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권의 세상만사] 지지율 100% 리더십은 어디에서 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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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권의 세상만사] 지지율 100% 리더십은 어디에서 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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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때 구구단(九九段·요즘 학교에서는 ‘곱셈 구구’라 한다)을 외우지 못해 나머지 공부를 하고 오자 아버지가 주먹구구 셈법을 가르쳐주셨다. “어떤 게 안 외워지느냐?”고 하셔서 “7x8”이라 했다. 그날 배운 주먹구구를 다시 해보자. 양손에 7과 8을 각각 펼치면 펴진 손가락과 구부린 손가락이 나온다. 펴진 손가락 2와 3은 10단위로 해 더하면 50이 된다. 구부린 손가락 3과 2는 서로 곱하면 6이 나온다. 그래서 7x8=56이 된다. 잘 안 외워지던 9x7도 같은 방법으로 하면 거뜬하게 답을 구할 수 있다. 애써 구구단을 외울 필요가 없겠구나 싶은 생각이 스칠 때 아버지가 하신 말씀이다. “주먹구구는 치명적인 결함이 있다. 5 이하는 계산이 안 된다. 그건 암산으로 해야 한다. 암산은 너만 알고 남은 모른다. 모르면 믿지 않고 믿지 못하면 따르지 않는다. 구구단은 약속이다. 나도 알고 너도 아는 언어나 문법을 쓰지 않으면 남을 이끌 수 없다.” 삼국시대 때 전래한 구구단의 이름은 중국 관리들이 평민이 알지 못하게 일부러 어렵게 9단부터 거꾸로 외운 데서 유래했다고 한다.


기업정보 공유 플랫폼 ‘잡플래닛’이 대통령 국정 지지율처럼 기업 ‘CEO 지지율’을 조사해 발표했다. 요즘 직장인들에게 화제다. 90% 넘는 지지율을 기록한 CEO들이 무려 10명이 넘었다. 흥미로운 것은 이들이 중견·중소기업들의 대표라는 점이다. 심지어 꿈의 100%를 받은 데도 두 군데나 있다. ‘살다’의 정성욱과 ‘큐빅스’의 배석훈 대표다. 대기업 대표들은 71~87%에 머물렀다. 미국은 좀 다르다. 취업 전문 사이트 글래스도어(Glassdoor)가 올해 발표한 CEO 지지율 상위 10개 기업의 지지도가 무려 97% 이상이다. 보스턴컨설팅그룹 리치 레서, 어도비의 샨타누 나라옌, MD앤더슨암센터의 피터 피스터즈는 모두 99%의 지지율을 받았다.


만점에 가까운 지지를 받은 한국과 미국 기업의 직원 리뷰를 살펴봤다. ‘대표가 무엇을 해야 하고 무엇이 기업을 위한 것인지 항상 고민하고 올바른 방향을 제시한다’라는 답변이 가장 많았다. ‘대표가 뭘 하려는지를 아니까 내가 할 일이 뭔지를 알고 그래서 달라질 내 모습을 그린다’고 했다. 어떤 직원은 ‘대표가 제시한 길로 가면 틀린 적이 없다’고 까지 대표의 높은 식견과 경륜을 꼽았다. 그래서 실력가들이 몰려든다는 말도 덧붙였다. 2위는 존중과 공정이었다. “‘내 아이가 커서 다니고 싶은 회사를 만들면 직원들이 정말로 다니고 싶은 회사가 되지 않을까’하는 생각으로 회사를 운영한다”라는 애드이피션시의 한유진 대표의 말을 인용했다. ‘실무자이긴 하지만 하급직원인 나를 알아줘 세 가지를 준비해 갔다가 다섯 가지를 더 얘기했다’라면서 꼽은 경청은 3위다. ‘하고 싶은 일을 해라. 내가 앞장서겠다’는 솔선수범이 4위, ‘책임은 내가 진다’는 책임감이 5위다.


대표가 원칙을 중시하고 말을 함부로 바꾸지 않는 언행일치도 많다. ‘대표가 든든한 나의 뒷벽’이란 표현을 쓴 직원도 있다. 가장 닮고 싶은 자세라고도 했다. 흔들리지 않는 강단 있는 모습이 직원의 신뢰를 얻는다. 순위가 의미는 별로 없지만 대표의 일관성이 6위다. 7위는 정직성. 어느 직원은 “대표가 ‘이건 내가 모른다. 자세히 설명해 달라’고 할 때는 많이 놀랐다”고 소개했다. 8위는 포용력. 혹독하게 일을 시키고 잘못했을 때 사정없이 야단을 쳐도 언제 그랬냐는 듯 현안이 생기면 바로 찾아가 말하고 싶게 만든다고 포용력을 설명했다. 9위는 강한 추진력이다. 목표가 정해지면 지나치리만큼 시시각각 진도를 점검하며 걸림돌을 치워줬다는 일화를 소개했다.


만점 맞는 비결을 정리해보니 CEO가 갖춰야 할 덕목 구구단처럼 됐다. 그런데 비결이 새로울 게 없다. 지지율은 만들어지는 게 아니다. 리더가 보여준 지도력에 대한 신의의 표현이다. 꿍꿍이나 짬짜미를 낳을 뿐인 주먹구구가 기업을 병들게 한다. 지도력의 핵심은 따라오게 하는 거다. 따라오지 않으니 무리하게 된다. 나도 알고 너도 알아야 따른다. 리더십은 상식에서 나온다. 문제는 강한 실천력이다. 리더십은 갑자기 습득되지 않고 꾸준한 훈련과 노력을 통해 함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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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권 칼럼니스트: 국민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숭실대학원에서 벤처중소기업학으로 경영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우리은행 홍보실장, 예쓰저축은행 대표를 지냈다. 현재, 국민대 경영대학원 객원교수, (사)미래경제교육네트워크 이사, 학교법인 영신학원 감사, 멋있는삶연구소장으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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