스 시장은 전날 호먼과 면담한 뒤 이민관세단속국(ICE) 소속 요원들이 뉴욕시 소재 라이커스 섬 교도소에 있는 불법 이민자 단속에 나설 수 있도록 허용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호먼은 이날 인터뷰에서 "(애덤스 시장이) 약속을 지키지 않을 경우 다시 뉴욕으로 돌아올 것"이라며 "그땐 소파에 편하게 앉지 않고 집무실로 찾아가 단단히 따져 묻겠다"라고 경고했다.
한편 애덤스 시장이 형사재판을 면할 기회를 찾으며 '친(親)트럼프' 행보를 노골적으로 보이자 애덤스 시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민주당 내 목소리는 더욱 커지고 있다. 안토니오 델가도 뉴욕주 부주지사는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뉴욕시는 대통령이 아닌 시민에게 책임을 지는 시장이 필요하다"며 "애덤스 시장은 사임해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시장직 해임 권한을 가진 캐시 호컬 뉴욕주 주지사는 앞선 인터뷰에서 "(애덤스 시장의) 혐의가 매우 심각하고 우려되지만, 주지사로서 다른 이들이 요구하는 것처럼 즉흥적이고 정치적으로 판단을 내릴 수는 없다"라며 결정을 숙고 중이라고 말했다.
뉴욕 경찰 출신의 정치인인 애덤스 시장은 범죄 억제 공약을 내걸고 뉴욕시 110대 시장으로 선출돼 2022년 1월부터 업무를 시작했으며 임기는 오는 2026년 1월까지 4년이다. 애덤스 시장은 지난해 9월 전자금융 사기, 뇌물 수수, 불법 선거자금 모금 등 5개 범죄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에 따르면 애덤스 시장은 뉴욕 브루클린 구청장 시절이던 지난 2014년부터 외국인 사업가와 튀르키예 정부 당국자로부터 10만 달러(약 1억4천만원) 넘는 금액을 수수했다. 애덤스 시장은 금품을 받은 대가로 2021년 튀르키예 정부가 뉴욕시에 건축한 '튀르키예 하우스'의 사용 허가를 받을 수 있도록 소방 당국에 압력을 행사했다는 것이 검찰의 판단이다. 검찰 기소 후 소속 정당인 민주당에선 사퇴 요구가 확산했지만, 애덤스 시장은 무죄를 주장하며 시장 직을 고수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