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철의 경제포커스] 부동산시장을 흔드는 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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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철의 경제포커스] 부동산시장을 흔드는 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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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정책은 작동하지 않았다. KB국민은행이 조사하는 부동산 시세에 따르면 지난 6월 서울아파트 가격은 1년 전보다 19% 올랐다. 전국으로 확대해도 가격 상승 폭은 13%를 넘는다. 정책의 실패 못지않게 과잉 유동성과 저금리가 부동산 가격폭등의 근본적인 원인이라는 설명은 옳다. 사실 금융위기 이후 돈을 풀어서 경기를 유지해왔던 세계 각국이 모두 비슷한 상황을 맞고 있다. 


미국 중개사협회에 따르면 2021년 4월 말 기준으로 미국 평균 집값은 36만4800달러라고 한다. 전년 동기와 비교해 13.6%나 올랐다. 10년 전과 비교하면 70% 넘게 뛰었다. 지난 2011년에는 21만4000달러였다. 베이징의 주택값은 지난 5년 동안 50%가 뛰었다. 경기가 좋은 적이 없었던 유럽도 20% 뛰었다. 심지어 일본의 수도권 주택가격도 2013년부터 20% 올랐다. 특히 도쿄의 경우에는 공급 확대를 위해 도심 규제를 푸는 방법으로 건설회사들의 주택건설을 30% 늘렸는데도 집값이 뛰었다. 최근에는 더하다. 네덜란드의 경우 올해 상반기 여섯 달 동안 주택가격은 14.6% 상승했다. 지난 20년 사이 가장 높은 상승세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자료에 따르면 지난 1분기 OECD 회원국의 주택가격 상승률은 30년 동안 최고 수준인 9.4%로 집계됐다. 국가별로 약간의 상황 차이는 있다. 유럽은 대도시가 가격 상승을 주도하는 데 비해, 미국은 중소도시의 상승률이 대도시를 앞지른다. 텍사스의 오스틴이나 애리조나의 피닉스는 중위 주택가격이 전년 대비 40% 이상 올랐다고 한다.


사실 통화량과 금리만큼 주택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도 별로 없다. 특히 금리의 영향은 즉각적이다. 당연한 얘기지만 금리가 낮아지면 돈을 빌려 집을 살 때 부담해야 하는 비용이 그만큼 줄기 때문이다. 유동성 공급증가와 저금리가 부동산을 비롯한 각종 자산가격의 상승으로 이어지는 데는 거의 예외가 없다. 한국의 경우 현 정부가 출범한 뒤 늘어난 통화량은 이른바 M2 기준으로 500조가 넘는다. 한국은행 기준금리는 2000년 5.25%에서 0.5%까지 떨어졌다. 드디어 15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올렸다고 하지만 이제야 0.75% 수준이다. 유동성이 늘고 금리가 낮아지면서 가계부채는 지난 1년 동안에만 168조가 늘었다. 부동산시장에는 넘쳐나는 돈이 있다. 어느 나라나 상황은 대개 비슷하다. 제조업 쇠퇴와 IT의 성장, 일자리가 몰리는 거점도시로의 인구 집중 가속화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대규모 유동성 공급이 이뤄졌다. 가격이 오르지 않으면 이상한 일이다. 따지고 보면 경제가 성장하고 규모가 커지면서 부동산을 비롯한 자산가격이 오르는 것은 지극히 정상적이라고 할 수도 있다. 


주택 수요도 다른 재화와 마찬가지로 소득 수준에 맞춰진다. 지난 10년 동안 한국의 1인당 국민소득은 2만달러에서 3만달러로 늘었다. 소득이 늘어나는데 자산가격이 오르지 않을 수는 없다. 다양한 이유로 더 좋은 주택에 대한 수요는 늘어나지만, 불행히도 주택시장은 가격에 따라 공급이 바로 영향을 받는 시장이 아니다. 가격이 올랐다고 바로 매물이 급증하지는 않는다는 말이다. 반면에 오르는 주택가격에 불안감이 높아지면 수요는 더 늘어난다. 여기에 주택가격 상승을 노리는 투기는 불에 기름을 붓는다. 


당연히 주택 가격 급등은 주거 안정을 해친다. 주거 비용의 증가는 가계에는 부담을 주고 정부의 정책 결정에도 나쁜 영향을 미친다. 주거 안정을 위한 정책 비용을 높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개의 정부는 주택가격 안정을 중요한 정책 목표로 삼는다. 대책은 엇비슷하다. 유럽 각국도 수요 억제를 위한 대출 제한이나 각종 혜택의 축소를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주택시장에 대한 미시적인 정책은 잘 작동하지 않는다. 흔히 도입하는 조세정책은 대부분 이전 효과를 통해 성과는 없이 실제 거주자의 비용 부담만 늘린다. 부동산시장 역시 다른 자산시장과 마찬가지로 유동성 축소와 금리 인상이 결국 근본적인 해법이 될 수밖에 없다. 물론 충격이 클 것이다. 공급을 늘리는 건 시간이 걸리고 대안은 찾기 어려운 것이 부동산시장이다. 부동산 문제에 자신이 있다는 얘기는 애초에 말이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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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철 칼럼니스트: 고려대 경제학과를 나왔다. MBC TV 앵커와 경제전문기자, 논설위원, 워싱턴 지국장을 역임했다. 인하대 사회과학대, 성균관대 언론대학원에서 겸임교수로 강의했다. 현재 한국경제언론인포럼 회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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